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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객열전> 포스터
<자객열전> 포스터 ⓒ JT CULTURE
100년 전, 우리는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우리의 강토를 일본에 빼앗겼다. 우리는 나라의 힘이 없어 번번한 저항 한번 해보지 못했다. 일본은 강대국의 시나리오 대로 차근차근 우리의 국권을 강탈해갔고 국제사회는 이를 선선히 동의해주었다.

1945년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하여 우리가 국권을 회복할 때까지 많은 애국지사들은 목숨을 던져 일제에 저항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자살테러처럼 우리의 선혈들은 자신의 목숨을 조국을 위한 희생의 제단에 기꺼이 바쳤다.

이봉창, 윤봉길 의사 등의 의거는 거대한 일본에는 달걀로 바위치기였지만 우리처럼 힘없는 민족이 강대국 일본을 향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테러와 같은 식의 저항 밖에 없었다.

미국의 명분없는 이라크 침공에 함께 한 미국의 우방들은 지금 테러공포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려있다. 이라크 추가파병으로 미국, 영국에 이어 셋째로 많은 병력을 이라크로 보내는 우리도 물론 테러 위협에 놓여있다. 이러한 지금의 국제상황을 돌아보게 하는 연극이 대학로 정미소 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강대국을 상대로 목숨을 건 동서고금의 테러리스트 이야기 <자객열전>(박성현 작·이성렬 연출)이 바로 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상해임시정부의 김구와 이봉창, 윤봉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동서고금의 자객(테러리스트)들에 관한 일화를 병렬적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이야기의 토대는 일본을 향해 테러를 감행하려는 김구와 이봉창, 윤봉길이 중심이다. 여기에 장면과 장면 사이 극 중 극 형태의 일화가 극의 의미를 확실히 해준다. 일화는 사기의 자객열전에 나오는 조말, 예향, 형가에서 시작하여 체첸의 여전사와 미래의 테러리스트까지 다양하다.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자객(테러)이라는 것이 소국이 부당한 침략을 받았을 때 강대국에 대항하는 방법 중 하나임을 말하며 그 폭력성 이면에 숨은 약소민족과 국가의 생존을 생각하게 한다.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하지만 극은 매우 재미있다. 김구와 임시정부는 가난해서 거지와 다름없고, 테러는 불량 폭탄으로 매번 실패한다. 비장할 것만 같은 이야기는 산만해 보일 정도로 가볍고 짐짓 무거운 듯 연기하는 배우는 폭소를 터트리게 한다.

건물 일층과 이층을 터서 만든 극장은 마치 폭탄 맞은 건물을 연상시킨다. 무대는 기운 기둥으로 인해 쇠락한 임시정부의 모습을 상징하듯 보여준다. 또 인형극, 그림자극 형태로 보여주는 극 중 극은 이 연극의 또 다른 볼거리다.

<자객열전>을 만든 극단 파티는 대학로의 실력 있는 연극인들이 모여 만든 극단으로 이번 공연의 극본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인 박상현이 썼으며 극단 백수광부의 이성열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여기에 김구역의 김세동, 왕서방 역의 정철민 등 한국 연극계의 실력 있는 배우들이 맛깔 나는 연기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김구의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 아팠으니, 내가 남을 침략하길 원하지 아니한다"는 백범일지의 한 대목으로 마무리한다. 외세에 국권을 빼앗긴 우리가 이라크 추가 파병 결정으로 의롭지 못한 전쟁에 아예 발벗고 참여하게 돼 버렸다.

거의 강대국 식탁에 시중드는 꼴이다. 백범의 말은 그런 우리의 가슴을 뜨끔하게 한다. 여기에 바그다드에서 활동 중인 김선일씨가 인질로 잡혔다는 안타까운 뉴스는 과연 이라크 추가 파병이 옳은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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