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문화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즐기는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일까? 연일 언론에서 보면 연예인들이 나와야 함성을 지르고 열광하는 이들은 많지만 만약 순수 아마추어들이 나와서 같은 노래를 부른다면 어떨까?

대부분 그냥 앉아서 듣고 고개만 끄덕일 것이다. 문화 또한 상업화가 되면서 문화 자체보다는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몰두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들은 다르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 하나로 열광하며 소리치면서 즐기는 축제를 만든다. 그것도 화려한 후원업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청소년 스스로 100원부터 시작하여 많은 사람들이 후원을 모아서 진행을 한다. 올해 3번째 시작되는 '2004 즐기자 樂'(즐락)을 준비하는 청소년이 그 주인공이다.

▲ 2003 즐기자락 공연모습
ⓒ 즐기자락
그럼 즐락은 누가 어떻게 만들까? 올해 3월 기획단 회의를 시작으로 여러 가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축제에 참가하는 밴드팀 뿐만이 아니라 기획이나 홍보를 하는 이들도 함께 준비를 한다.

또 밴드인들의 단합을 위해 체육대회를 한차례 진행하였다. 참가비는 개인당 2,000원. 축구와 발야구, 릴레이 등 체육활동을 통해 그리고 점심은 밥, 나물, 계란, 참기름, 고추장 등등 각자 개인들이 준비해간 음식을 모아서 큰 그릇에 왕창 넣어서 비벼먹는 비빔밥을 만들어 해먹었다.

홍보공연 또한 그들만의 문화를 만든다. 후원자들의 후원금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홍보공연을 통해 즐락비용을 마련한다. 홍보공연은 동구청소년문화의집에서 열리기에 장소 대여비는 공짜. 엠프 등 간단한 비용을 제외하면 그럭저럭 적은 돈으로 만들어진다.

▲ 2003 즐기자락 공연모습
ⓒ 즐기자락
이제 그들의 도전은 거리로 나간다. 성남동 메이앞, 롯데광장으로 이어지는 거리공연에 갖추어진 장비라곤 조그만 똘똘이 엠프하나. 장비가 그들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다.

"리어카를 빌려서 타고 다니며 홍보합시다."
"삼보일배하면서 홍보합시다."
"아버지 트럭을 빌려서 트럭뒤에 타고 다니면서 홍보합시다. 야채장수처럼 즐락을 구경오라고 홍보하면 인기폭발일텐데."

기발한 아이디어가 계속 이어진다. 평가도 상상을 초월 세이클럽에 만들어진 즐락클럽에서 공연후기와 함께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눈다.

"슬램(관객들과 부딪치고 밀치며 흥을 돋우는 행위)을 무자비하게 합니다. 좀 자제합시다."
"홍보공연 기획자로 통솔하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공연시간을 다들 초과하는데 자제합시다."
"관객들과 참가팀이 함께 무대 준비하고 한마음이 되어 좋았습니다."

▲ 즐기자락 회의모습
ⓒ 남교용
세이클럽 '울산 청소년 밴드[!]「즐기자 樂」'에 들어가면 후원자들의 이름이 끝없이 올라온다. 한가지 더 놀라운 것은 이 많은 사람들의 이름마다 항상 꼬리말이 적혀있다. 간단히 감사의 인사와 함께 공연을 잘 하겠다는 말이 작게는 7개에서 10개는 족히 넘게 계속 올라온다.

후원명단에는 학생들과 쉽게 만날 수 있는 학교선생님이 대부분이고 자신의 과외선생님, 자주가는 문구점, 분식집 주인까지 후원받았다고 자랑하는 글도 간혹 보인다.

어떤 축제보다도 재미있는 것은 바로 자신들이 직접 만든다는 것이다. 후원이 아무리 많이 들어온다고 해도 사백만원이 넘는 공연비용을 마련하자면 부족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비용을 마련한다. 하루는 총기획자가 찾아와서 대뜸

"샘, 동구청장님 면담할 수 있습니까?"
"왜?"
"후원 좀 받으려구요."

거의 협박수준이다.

"혹시 하루나 이틀 정도 거리청소나 일거리가 있으면 좀 알아봐 주실래요? 단체로 일하고 즐락 비용 좀 벌어야 하는데 애들은 한 40명 될겁니다."

그저 어른들이 기획한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모든 것을 회의하고 꾸미는 데서 그들만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락의 유래는 저항에서 시작 된다. 젊은 시절 그들의 아름다운 도전은 단순히 저항을 넘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뜨거운 여름 그들의 열정이 기다려지는 것은 500명을 훌쩍 넘어선 후원인들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꼭 성공할 수 있다"
[인터뷰] 2004 즐기자락 총기획자 손혜정(대송고)양

-어떻게 이 공연이 시작되었는지요?
"홍성훈씨(청소년들에게는 짬이라고 불리운다. 재미있는 사람의 표현이라는 뜻)가 동구청소년문화의집에서 락 페스티발을 하는 밴드인들을 만났죠. 우리들을 보면서 자유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해요. 그래서 밴드인 스스로 기획하는 행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저희들에게 제안하였고 함께 시작했습니다. 처음 즐락때 아이들의 호응이 너무 좋아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즐락을 전통화시켜 뿌리내리게 만드는 것이 세번째 즐락의 목표입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즐거웠던 일은?
"기획팀과 각종 회의를 할 때 많은 청소년들과 함께 '2004 즐기자락'이라는 구호를 힘차게 외칩니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믿음과 락에 대한 열정을 서로 확인할 때 그때 가장 행복합니다."

-준비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참가팀이 너무 많아요. 현재 확정된 팀은 하루에 10팀 총 20팀인데 어쩔 수 없이 참가할 수 없는 팀이 생길 때 가장 가슴 아픕니다. 기회가 된다면 전부 참가시키고 싶지만 시간과 비용이 문제죠. 우리의 기준은 아주 간단합니다. 실력이 아니라 락에 대한 열정을 표시하면 누구든지 참가할 수 있어요. 단, 순수아마추어 학생들로 구성해야 합니다."

-음악을 하는 이유는?
"고민이 많은 나이지만 특히 저는 심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다보니 나 자신이 갇혀 있을 때 견딜 수가 없어요. 음악할 때는 이 모든 것을 잊고 그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자신을 보면서 즐거워요. 그래서 음악을 좋아하죠. "

-누가 이 행사를 준비하나요?
"즐기자락을 후원하는 사람 그리고 공연팀 기획팀 그리고 공연을 보는 사람들 그냥 지나가는 행인들까지도."

2004 즐기자락은 7월 31일, 8월 1일 저녁 7시부터 일산해수욕장에서 진행된다. 상품화된 문화가 아니라 자신의 문화를 스스로 만들고 행동하는 멋진 모습을 보고싶다면 당신도 100원 이상 후원금을 내고 올여름 일산해수욕장으로 오시라. 그러면 진정한 문화를 즐길줄 알고 만들어가는 젊은 밴드인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