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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요한 입정
ⓒ 정일관
경남 합천의 대안학교인 원경고등학교가 3월 2일, 새로운 학년도가 시작되는 날 결제하였던 100일 기도를 100일 동안 무사히 잘 봉행하여, 마침내 7월 3일, 교직원 8명과 학생 1명 등 총 9명이 참석하여 조촐하게 회향 기도를 올렸습니다.

아직 추위가 남아 있어 새벽을 움츠리게 했던 3월 2일의 첫 기도는 까마득한 일백 일을 남겨두었지만 학교 화단에 산수유, 목련, 모란, 작약, 영산홍, 도라지꽃과 무궁화꽃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변화 속에서, 교장 선생님을 포함하여 4, 5명의 교직원과 한두 명의 학생들이 꾸준히 참석함으로써, 하루 하루의 기운과 정성을 모아, 더운 여름의 한 가운데서 백일 기도를 회향하고 해제하였던 것입니다.

▲ 백일째 되는 100일 기도
ⓒ 정일관
'원경고등학교의 안정과 발전을 기원하는' 이번 백일 기도는 원경고등학교가 개교 초기부터 한 학기에 한 번씩 올려 왔던 백일 기도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며, 기도 정신으로 소중한 대안학교의 꽃을 피우려는 원경고등학교 교직원들과 학생들의 소망이 담겨있었습니다.

이 백일 기도에서 원경고등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은 기원문을 통해, 마음공부로 행복을 가꾸는 학교가 되고자 개교한 원경고등학교가 어언 일곱 해를 맞이하였고, 그 동안 진리의 지중한 은혜와 가호로 진급하고 성장하였음에 감사를 올렸습니다.

▲ 기원문 봉독
ⓒ 정일관
그리고 원경고등학교가 개교 당시부터 많은 사람들의 은혜와 정성으로 세운 학교이며, 단순한 지식 교육만 수행하지 않고 성자의 정신을 체 받고자 하는 학교이며, 어려운 가시밭길을 선택하여 진정한 교육이 살아나게 하는 학교이며, 새롭고 다양한 교육의 물꼬를 트는 대안학교임을 고하여, 진리의 가호 속에서 대안교육이 더욱 안정되고 성장할 수 있기를 기원하였습니다.

또한 학생들이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고, 근본이 되는 은혜를 발견하며, 마음을 잘 사용하여, 신나고 재미있는 교육 속에서 모두 다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것과 원경고등학교가 아름다운 상생의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음을 다짐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원경고등학교가 마음공부로 행복을 가꾸는 대안학교가 되고, 체험학습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교육, 문화 예술을 가까이 하여 모두가 삶을 풍요롭게 누릴 수 있는 교육, 더불어 사는 교육, 성자의 혼을 닮아 가는 교육이 달성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였습니다.

▲ 간절한 기도 정성
ⓒ 정일관
힘들고 어려운 기도였지만 도리어 학교 안에서 새벽에 기도를 올릴 수 있음이 고마웠습니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새벽에 일어나 하루를 깨우는 일은 기쁜 일입니다. 청수(淸水)를 갈며 첫물을 담아 올리는 일은 참으로 깨끗한 일입니다. 입정(入定)하고 기원문 낭독하고 경(經)을 읽어 마음을 모으는 일은 거룩한 일입니다. 기도하며, 기도 정신으로 살아야 우리 심성이 깊어질 수 있음을, 기도하는 일은 진리적으로 성숙하는 일임을 믿습니다.

옛날부터 큰 일을 도모하는 사람 중에 기도를 하지 않은 분이 없었고, 정화수의 면면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이 땅 사람들의 고운 심성을 거론할 것도 없이 우리 인간은 무한한 존재와 이어져 있기에 운행하는 진리의 큰 힘을 빌리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혼자 힘으로 살려는 사람이 참 어리석은 사람이라 하셨던 성현은 말씀이 떠오릅니다.

도대체 사람의 영혼과 정신을 기르고 가르치고자 하는 학교와 교사가 기도하지 아니하고 어찌 교육을 할 수 있겠습니까? 고요히 마음을 낮추어 각자의 내면에서 쉼 없이 진리를 만나볼 일입니다.

기도를 다 마치고 교장 선생님의 제안으로 참석한 기원인 모두 서로에게 큰 절을 올려, 백일 기도를 축원하였습니다. 또한 아쉬워 하얀 백설기 떡을 해서 교무실에 돌렸습니다. 어떤 선생님이 웬 떡이냐고 묻기에 "백일떡"이라고 대답하며 함께 웃었습니다. 새 생명을 낳아 백일이 되는 날 나누는 떡의 의미와 다를 게 뭐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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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의 작은 대안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시집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내일을 여는 책), <너를 놓치다>(푸른사상사)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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