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4월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중국측 고위 관계자에게 "적절한 시기에 남조선을 방문할 것"이라고 답방 의사를 직접 밝힌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김정일 위원장의 '적절한 시기의 서울 답방'은 6·15 공동선언문에도 포함된 원칙적인 얘기다. 그러나 그동안 김 위원장이 답방 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온 점에 비추어 상당히 전향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달 29일부터 3일까지 김대중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수행하고 돌아온 김한정 비서관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그를 직접 만난 중국 정부의 고위 인사로부터 들은 얘기""라면서 이같이 전했다.
그동안 김 위원장의 답방에 관해 북한 정부 관계자들의 간헐적인 언급은 있어왔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답방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또 이 중국측 고위인사에게 "답방을 하게 되면 김대중 전 대통령도 만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김 비서관은 전했다. 이는 또한 원래 답방의 당사자인 김 전 대통령과의 '약속 이행'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김 비서관은 그러나 이 중국측 고위 인사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매우 신뢰할 수 있는 고위급 인사"라면서도 구체적인 이름은 밝히지 않고 "김정일 위원장이 4월 방중시 만난 고위급 인사"라고만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30일 북경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장쩌민(江澤民) 중국 군사위 주석을 만나 1시간 동안 회담했으며 이 자리에는 탕쟈쉬엔(唐家璇) 국무위원, 루치우티엔(盧秋田) 인민외교학회장, 션꿔팡 (沈國放) 외교부부부장 등이 배석했다.
한편 조선중앙TV가 지난 4월 19∼21일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위원장의 비공식 중국 방문 활동을 담은 기록영화를 제작해 4월 29일 처음으로 방영한 바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장쩌민(江澤民)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과 회담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적절한 시기에 남조선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힌 인사는 장쩌민 주석인 것으로 추정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만난 고위급 인사 중에서 중복되는 인사는 장쩌민 주석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김한정 비서관은 이에 대해 "시인도 부정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김 전 대통령은 6·15 4주년 기념 남북 심포지엄과 6·15 관련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 위원장의 답방을 수 차례 공개 촉구한 바 있으며, 지난 30일 김 전 대통령을 만난 장쩌민 주석도 '김 위원장의 답방을 권유했음'을 밝힌 바 있다.
김한정 비서관은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의 방중시 <세계일보>가 보도한 'DJ 2차 방북설' 및 '북측 특사 면담설' 등과 관련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해당 언론사에도 정정보도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비서관은 이어 "김 전 대통령은 비밀리에 북측과 접촉할 하등의 이유가 없으며, 남북관계는 정부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진행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김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답방이 6자회담 성공에 도움이 되고, 남북관계를 굳건히 하고 또 진전시킬 수 있는 토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