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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2일자 사설.
<조선일보> 22일자 사설. ⓒ 조선일보 PDF

<조선일보>는 납치된 김선일씨를 죽이자는 말인가. 김선일씨 납치사건을 겪고도 조선일보의 파병불변 원칙은 끝내 변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22일자(가판) '인질사건에 치밀하고 성숙한 대처를' 제하의 사설에서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한 이라크 파병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조선은 김씨 피랍사건과 관련, 민간인 납치행위를 규탄하고 테러 예방을 거론하면서도 "이라크 파병의 원칙과 정신이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또 "아무리 치밀한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테러를 완전히 막아내기는 어려울지 모른다"며 "예방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테러가 일어나고 난 뒤 정부와 국민이 얼마나 성숙한 대응자세를 갖는가 하는 점"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조선은 성숙한 대응의 일환으로 "테러에 굴복하는 것은 또 다른 테러를 불러들이는 것"임을 주문했다. 조선일보는 그 이유로 "어떤 희생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아예 추가 파병 자체를 생각하지 말았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근거를 내세웠다.

조선일보는 이어 파병반대 운동이 피랍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조선일보는 "여당 일부 의원들이 이라크전과 관련한 반미 성명을 내고, 서울 시내에서 이라크 추가파병 반대 촛불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일은 인질을 구출하는데도, 나라의 어려운 처지를 돕는데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으로 규정했다.

조선일보는 한 생명의 목숨이 달린 긴급한 상황에서 생뚱한 한국인 테러 방지책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의 파병목적 및 활동에 대한 선의를 이라크 국민에게 신속하게 알리는 게 테러를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과연 이라크 무장 저항세력의 한국인 피랍이 한국군 비전투병 파병의 취지를 알리지 못한 데서 기인한 것인가. 조선일보는 "한국이 군대를 이라크에 보낸 것 자체가 이같은 사태를 초래했다"며 즉각 한국군 철수를 요청한 김선일씨의 호소를 아직 듣지 못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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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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