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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미술 밖 미술> 포스터
전시 <미술 밖 미술> 포스터 ⓒ 국립현대미술관
"현대 미술에서 순수와 응용 미술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다양한 미술의 형태가 부상하고 있고, 순수적인 시각에서 터부시하던 상업이나 응용미술 분야에 대한 대중의 인식 또한 변화한지 오래이다. (중략) 순수와 상업이라는 두 영역은 서로의 장점을 적극 수용하는 매우 융통성 있는 개념으로 바뀌었다." - 전시 <미술 밖 미술> 팸플릿에서

똑같이 웃는 모습의 마릴린 먼로나 코카콜라 병의 나열을 표현한 앤디 워홀로 대표되는 미국의 팝 아트. 이 예술 양식은 매스미디어와 광고 등 대중 문화의 시각 이미지를 미술의 영역 속에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후기 모더니즘 미술의 주류를 형성했다.

원래 영국에서 출발한 팝 아트는 대중 문화의 메카 미국에서 더 활발하게 이뤄졌다. 앤디 워홀의 경우 마릴린 먼로, 엘비스 프레슬리 등 대중문화의 스타들을 캔버스에 반복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순수 고급 예술의 엘리트주의를 깨트린 것으로 유명하다.

팝 아트 미술가들이 현대 미술에서 이루어낸 가장 큰 업적은 기존의 순수 예술의 의미를 새롭게 보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대중적이고 대량 생산적인 작품이 과연 예술의 범주 안에 포함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논란이 분분하다.

텔레비전이나 매스미디어의 상품 광고가 아무리 예술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지닌 상업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게다가 상업적인 것을 위해 예술성을 팔아먹는 것은 소비 문화에 대한 굴복일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전시 <미술 밖 미술>은 이와 같은 팝 아트에 대한 다양한 논란을 반영한 기획 전시이다. 이 기획 전시에는 연예인 전문 사진가로 유명한 조세현의 작품 <초상-심은하> 등과 영화의 포스터로 이용되었던 오형근의 <영원한 제국>, 윤형문의 <효자동 이발사> 등이 전시되어 있다.

연예인들의 사진, 영화 포스터, 광고 사진 등 이들의 작품들은 과연 예술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순수 예술과 대중 예술을 굳이 따로 구분하지 않고 그저 작품의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이는 전시를 둘러보면서 관람객들이 찾아야할 해답일 것이다.

현재 상업적 예술품들은 이미 우리의 일상 속에 깊이 파고들어 범람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순수 예술이냐 대중적 장치이냐에 대한 논란이 별 의미 없이 다가오기도 한다. 사람들은 순수 예술의 고리타분한 테두리에서 벗어나 일상에서 예술적 가치를 찾고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술 밖 미술>은 많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끈다. 이 전시에는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캐릭터 동그리와 많은 독자층을 확보한 만화 비빔툰 등 우리에게 친숙한 만화들도 전시되어 있으며, <뷰티풀데이즈>와 같은 애니메이션, 예술적으로 형상화된 광고 등도 상영한다.

윤형문의 작품 <효자동 이발사>
윤형문의 작품 <효자동 이발사> ⓒ 윤형문
영화의 포스터, 아름답게 표현된 광고, 만화 속의 주인공 등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흔한 소재들을 미술 속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미국의 팝 아트는 순수 예술과 대중 예술이라는 이분법적 구조를 파괴했다.

그리고 이번 현대미술관의 기획전 또한 순수 예술 속에만 머물렀던 기존의 국립현대미술관의 이미지를 벗어 던진 전시이기도 하다. 순수 예술공간 속에 대중 예술을 포함시킴으로써 현대미술관은 이미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예술성과 상업성의 경계, 대중성과 순수성의 경계는 어쩌면 미술 관련자들이 억지로 부여하고자 하는 '틀'일 수도 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들이 속한 일상 속에서 예술적 가치를 찾고, 흔하디 흔한 광고를 통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상업적인 문화나 저급한 대중성에 호소한 작품을 묵인하고 예술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중적이고 순간적이며 상업적인 대중 문화 또한 예술적 가치를 내포하도록 유도하려는 흐름이 이 시점에서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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