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언제쯤 줄어들까?"
"언제쯤 줄어들까?" ⓒ 박수호
마음은 벌써 피서지에
마음은 벌써 피서지에 ⓒ 박수호
조용히 독서를 즐기고 있는 학생 뒷편으로 옹기종기 둘러앉은 또 다른 학생들이 기타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또 한켠에서는 돗자리에 누워 낮잠을 청하고….

피서지 풍경이냐고? 아니다. 시멘트 바닥에, 그늘도 없는 캠퍼스 한켠에 줄줄이 자리한 학생들 이야기다.

누가 학생들을 시멘트 바닥으로 내몰았는가?

사연은 이렇다. 고려대는 하계 방학 기간 중 낙산·대천 학생수련관 사용 신청을 매년 받아왔다. 값은 저렴(1박 기준 1인당 2000원)하지만 공간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학생들 사이에 '조금이라도 먼저 신청하는 것이 좋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때문에 신청 접수 전날부터 각 동아리, 학회, 학과 등 교내 '알뜰파' 단체들의 격전장이 펼쳐진다.

이들 단체는 사용 신청 전날부터 아예 돗자리를 펼쳐 놓고 자리에 앉아 아파트 '청약 열기'를 방불케 했다.

올해 접수 기간은 9일과 10일 이틀간이지만, 8일 오전부터 자리를 잡은 학생들로 사용 신청을 받는 학생지원부가 자리한 4·18기념관은 장사진을 이루었다. 아침부터 자리를 잡고 앉았다는 법과대 정두호(22)씨는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말에 아침부터 나와 학회원들마다 돌아가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빼곡히 들어찬 예약 명단. 9일부터 접수 시작이지만 8일 오후 5시 현재 대기자 명단은 가득차 있다.
빼곡히 들어찬 예약 명단. 9일부터 접수 시작이지만 8일 오후 5시 현재 대기자 명단은 가득차 있다. ⓒ 박수호
기다리는 동안 지루함을 달래고자, 각 단체의 특성에 맞게 다양하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법과대 학회에서는 즉석 세미나를 진행했으며, 동아리 연합회 소속 연행분과 학생들은 통기타를 치면서 민중가요를 불렀다. 국문학과 학생들은 즉석 독서토론회를 펼쳤으며, 일부 학생들은 보드게임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저마다 마음은 벌써 피서지에 온 것인 양 들떠 있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한쪽에서는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시스템에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한 동아리 회장인 전 아무개(21)씨는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 이런 방식으로 접수를 받는 것은 학교 행정의 무사안일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의 불편이 해소되는 방향으로 전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다리다 지쳐
기다리다 지쳐 ⓒ 박수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