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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가로로 잘라 그 면을 보면 여러 개의 둥근 테가 수면 위로 번지는 파문처럼 중심에서 밖으로 퍼져나가는 걸 볼 수 있다. 이러한 여러 개의 동심원 테두리가 바로 나이테이다.
나무의 조직은 작은 세포로 구성되는데, 이러한 세포들이 늘어나면서 성장하게 된다. 봄에서 여름 사이에는 세포벽이 얇아서 부드럽고 연한 빛을 띠는 반면에 겨울에서 봄 사이에는 세포벽이 두꺼워서 단단하고 진한 빛을 띤다. 이러한 원리에 의해 나이테가 생겨나는 것이다.
모든 나무의 나이테는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한국처럼 사계절이 분명한 지역은 나무의 나이테가 선명하지만 열대지방 나무의 나이테는 그렇지 않다. 또한 나무의 나이테는 중심이 정가운데 있지 않는 타원형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태양광선과 바람, 기우량, 위치 등에 따라 나무의 나이테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에게도 나이테가 있다. 그건 바로 '주름'이다. 그리고 주름을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표정'이다.
얼굴이란 말의 어원을 살펴보면, '얼'이란 본래 '영혼, 정신'에서 유래되었고, ‘굴’이란 ‘통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얼굴이란, '영혼이나 정신을 보여주는 통로'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 얼굴에 세월이 새기는 나이테가 바로 ‘주름’인 것이다.
그렇다면 예쁜 얼굴은 어떤 얼굴일까.
'예쁜 얼굴= 표정이 많은 얼굴'이라는 게 내 소신이다. 얼굴의 어원에 입각해서 보면 표정은 사람의 정서를 보여주는 통로이다. 따라서 표정이 많은 사람은 정서가 풍부한 사람이고, 활기가 넘치는 사람이다. 반면에 무표정한 사람은 소통을 거부하고 우울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미용적인 관점에서 지나치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너무 좁게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유명한 배우가 드라마에서 착용한 액세서리와 헤어스타일이 유행이 되는 풍토는 ‘아름다움에 대한 개성 없음’을 드러내는 사회적 현상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얼굴에 주름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다. 화장실 거울을 보며 세수를 하다가 눈가에 생기는 주름을 발견할 때면 내 마음은 긴장이 된다. 주름은 ‘내 영혼을 보여주는 얼굴에 내가 스스로 새긴 세월의 나이테’이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내가 짓는 표정은 내 얼굴에 주름을 남긴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내 영혼이 어떤 자세로 환경을 극복하며 견디어 왔는지 내 얼굴이 주름으로, 표정으로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마흔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성형미인도 좋지만 그보다 ‘표정미인’이 더 좋다. 우리의 얼굴은 오늘도 표정을 지으면서 주름을 만들어내고, 삶에 대한 우리의 마음가짐을 보여주고 있다.
한번이라도 더 웃으려고 노력하고, 한번이라도 더 즐거운 마음을 가지려고 애쓰는 자세가 바로 미인이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아무리 뛰어난 미용기술이라고 하더라도 ‘근사한 세월의 나이테’를 능가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