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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3일 오전 11시28분]
민주노동당 의원단과 최고위원들은 23일 오전 10시 국회 본관 내 당 사무실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 대통령이 김선일씨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파병철회 및 서희·제마부대 철군을 요구했다.
민주노동당은 이 자리에서 기자회견문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은 피랍소식을 접하면서 곧바로 파병방침을 재확인해 김선일씨를 사지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선일씨가 5월말 납치됐고 미군당국이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 "석방협상과정 일체를 철저히 공개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미국 눈치보기와 사대주의로 일관"했다며 "더 큰 책임을 묻기 전에 반드시 파병철회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은 시급히 당 비상중앙운영회를 열고, 다음주 초 시민사회단체와의 비상시국회의를 조직하는 등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며 이라크 파병철회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비상중앙운영회에서는 서희·제마부대 철군을 요구하는 독자적 파병철회결의안 제출 등 이후 대응방안을 폭넓게 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이날부터 파병반대국민행동의 광화문 거리농성에 동참하고 의원과 최고위원들이 버스로 서울 도심을 돌며 국민들에게 파병철회를 호소하는 '버스투어'도 진행한다.
민주노동당은 김선일씨의 피살소식이 전해진 지난 새벽 농성장 안에 김씨를 추모하는 간이 분향소를 설치했다. 국회 본청 안에 분향소가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민주노동당의 기자회견문 전문.
삼가 고 김선일씨의 명복을 빌며
김선일씨 죽음에 대한 노대통령의 책임 표명,
이라크 파병철회를 강력히 요구합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오늘은 참으로 가슴이 저며오는 비통한 날입니다.
끝내 김선일씨가 이라크 무장납치범들에 의해 살해되고 말았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이 참혹한 소식에 가슴 깊이 슬픔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김선일씨의 무사귀환을 기다리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아픔을 겪고 있을 고 김선일씨의 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고 김선일씨의 명복을 빕니다.
김선일씨를 살해한 무장납치범들의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 고 김선일씨는 전쟁의 당사자도 아닌 민간인이었을 뿐입니다. 김선일씨와 같은 민간인에 대한 테러는 그 어떤 목적도 정당화시켜주지 못하는 반인륜적 범죄에 다름 아닙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유발한 장본인으로서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무장납치범들이 고 김선일씨의 석방조건으로 한국군의 파병철회를 요구했을 때 노무현 정부는 협상을 한다면서도, 피랍소식을 접하면서 곧바로 파병방침을 재확인함으로써 김선일씨를 사지로 몰아넣었습니다. 과연 노무현 정부에 김선일씨를 살리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던 것입니까. 국민의 생명을 버려가면서까지 노무현 대통령이 지키려는 한미동맹은 과연 국민을 위한 것입니까, 아니면 노대통령 자신을 위한 것입니까.
이라크 파병을 찬성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또한 국민 앞에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미국 눈치보기와 사대주의로 일관한 이들의 행태에 대해 역사는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더 큰 책임을 묻기 전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반드시 파병철회에 동참해야 합니다. 또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이 상황에서도 국회를 공전시켜 온 책임을 통감하고, 당장 국회를 정상화시켜 국회 안에서 이라크 추가파병문제를 다시 다뤄야 할 것입니다.
한편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혹에 대해 반드시 철저한 진상규명이 있어야 합니다. 이미 김선일씨가 5월말 납치됐다는 증언이 있었고, 이를 미군당국이 알고도 한국정부의 파병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돼 피랍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사실입니다.
미국은 이 의혹에 대해 우리 국민에게 반드시 해명을 해야 합니다. 아울러 우리 정부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미국정부가 김선일씨 납치와 관련해 은폐요구가 있었는지 여부와 김선일씨 석방 협상과정 일체를 철저하게 공개하여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이제 더 이상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파병을 추진해서는 안 됩니다. 노무현 정부는 더 이상 명분도 없이 국민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는 파병방침을 철회하고, 서희·제마부대 역시 곧바로 철군시켜야 합니다. 민주노동당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이라크 추가 파병중단과 서희·제마부대의 철군을 관철시키기 위해 앞장서겠습니다.
민주노동당은 당장 오늘 이라크 추가파병 중단 및 재검토 결의안을 국회에 상정하고, 범국민적 저항을 조직할 것입니다. 고 김선일씨의 죽음에 분노하는 국민들과 함께 반드시 파병을 막아내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것입니다.
다시 한번 고 김선일씨 가족께 깊은 애도를 전하며, 고 김선일씨의 명복을 빕니다.
2004년 6월 23일
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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