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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은행노동조합이 25일 저녁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한미은행노동조합이 25일 저녁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 금융노조 제공

미국계 거대은행인 씨티그룹의 흡수합병을 앞둔 한미은행 노동조합이 지난 25일 밤 9시40분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의 이번 파업은 한미은행 20년 역사상 처음이다.

한미은행 노조 관계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기간이 끝남에 따라 본점에서 조합원들의 결의를 모아 파업에 들어가게 됐다”면서 “회사쪽에서 내놓은 고용보장 내용이 기존 단체협약안보다 후퇴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말에는 은행 영업일이 아니기 때문에 고객들의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주말을 이용해 회사쪽과의 협상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노조는 당초 다음주께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자칫 회사쪽에서 조합원이나 다른 직원들을 상대로 파업에 대비할 경우, 파업 효과가 약해질 것을 우려해 선 파업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주말에 있을 회사쪽과의 협상에서도 노조 집행부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미은행 본점에는 이날 밤 늦게까지 서울과 경인지역에서 모인 2000여명의 조합원들이 모여 집회를 가졌으며, 지방 지점의 조합원들도 주말을 이용해 본점으로 모여들고 있다.

노조의 요구사항은 크게 세가지다. 시티은행으로의 합병이후 조합원에 대한 확실한 고용보장과 씨티의 한미은행 상장폐지 철회, 그리고 독립적인 경영을 철저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상장폐지 철회는 인수자인 씨티그룹쪽에서 결정한 사안으로 현 경영진이 받아들이기에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고용보장과 독립경영 보장인데, 사실상 조합원 고용보장이 이번 파업 해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2의 조흥파업, 재현되나

한미은행 노조의 전격적인 파업은 1년전 신한은행과의 합병에 반대해 삭발 등 총파업을 벌였던 조흥은행을 연상시키고 있다. 시기도 비슷하고 파업 진행 과정도 유사하다.

특히 지난해 조흥 파업당시 노조 지도부가 은행의 핵심인 전산부 직원을 모처로 이동시킨 점은 이번 한미 노조 파업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한미 노조는 파업 돌입과 함께 전산센터 직원들을 모처로 이동시켜 해당 조합원들을 따로 보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산센터는 우선 조합원을 뺀 나머지 인원으로 전산망을 가동중에 있으며, 노조도 인위적으로 전산망을 다운시키지는 않을 방침이다.

물론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전산인원의 부족과 피로 누적 등으로 전산시스템의 과부하나 오류 가능성도 있어, 자칫 금융전산망에 연쇄적인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이에 대해 한미은행쪽은 노조의 예정보다 빠른 파업 돌입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은행쪽 관계자는 “중노위 협상 과정에서 노조쪽과 오는 7월 7일까지는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는데도 노조가 파업을 시작했다”면서 “노조가 요구하는 고용보장도 회사쪽에서 전면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는데도 (노조가)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미은행은 영업일이 아닌 주말을 넘어 내주까지 파업이 진행될 가능성에 대비해, 26일 거점 점포를 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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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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