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7일 봉서산 관통도로 개설현장 발파작업 때 발생한 사고에 대한 천안시청과 시공업체의 '주민들이 납득할만한 철저한 원인 검증 후 공사 재개 방침'이 23일부터 시작되는 장마로 인해 '유야무야'되어가고 있다.
시공업체인 남광건설의 박점두 현장소장은 "23일부터 장마가 시작되기 때문에, 이대로 토사를 방치할 경우 토사유출 및 산사태의 위험이 크다"라며 공사재개 이유를 밝혔다.
발파사고 피해를 입은 일성아파트 주민들은 "정확히 원인 규명을 하지 않으면 공사를 재개할 수 없다"는 뜻을 천안시청과 시공업체에 전했다. 그러나 시공업체로서는 장마가 다가오자 토사반출작업에 비상이 걸려 공사를 미룰 수 없는 처지가 된 것.
토사반출작업은 6월 2일에도 재개되었지만, 인근 주민들의 민원으로 시청에서 공사 중단을 요청해와 중단된 바 있다. 그러나 장마에 따른 토사유출사고를 우려한 박 소장은 6월 16일부터 반출작업을 재개했다.
"원인 규명을 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박점두 소장은 "천안시가 일성아파트 주민들에게 사고원인과 재발방지책에 대한 공문을 발송했고 주민들도 공사재개를 이해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성1차 아파트 입주자 대표 김용희 회장은 "정확히 원인을 규명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원인규명과 재발방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발파는 물론 공사 전체를 반대하겠다"라고 말했다.
시청에서 주민들에게 제공한 자료는 '서부대로 개설공사 암발파 비산사고 관련 사고재발방지 및 안전대책 등 처리 진행사항 알려드림'이라는 제목의 공문이 전부였다.
공문 내용 역시 '전문가들을 투입하여 사고원인을 분석토록 한 바, 사고부위를 ∧형상으로 노출하여 부득이 장약량 조절 등을 통한 경사천공 실시과정에서 불완전한 3자유면 발파와 발파지점의 암반이 심한 풍화상태의 파쇄대가 형성된 불균질성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비산 발생의 주된 원인이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으로,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천안시청 담당공무원은 "정확한 원인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 아니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의뢰를 했지만 정확한 원인을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 "피해를 입은 일성아파트 주민뿐만 아니라, 제2의 피해가 우려되는 청솔아파트 및 봉서초등학교 등에도 원인과 재발방지책을 알려야 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물론 이번 공문은 일성 1ㆍ2차 아파트 주민들에게만 발송했지만 방지책은 인근 전체 주민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18일 저녁 7시부터 입주자 대표들에 대한 박점두 소장의 '사고원인 및 재발방지에 대한 브리핑'이 진행되었다. 박 소장은 ▲타이어로 만든 발파 보호 매트를 기존의 5조에서 10조로 운용 ▲계측 전문기관의 용역을 통한 상시계측 실시 ▲기존 일반발파를 지양하고 정밀진동제어발파, 소규모, 중규모 발파 실시 ▲녹지지역 방음벽 설치 ▲보전녹지지역을 확대하여 공사 지역 축소 등의 사고 재발 방지책을 제시했다. 또한 시공업체인 남광건설과 천안시청은 발파 공사만큼은 시험발파를 통해 안전이 확인된 다음에 시행하기로 했다.
부 주민 대표들은 "이런 자리에서 천안시청 담당자들이 함께 와서 설명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천안시청의 무책임을 지적했다. 또 "봉서산에 무슨 공원이 필요하냐?"라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회의에 참석한 10여 주민대표들은 "천안시청, 남광건설, 주민대표 간 재발방지에 대한 명확한 문서화가 필요하다"라는 의견에 동의했고 박 소장은 "적극 동참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지난번 사고에 대한 명확한 원인규명과 대책이 일성아파트 주민뿐 아니라 피해가 우려되는 인근 주민에게까지 확대해서 설명되어야 하며, 그러지 않는다면 천안시청측이 사고를 축소 해결하자는 의도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더라도 앞으로 남은 300회 이상의 발파작업과 70만 입방미터(㎥) 가량의 발파암 및 사토 처리작업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천안시청 및 시공업체는 지금이라도 일성아파트 주민뿐만 아니라 인근 청솔아파트, 시영 1차 아파트, 봉서초등학교 등의 주민들이 납득할 만한 사고원인 및 재발방지책을 세우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제2, 제3의 피해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