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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봄 파병반대 집회에 참석한 작가회의 소속 문인들. 좌로부터 정희성(시인), 구중서(평론가), 고은(시인), 황석영(소설가), 강형철(시인).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전쟁은 인류의 근본적인 도덕을 말살하는 페스트요, 파병은 세계의 양심인류들에게 치명적인 독균을 매개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지난해 이라크전 발발 때부터 지속적으로 '미국의 침략전쟁 반대'를 주장해온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염무웅·이하 작가회의)가 김선일씨의 죽음으로 촉발된 국민들의 '추가파병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2건의 행사를 준비했다.

오는 9일(금) 오후 3시와 7시30분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리는 '거리 시화전'과 '시낭송의 밤-우리는 장미를 노래하고 싶다'가 바로 그것.

이번 행사를 실무차원에서 준비한 작가회의 산하 자유실천위원회는 "이라크전의 근본적 원인 규명보다는 폭력적 감성에 휘둘려 확전을 주장하는 세력과 파병철회 여론을 '이라크 저항세력의 주장과 똑같은 것'이라 호도하는 일부 보수언론의 태도를 경계한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거리에 뒹구는 아픈 말들을 거두어 그 상처를 치유하는 작가의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쟁반대와 추가파병 반대 의사를 천명하며 '거리 시화전'에 출품한 작가는 원로 고은, 민영 시인에서부터 중견 이상국, 곽재구, 이재무, 안도현 시인 등 30여명. 이외에도 압둘 와합 알바야티, 하미드 알 무크타르 등의 아랍 시인들도 이번 행사를 위해 작품을 선뜻 내놓았다.

'시낭송의 밤-우리는 장미를 노래하고 싶다'는 자유실천위원회 문동만 시인의 사회로 작가회의 반전평화위원장 오수연의 '반전선언문' 낭독과 정희성, 이경자, 안상학, 손세실리아 시인 등의 시낭송으로 진행된다. 가수 윤미진과 꽃다지의 공연도 함께 열릴 예정.

언론사에 미리 배포된 낭송작품 중 <안동소주>로 독자들에게 친숙한 안상학의 시 '미국 앞에서는 모든 나라가 동지다'를 읽는다. 파병반대 촛불시위 한번 나간 적 없는 기자지만 이내 더워지는 가슴과 시큰해오는 콧등.

해방군으로 들어간 미군들의 총구마다
장미꽃을 꽂아주던 이라크여 보아라
그들은 지금 그대들의 가슴 가슴마다
섬뜩한 총구를 겨누는 점령군이 아닌가
축구공을 차던 아이들의 눈빛을 누구에게 빼앗겼나
평화와 자유의 이름으로
그대들의 땅을 밟은 해방군은 처음부터 점령군이었다

이라크여! 이라크의 어엿한 국민이여!
오랜 독재에서 벗어나 환호하던 그대들이여
한순간 환각에서 깨어난 지금
독재보다 더 지독한
제국의 거미줄에 걸려 신음하는 그대들이여
이제야 보이는가
아이들의 처참한 주검 앞에
이제야 깨닫는가
차도르 벗겨진 아낙의 겁먹은 눈빛 앞에

오늘도
자동차에 영혼의 폭발음을 싣고
점령군의 가슴으로 뛰어드는 이라크여
화려한 탱크 한 대 부수려
열 자루 소총으로 맨몸을 던지는구나
최첨단 헬리콥터 한 대 부수려
백 개의 수류탄으로 뛰어드는구나
남부에서 북부에서 거리에서 사막에서
점령군과 대항하는 그대들은 해방군이다
그대들을 스스로 해방시키려는 아름다운 해방군이다

그렇다
아이들의 다리를 지키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일이다
아이들의 눈빛을 되찾는 것이 나라를 되찾는 일이다
하나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
하나의 생명을 사랑하는 것이 세상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대들의 피눈물겨운 아름다운 성전에
지금 이 나라는 젊은이를 보내려 하고 있다
손에 손에 총과 칼을 들려보내 그대들의 가슴을 겨누려 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의 젊은이를 국익 우선론 앞잡이로 만들지 않으리라
우리의 젊은 피를 그대들 성전에 미국의 총알받이로 만들지 않으리라
파병 반대!
이라크 파병 절대 반대!
세계 제일 제국의 폭력 앞에서는
모든 나라가 동지가 되어야 한다
-(미국 앞에서는 모든 나라가 동지다)


이미 70여 년 전 독일의 시인이자 희곡작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파시즘과 전쟁이 횡행하는 당대의 현실이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라 한탄했다. 그리고 2004년 오늘. 작가회의 소속 문인들은 브레히트 보다 더 슬픈 음성으로 통탄한다. "우리는 왜 추악한 전쟁이 아닌 아름다운 장미를 노래할 수 없는 것인가."

한시바삐 이라크전의 포성이 멎고, 정부가 추가파병 의사를 철회해 시인들이 '서정시'를 쓰고도 부끄럽지 않은 시대 속에서 살게되기를 기자 역시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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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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