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이번 여행에 있어 '만리장성에 직접 올라보는 것'뿐 아니라 또 하나의 중요한 목적은 최소한의 경비로 최대한의 알찬 여행을 체험하는 것이었다.
그 첫 번째로 비행기표는 그동안 몇 년에 걸쳐 모아 두었던 마일리지를 이용했는데 결국 내가 적립한 것을 한 번에 사용한 것임에도 왠지 ‘공짜’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이 뿌듯했다.
약 두 시간의 비행으로 베이징에 도착한 나는 공항에서부터 약간 실망(?)했는데 다름 아닌 공항의 규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다소 작았다는 점과 시내로 들어가는 택시를 기다리는 정류장에 지저분하게 떨어진 각종 명함과 나도 모르게 내 바지 주머니와 배낭 속으로 꽂혀진 수많은 여행사 관련 명함이었다.
중국어를 몰라 어떤 내용인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항공권 구입 등과 관련한 내용인 듯했는데 택시에서 내려 명함들을 정리하니 약 20여 장이나 됐다.
“외국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 나 역시 이번 여행에서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우선 베이징 국제공항에 설치된 텔레비전은 모두 3개의 브랜드가 있었는데 중국 내 브랜드 가치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최근 국내 소형가전 시장에도 진출한 전자브랜드 ‘하이얼(海爾)’, 그리고 나머지 두 개가 우리나라의 브랜드였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좋은 자리에 당당하게 국내 브랜드가 자리하고 있는 모습에서 나도 모르는 뿌듯함과 한국인으로써의 자랑스러움(?)까지도 느끼게 됐다.
공항뿐 아니라 시내로 들어가는 중간 중간에 설치된 대형 간판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광고를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는 북경현대의 소나타 자동차 광고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베이징 택시는 모두 빨간색으로 차종은 씨트로엥이 거의 대부분인데 차의 등급에 따라 요금도 구분되어 있다.
이에 반해 최근 북경현대 자동차의 ‘소나타’도 택시로 운행되고 있었는데 색깔은 빨간색이 아닌 검은색이다. 그리고 소나타는 고급차라는 인식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현지에서 들은 내용으로는 베이징에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씨트로엥 택시를 ‘소나타‘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또 한 번 우리 자동차에 대한 자부심을 경험하는 기회가 됐다.
베이징 시내에서는 사뭇 한국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많은 한국 관련 상품광고와 낯익은 브랜드들을 볼 수 있었다. 거리를 달리는 버스광고는 물론 정류장의 안내판, 상점의 휴대폰매장, 피자가게에서까지도 눈에 익은 한국 브랜드가 즐비했다.
한국 상품은 거리뿐 아니라 대형 슈퍼마켓에서도 당당하게 주요한 자리에 있었는데 초코파이는 물론 컵라면, 껌, 과자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브랜드가 중국인들의 일반 생활에 고급상품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한국의 상품은 소비재뿐 아니라 승용차와 버스는 물론이고 베이징 시내의 공사현장에서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주황색의 포크레인까지 다양했다.
주황색의 포크레인에는 선명하게 우리의 브랜드가 붙어 있었는데 베이징의 공사현장은 물론 중국정부가 범정부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중국 내륙개발 사업인 ‘서부대개발’ 사업 현장에서도 우리의 포크레인과 불도저, 덤프트럭이 활약하며 중국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
우리는 지금 외국에서 내 나라의 브랜드와 상품을 발견하는 것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닌 시대에 살고 있다. 거대한 LNG선과 컨테이너선, 자동차와 기계류는 물론이며 과자와 라면, 껌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우리의 상품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우리의 한글과 브랜드, 상품들을 보면서 느끼는 감동은 여전히 크게 남게 되는데 그것은 아마도 우리의 그것이 가지는 강력한 마력 때문일 것이다.
나는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을 보았다.
앞으로 중국에서 더 많은 한국을 볼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시절을 기약하며 베이징에서의 내 맘대로 구경하기는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