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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건설에 대해 종이신문들이 연일 핏대를 세우고 있는데 비해 인터넷은 의외로 조용하다. 네티즌들에게 아직 중요한 아젠다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면 행정수도 건설은 이라크 파병이나 김선일의 죽음, <서프라이즈> 사태 등보다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 중요한 일이다. 조·중·동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조·중·동은 행정수도 건설 계획을 좌절시키기 위해 작정이라도 한 듯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가 6월 8일 잠정안을 공개한 이후 연일 스트레이트 기사와 사설, 칼럼, 기고 등을 총동원하여 흠집을 내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잠시, 자칭 '기념비적 보고서'라는 언론학회 탄핵방송 보고서의 엉터리 기준을 상기해 보기로 한다. 한국에서 갑자기 유명해진 다니엘 할린의 3가지 이슈영역모델이라는 것이다.

할린은 보도영역을 합의의 영역, 합법적 논쟁 영역, 일탈영역으로 나누었는데 오직 사회적으로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논쟁의 영역에서만 객관성, 균형성, 공정성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주장이다.

보고서가 할린의 모델을 입맛대로 적용했을 뿐 아니라 이 모델 자체도 보편성을 결여하고 있다. 이를테면 9·11 테러는 일탈행위이기 때문에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럴까? 그건 미국에서의 국지적 현상일 뿐이다.

당시 미국 언론이 균형을 상실한 일방적인 보도를 했기 때문에 아프간과 이라크 침략전쟁이 가능했던 것이다. 만일 미국 언론이 테러의 근본적인 원인을 추적했더라면 양상은 달랐을 수도 있다. 공정성은 어느 영역에서나 존중해야 하며 또 그 공정성은 기계적 균형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러면, 조·중·동이 추켜세운 그 엉터리 기준을 행정수도 보도에 적용해보자. 행정수도 건설은 분명히 합법적 논쟁의 영역에 속한다. 그렇다면 객관성과 균형성 그리고 공정성의 원칙을 적용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조·중·동은 그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 마치 합의의 영역인양 지독한 편파보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거의 매일같이 등장하는 사설의 논조는 100% 반대 주장과 그릇된 선동으로 충만하다. 논쟁의 성격을 갖는 칼럼 역시 지독하게 편향돼 있다. 6월 8일의 추진위 발표 이후 7월 7일까지 한 달 동안 행정수도를 주제로 한 조·중·동의 내부 칼럼과 외부 기고는 총 28건이었는데, 반대가 26건에 찬성이 2건이었다. 찬성 칼럼은 <조선>의 외부 기고 2건이 전부다.

이게 논쟁적 사안을 다루는 언론의 태도인가? 나에게도 돈과 시간을 제공해주면 진짜 '기념비적 보고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양적 분석 뿐 아니라 질적 분석을 해보아도 편파적임을 알 수 있다. 이 신문들은 어지간해서는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수도이전' '천도' '새 수도' 등 본질을 왜곡하는 선동적인 표현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조·중·동은 왜 갑자기 행정수도에 대해 반대하고 나서는 것일까? 그렇다. 갑자기다. 작년 12월 말 행정수도 특별법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통과되는 과정에서도, 또 그 이후에도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지난 20년 이상 동안 수도권 과밀 문제가 쟁점이 될 때에는 천도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신문들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표변한 것일까?

해답은 '노무현 죽이기'다. 탄핵에 실패한 반동적 수구세력이 참여정부 최대의 역점사업인 행정수도 건설을 좌절시킴으로써 탄핵에 준하는 괴멸적 타격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로 행정수도 건설계획이 좌초한다면 노무현 정권은 식물정권이 되고 말 것이다. 그렇게 해서 다시 수구세력이 정권을 차지하도록 한다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새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심은 조·중·동도 노무현도 아닌 네티즌들이다. 네티즌들이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노무현 찬가만을 반복하는 <서프라이즈>나 걸핏하면 지지를 철회한다느니 지지자들이 떠나고 있다느니 하며 주절대는 팔랑개비들이나 가볍기는 매 한가지다.

교회 목사에 따라 흔들리는 신앙이 되어서는 안 되듯이, 대통령이나 정부의 정책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면 행정수도 건설도 반대할 건가? 행정수도 건설은 박정희 이후 역대 대통령들이 예외 없이 추진해온 해묵은 과제다. 그게 비로소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와서 조·중·동의 지면을 빌어 천도 대신 다른 대안을 찾자고 주장하는 지식인들은 참으로 가증스럽다. 내용에 대해서 부분적으로 보완을 주문할 수 있을 뿐 다른 대안은 없다.

행정수도 건설 흠집 내기는 제2의 탄핵사태다. 이게 좌절되면 노 정권이 문제가 아니라 민주화와 개혁의 공든 탑까지 무너지게 될 것이다. 네티즌들이 행정수도 건설 지지운동이라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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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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