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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청와대 앞에서 '파병철회' 1인 시위에 나선 방송인 신성우씨.
29일 청와대 앞에서 '파병철회' 1인 시위에 나선 방송인 신성우씨.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어른이 골목길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를 세워 아이스크림을 빼앗고 주머니에 있는 500원도 갈취한 뒤, 반 죽을 때까지 때린 것과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전쟁에 왜 파병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록커이자 탤런트인 신성우(35)씨의 말이다. 29일 오후 2시부터 청와대 분수대 앞 공원에서 1시간 동안 1인시위를 벌인 신성우씨는 "안전장치 없이 파병을 강행하는 것은 김씨와 같은 죽음을 또 낳을 수 있다"고 파병 재검토를 주장했다.

이날 오후 1시30분 참여연대에 도착한 신성우씨는 간단하게 <오마이뉴스>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진 뒤 청와대로 이동, '파병철회는 테러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뜻입니다 - 방송인 신성우'라고 쓰여진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신씨는 검은 정장에 하얀색 와이셔츠를 입었고, 왼쪽 가슴에는 '근조(謹弔)'라고 적힌 리본을 달고 있었다.

30여명의 취재진이 북새통을 이룬 현장에서 신씨는 "김선일씨 소식을 접하고 어땠나, 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에 담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뿐"이라고 1인 시위를 벌인 이유를 설명했다.

시위를 결정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고 한다. 가장 큰 것은 정치색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주변의 만류가 컸다는 것. 신씨의 매니저는 "방송국과 지인들이 대부분 만류했는데 본인의 뜻이 워낙 확고해 말릴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인터넷과 TV를 통해 김선일씨 죽음을 접했다는 신씨는 "소식을 듣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효순·미선 때와 같이 울화통이 터졌다"면서 김씨 죽음의 책임에 대해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물론 정부에서 협상을 잘못한 것도 있지만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고 무관심한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신씨는 이어 "내 행동이 파병철회까지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나도 여러분과 같은 마음으로 여기 나왔으니 이런 뜻이 모아져 굳건해지면 나라를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위를 끝낸 뒤 신씨는 최근 "화장실에 다녀온 것처럼 시원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신성우씨와의 1인 시위 시작 전·후에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안전장치 없는 파병은 김씨와 같은 죽음을 또 낳을 수도"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 드라마 <아름다운 유혹>의 게시판에 보면 '요즘 얼굴이 어두워 보인다, 힘내라'는 말이 써있던데, 김선일씨 사건의 영향이 있는지.
"사실 요즘 촬영할 때 말고 어두워 보인다는 말 듣는 게 사실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비통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사실 난 어릴 때부터 모난 생각을 갖고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아웃사이더의 측면이 많았다. 하지만 나이를 먹다 보면서 살다보니 사회적으로 책임을 지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 나도 김선일씨와 같은 대한민국의 30대다. 안타까운 건 이런 몸짓을 실천하지 못하고 산다는 것이었다."

- 1인 시위를 하는 이유는?
"김선일씨 소식을 접하고 어땠나? 같은 마음일 것이다. 물론 나라 살림을 하는 분들이 파병을 결정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대표라면 이라크에서 국민들이 진짜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지 보다 신중하게 봤어야 하는 것 아닌가. 미국조차도 힘든 상황이면 자국민을 모두 철수시키는 마당에 왜 이 시점에 보내야 한단 말인가. 일단 파병 일정을 취소하고 시기와 방식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울타리가 쳐진 상태에서 개를 풀어야 한다. 안전장치 없이 파병을 강행하는 것은 김씨와 같은 죽음을 또 낳을 수 있다."

- 주위의 만류가 있었다고 들었다.
"방송국이나 주변에서 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느냐고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이건 정치적인 목소리가 아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에 담고 있는 것을 말할 뿐이다."

- 1인 시위는 이번 한 번뿐인가. 다른 방식의 의사표명은 가능한지.
"사실 시간과 기타, 맥주가 있으면 10일이고 100일이고 하고 싶다. 할 수 있다면 참여할 것이다. 또 촛불집회 등에 나가고는 싶지만 다른 분들과의 시간 약속(스케줄)을 혼자 어길 수 없기 때문에 참가하지 못한다. 그리고 뜻을 같이 하는 연예인들과 '파병반대 집회'를 가진 적이 있다."

"이라크전은 아이에게서 아이스크림 뺏고 반 죽도록 때린 것"

- 파병을 원래부터 반대했나.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어른이 골목길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를 세워 아이스크림을 빼앗고 주머니에 있는 500원도 갈취한 뒤, 반 죽을 때까지 때린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 전쟁에 왜 파병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 전쟁은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다. 싸움을 말리다 보면 싸움에 개입하게 된다. 그러다 누명을 쓰기도 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번 이라크 가게 되면 전쟁에 개입하게 된다. 전후 복구가 아닌 전쟁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가서 치안을 담당하나? 명분은 될지 모르지만 아니다. 나는 반전주의자다. 전쟁은 안 된다. 또 아무리 도와준다고 해도 받는 사람이 도움을 받을 준비가 안돼 있다면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 김선일씨 소식을 어떻게 접했나.
"다른 분들과 같은 창구를 통해서다. 인터넷과 TV를 통해서다. 장면을 보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효순·미선 때와 같이 울화통이 터졌다."

- 당시(효순·미선 촛불집회)에도 나왔던 것으로 아는데.
"사실 당시와 지금은 같은 마음이다. 한 명의 인간이자 국민으로 나온다. 사실 여중생이 뭘 아나? 수다 떨면서 집에 가고 있었을텐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다니. 당시 시위에서 앞에 나서지는 않고 가장 뒤에서 초를 들었다."

- 김씨를 죽게 했던 가장 큰 원인을 무엇으로 보는가.
"우리 모두다. 물론 정부에서 협상을 잘못한 것도 있지만 우리 모두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고 무관심한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국민 뜻 모아 굳건해져 나라 움직일 수 있었으면"

- 이번 시위가 국민들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내 행동이 파병철회까지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도 여러분과 같은 마음으로 여기 나왔으니 이런 뜻이 모아져 굳건해지면 나라를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국민은 너무 착하게 살았다."

- 음악을 만들 생각은 없는지.
"내가 음악을 하는 시기라면 당연히 곡을 만들었을 것이다. 록커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어떤 곡인지는 기타를 잡아봐야 할 것 같다."

- 노무현 대통령에게 할 말이 있다면?
"물론 힘드실 거다. 대통령이 되시기 전 예전에 방송국 복도에서 우연히 만난 적이 있었다. '옆집 아저씨'같이 포근한 느낌이었다. 그 때의 모습으로 국민을 봤으면 좋겠다. 어렵겠지만 모든 국민이 웃을 수 있는 결론을 내리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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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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