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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경찰서 전경
목포경찰서 전경 ⓒ 정거배
지난해 10월 2일 전남 목포에서 6㎞ 가량 떨어진 달리도 염전에서 일하던 김모(40·서울시 구로구 고척2동)씨가 갈비뼈가 부러지고 간과 폐까지 상하는 등 전치 34주의 중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달리도 염전 운영자인 장모(60)씨가 운전하던 1톤 트럭이 염전 옆 내리막길 도로가에 빠지자 김모씨가 동료 김모(36)씨와 배모(60)씨와 함께 트럭을 들어 올리던 중 차가 뒤로 구르면서 전복된 것. 배씨 등은 다행히 피했지만 김씨는 트럭에 깔려 중상을 입게 됐다.

하지만 목포경찰서는 가해자인 장씨가 내세운 목격자들의 "김씨가 드럼통 위에서 TV 안테나를 조작하다 떨어졌다"는 진술만을 토대로 김씨의 과실에 의한 단순 추락 사고로 결론, 사건 발생 하루 만에 수사를 종결했다.

염전 업주의 교통사고, 경찰 수사서 피해자의 과실로 탈바꿈

사고 직후부터 김씨의 가족들은 단순 추락 사고가 아니라는 의혹을 계속 제기했다. 김씨로부터 “차가 뒤로 왔다”는 증언을 들은 데다가 드럼통에서 떨어진 단순 추락 사고인데도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34주라는 중상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사고가 났던 염전 현장까지 직접 확인한 김씨의 가족들은 결국 사고 발생 한달 만인 지난해 10월 28일 목포경찰에 의혹이 많다며 재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냈다.

하지만 목포경찰은 현장 검증 등 재수사를 해달라는 김씨 가족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김씨 가족은 당시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을 직접 찾아 나서기에 이르렀다. 7개월에 걸친 수소문 끝에 지난 4월 전남 신안군 증도에서 당시 사고 현장에 있었던 배모씨 등 2명을 극적으로 찾아냈고 그들로부터 김씨가 실수로 추락한 게 아니라 장씨에 의한 차량사고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경찰은 뒤늦게 재조사에 착수, 당시 웅덩이에 빠진 사고 차를 견인한 포클레인 기사의 진술을 확보하고 가해자 장씨로부터 사건 일체를 자백 받았다.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고 운전면허증을 취득하지 않아 사고를 숨겼다”고 진술했다. 이후 장씨는 뺑소니와 무면허 운전 혐의 등으로 구속됐지만 10여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보석으로 석방된 뒤 장씨는 다른 섬에서 염전을 운영하며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장씨의 아들은 지난 24일 “사고 직후 아버지가 김씨를 병원으로 후송하는 등 후속 처리를 했기 때문에 뺑소니나 도주 혐의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해자 김씨 가족들은 “천신만고 끝에 진실이 밝혀졌는데도 장씨를 구속 10여일 만에 보석 허가해 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김씨는 목포 시내 병원에서 7개월 동안 치료를 받고 지난 6월 초순 퇴원해 서울 집에서 요양 중이다.

피해자 가족, 재수사 요구 수차례... 경찰 받아들이지 않아

이 같은 사실을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김씨의 누나 김모(44·서울 구로구 고척동)씨는 "경찰이 처음부터 피해자 진술은 받아들이지도 않았으며 현장에서 함께 일했던 목격자 배씨와 김씨는 배제한 채 가해측인 장씨와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장씨의 부인인 박모씨 등의 허위 진술만을 받아들여 사건을 종결하는 등 시종 편파수사로 일관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김씨는 "경찰에 수차례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받아 주지 않아 다른 사람을 통해 겨우 전달했다"며 "생업을 포기하다시피하며 서울에서 목포로 내려와 수개월 동안 사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지만 증인들을 찾지 못했으면 그대로 끝날 수밖에 없어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찰은 사건을 축소 은폐한 배경을 밝혀내고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목포경찰서 관계자는 "최초 사고 조사 당시 피해자 김씨가 드럼통 위에서 떨어져 다쳤다고 진술했으며 인근 주민들도 이같은 진술을 해 사건을 종결했으나 피해자 가족들이 이의를 제기해 와 재조사한 뒤 장씨의 혐의가 밝혀져 장씨를 구속하는 등 바로잡았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경찰의 해명에 대해서도 피해자 김모씨의 누나는 "최초 경찰 조사 당시 동생은 병실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시종 차량에 의한 사고임을 진술했으며 이 같은 내용의 증언을 당시 함께 있었던 많은 환자들이 보고 들었으며 증인을 내세울 수도 있다"며 "경찰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밖에도 피해자 김씨 가족은 김씨가 의사 소통이 원활하지 못할 정도로 언어 장애가 있는 점, 서울에 거주하던 김씨가 연고 하나 없는 목포에 내려와 염전에서 일하게 된 점, 염전에서 보통 임금의 절반 정도인 50만원 정도만 받기로 했으며, 이마저도 그나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인신매매와 가혹행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고를 당한 김씨는 사고가 발생한 10월까지 7개월간 일을 했지만 임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염전 운영자 장씨의 부인은 "J직업소개소를 통해 김씨를 데려올 때 이미 소개비와 가불 형태로 150만원을 지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씨 부인은 "김씨와 아직 임금 계산은 끝나지 않은 상태"라고 월급을 지불하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인신매매 의혹에 대해서는 "사업상 알고 있는 J직업소개소에 인부를 부탁해 김씨를 고용하게 됐다"며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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