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광산구를 무대로 지역 주민운동을 표방하고 있는 '아름다운 지역공동체 광산시민센터'(이하 시민센터)가 1년여의 준비기간 끝에 첫 발을 내딛었다. 광산시민센터는 지난 4일 오전 10시 광산구 운남동 운남초등학교 강당에서 60여명의 회원이 참가한 가운데 창립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선언했다.
태풍 '민들레'의 영향 때문에 비바람이 부는데도 불구하고 회원들은 지난해 준비위원회 시절부터 일궈온 활동들을 서로 돌아보고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창립총회에서는 기원주 광주시농민회장과 장연주 공동육아조합 대표가 공동대표로 선출됐다.
정윤 광산구 장애인협회 회장은 격려사에서 "요즘같이 살기 힘들고 이기주의가 만연한 때 우리 곁에도 이렇게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힘들 줄 알면서도 아름다운 마음을 지역사회에 봉사하겠다고 나선 것에 더 없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풍물패 '두드림'의 공연으로 시작된 2부 회원마당 시간에는 동별 장기자랑과 이어달리기, 퀴즈 맞추기 등이 펼쳐졌고, 부대행사로 마련된 바자회도 큰 인기를 끌었다. 시민센터는 회원들의 물품기증으로 마련된 판매 수익금을 어린이도서관 운영기금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효순-미선 추모위원 모집이 발단
광산시민센터 창립의 계기는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의정부에서 미군 궤도차량에 의해 사망한 미선이 효순이 두 여중생 추모 1주기를 맞아 700여명이 넘는 광산구 주민들이 흔쾌히 준비위원으로 호응하고 나선 것.
당시 준비위원은 단순한 서명운동 정도가 아니라 1000원, 2000원, 또는 5000원 등 추모기금을 직접 모은 사람들로 광주지역에서는 가장 많은 참여를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관심과 의지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발 딛고 서있는 지역 사회에서부터 나눔과 연대의 공동체가 필요한 것 아니냐'라는 공감대로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광산구는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지역이자, 향후 인구 50만명을 내다볼 만큼 광주시 5개구 중 가장 인구유입이 뚜렷한 지역. 반면 주민들 속에 뿌리내리며 성장해온 이렇다 할 주민 자치조직은 없는 터였다.
광주나 전남에서도 광역 단위를 활동무대로 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많지만 상대적으로 한 자치구 단위를 상대로 자신의 활동을 펼치는 단체는 극히 드물었다. 지방자치 제도가 도입된 지 10여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 지역사회와 동네의 문제에 관심을 돌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역공동체 꿈꾸며 낮은 곳에 시선 돌려
시민센터는 '아름다운 지역공동체'를 내걸고 지난해 8월부터 준비위원회를 구성, 주민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회원들은 갯벌체험, 감 따러 가기, 동별 가족 단위 나들이 등을 통해 서로의 친목을 다져오는 한편, 동(洞) '사랑방 모임'을 통해 이웃 간 벽을 허물어 왔다.
또 매달 2만부의 소식지를 발행해 생활주변의 따뜻한 이웃을 소개하는 한편, 주말농장과 농촌봉사활동 등을 통해 도시와 농촌간 공동체의 싹을 틔우기도 했다. 또 지난 5월에는 운남 근린공원에서 '518 광산구 행사'를 개최해 5·18의 정신을 지역 주민과 함께 되새기도 했다.
지난달 개원한 시민센터 부설 '어린이 도서관'도 자랑거리다. 이 도서관은 광주지역 최초로 민간이 주도가 돼 설립한 어린이 전용 도서관으로, 주민들의 문의와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1달여 전에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60대 한 노인이 어린이 도서구입에 써달라며 10만원의 도서구입권을 기부하는 일도 있었다.
자생적인 주민조직인 만큼 헤쳐갈 길이 쉽지는 안다. 시민센터는 낮은 곳에 더욱 눈을 돌려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포부다. 하반기 활동계획에 방과후 공부방과 어린이도서관, 그 밖에 독거 노인 돕기와 무료 진료 활동 등의 봉사활동을 프로그램을 내놓는 것도 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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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장연주(37) '광산시민센터' 공동대표와의 일문 일답.
- 회원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주부, 선생님, 자영업자, 공무원, 노동자, 학생 등 연령과 직업을 떠나 다양한 지역 주민들이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센터 활동에 힘을 보태기 위해 월 5,000원의 회비를 납부하고 있다. 회원은 200여명에 조금 못 미치는데 아무래도 주부들의 활동이 더 많은 편이다."
- 지금까지 해왔던 사업들은 무엇인가.
"이웃과 친해지기 위해 가족단위 야유회를 많이 갔다. 지역문화사업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환경 미술기행을 펼치고, 가족단위 주말농장도 운영했다. 5·18의 뜻을 기리기 위해 지난 5월 광산구 기념행사를 갖기도 했다.
무엇보다 지역민의 힘으로 세운 도깨비 어린이 도서관도 빼놓을 수 없다. 호응이 괜찮다. 치과 의사들의 도움으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틀니 사업을 펼치기도 했는데, 앞으로 자원봉사 활동으로 홀로 계시는 독거 노인들에게 반찬을 전해주는 일을 해 볼 생각이다. 이제 첫 출발인 만큼 천천히 시작할 생각이다."
- 활동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 어려운 점은?
"지역 현안 문제도 찾아보고 다양한 봉사활동도 펼치고 싶지만 욕심에 비해 손길이 부족하다. 재정을 스스로 마련하는 것도 과제중의 하나다. 참신한 생각과 열정을 갖는 분들이 의외로 많을 줄로 안다. 지역민을 위해 시간과 마음을 내줄 사람들을 기다린다."
- 공동체를 내걸고 있는데, 앞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은?
"현대인들이 오죽 바쁜가. 특히 직장인들은 자신과 주변을 돌볼 여유조차 없다. 하지만 나눔과 연대에는 장벽이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자신이 선 자리에서 노력봉사, 후원금, 격려의 말 등 조금씩 마음을 낼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내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센터가 표방하는 '아름다운 지역공동체'란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