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직무정지로 5개월째 공석인 신안군수실
직무정지로 5개월째 공석인 신안군수실 ⓒ 정거배
지난해 7월 검찰이 고 군수를 긴급 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당시 광주지법목포지원은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뿐만 아니라 '범죄성립 여부의 신중론'을 들어 영장을 기각했다.

그런데 같은 법원이 1심에서는 고 군수의 유죄를 인정하고 다시 법정 구속했다. 또 법정 구속 이후 40여일 만에 법원은 부정부패에 연루된 공직자로서는 이례적으로 다시 고 군수의 보석을 허가했다.

따라서 신안군청 안팎에서는 오는 7월 8일 예정된 광주고등법원의 항소심 선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고길호 신안군수는 지난 2002년 신안군이 발주한 태풍 피해 복구 공사와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지난해 8월 불구속 기소됐었다.

법정구속 40일 만에 풀려나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고 군수가 2002년 지방선거 직전부터 동거녀 문모씨와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측근들을 동원, 금품을 전달하게 하고, 대신 이들에게 수의계약으로 신안군 태풍 피해 복구 공사를 발주한 것으로 보고 기소했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고 군수를 긴급체포해 구속영장까지 청구했으나 법원이 기각해 올 2월 초까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그런데 올 2월 13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있었던 1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고 군수에 대해 “내연녀 문씨와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2002년 8월 절친한 건설업자를 통해 1억6500만원을 제공한 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며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 법정 구속했었다.

재판부는 당시 “고 피고인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돈을 줄 이유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지난 2002년 7월 군수에 취임하기 전에 내연녀 문씨와 문씨 언니들과 직접 만나 생활 대책 등을 자세히 논의했고, 돈을 전달한 건설업자 이씨가 문 여인에게 자주 전화한 점 등에 비쳐 봤을 때, 이씨가 독단적으로 한 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 ‘문씨에게 돈줄 의도 있었다’

특히 “군수 취임 직후인 2002년 7월 10일 문씨가 고 군수 집으로 직접 찾아와 생활 대책 등을 요구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법률상 돈을 제공할 의무가 없다 하더라도 의도는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죄 인정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광주고등법원은 지난 3월 24일 고 군수에 대해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구속 40여일 만에 변호인측에서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광주고등법원은 지난 17일 고길호 신안군수의 내연녀 문모씨를 증인으로 불러 심문하는 등 최종 심리를 마쳤으며, 오는 7월 8일 오전 9시 30분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고 군수는 지난 3월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1심 유죄 판결로 직무가 정지돼 군청에는 출근하지 못한 채 거의 칩거하다시피 하며 외부와 접촉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수직무 정지 5개월째

이런 가운데 다시 증인으로 광주고법에 출석하기도 했던 문모씨는 20일 “창피 당할 만큼 당했으니 이제는 잘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해 4개월 전 1심 공판 때와는 달리 고 군수와 화해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17일 광주고법 법정에 출석해 “기억나지 않은 것은 안 난다고 했다”고 말해 1심 공판 때와는 달리 고 군수에게 다소 유리한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씨는 “검찰조사와 1심 법정에서 증언한 내용이 있기 때문에 상반된 진술을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신안군은 지난 2002년 3월 민선 2기 최공인 군수가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되는 등 단체장들이 연이은 부패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등 불명예를 안고 있다. 5개월째 군수가 공석인 신안군청 안팎의 분위기도 가라앉아 있다. 신안군 한 간부 직원은 “내년도 지역 현안 사업의 경우 권한 대행인 부군수가 중앙부처를 방문해 그런대로 좋은 성과를 가져 왔다”고 전했다.

그런데 올 연말 정년 퇴직예정인 사무관 1명 등 10여명의 계장급 직원들이 다음달 공로 연수를 앞두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이달 말쯤에는 대규모 승인 인사와 자리 이동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군수권한대행인 정모 부군수는 “인사권자가 공석이어서 고 군수의 항소심 선고 이후인 7월 중순쯤에나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비관론이 우세한 사회단체 등 지역 분위기와는 달리 신안군청직원들의 경우 군수공석 사태가 어떤 식으로든 매듭지어지길 바라고 있다. 한 간부직원은 “군정 공백은 결국 주민들에게 피해만 주고 있을 뿐 아니라 군수 공석으로 직원들 간에도 양분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고 군수는 그동안 공판에서 “문씨에게 합의금 성격의 금품을 전달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며 "돈 전달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고 군수의 이런 주장을 항소심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