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현재 50여 개가 넘는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중국인구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한족(漢族)을 비롯해 조선족, 만주족, 몽고족, 회족, 위그르족, 장족, 이족, 백족, 하니족, 묘족 등 그 수를 하나하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민족들이 살고 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중국에 살고 있는 이슬람권 민족들의 삶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사실 거리에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모습만으로는 소수민족임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옷차림은 물론 얼굴 모습이 모두 비슷하게 생기기도 했거니와 중국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은 그들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
‘아판디’라고 하는 이슬람 대형 레스토랑에서 만난 그들은 확연히 중국인들과는 많이 달라보였다. 흡사 아랍 쪽의 사람들과 똑같았는데 유창한 중국어를 하는 모습에서 약간은 의아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들은 바로 중국의 소수민족중 하나인 ‘위그르족’으로써 이슬람문화를 지키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슬람 레스토랑 ‘아판디’에서는 위그르인들이 주식으로 먹는 음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다양하게 조리된 양고기가 주 메뉴이다.
이곳은 베이징에서도 유명한 이슬람 레스토랑으로 해외 여행객들은 물론 베이징 주재 외국인들도 자주 찾아 이슬람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아판디’에서는 양고기뿐만 아니라 위그르족의 전통 음악과 춤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으므로 베이징을 찾는 여행객들이라면 꼭 한번 찾아보는 것도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베이징에서 이슬람문화를 경험하는 일은 ‘아판디’와 같은 전통 레스토랑을 찾는 것 말고도 시내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길거리의 간판에 쓰여진 아랍어는 물론 상점에 걸린 달력에도 아랍어가 중국어와 함께 병기되어 있는 것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으며 화폐의 뒷면에서도 아랍어를 찾아 볼 수 있다.
이슬람인들의 대표적인 영양섭취용 육류인 ‘양고기’를 파는 베이징 정육점에서도 아랍어로 된 간판을 볼 수 있다. 베이징에서는 중국인들뿐 아니라 위그르족 등 많은 이슬람인들을 대상으로 양고기를 파는 정육점 풍경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곳 정육점에는 냉장고가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정육점은 나무로 만들어진 도마 위에 고기를 올려놓거나 끈으로 매달아 놓고 판다. 이 모습이 오래전 사진에서 본 우리의 정육점 풍경 그대로다.
베이징에서 위그르족 등 다양한 소수민족들의 삶을 보면서 문득 ‘우리는 하나의 민족’이라고 배우며 들어왔던 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하나의 민족(단일민족)으로써 무엇이 자랑스러운가?
글로벌시대를 살아가는 오늘 우리는 민족과 인종의 차이보다는 서로 다른 사람들과의 융화, 배타적이지 않으며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는 마음가짐이 더욱 필요하다. 나와 다른 이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들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일은 세계화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기본자세일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온 많은 외국인들이 경제활동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들을 배타적인 시선이 아닌 나와 함께 살아가는 지구촌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의 자세야말로 내가 ‘한민족’이어서 자랑스러운 이유일 것이다.
나는 베이징에서 중국문화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살아가는 이슬람 사람들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