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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서리 콩서리로 배를 채울 수 없던 불알친구들은 틈만 나면 한여름 땡볕이 일렁이던 날 골짜기로 향했다. 대여섯 동무들이 백철 솥과 숟가락을 챙기고 된장과 고추장, 고춧가루를 한군데 섞고 마늘 두 통, 양파 하나와 쌀 몇 줌을 챙겨 냇가를 따라 올라간다. 코흘리개들의 천렵(川獵).
“야 저거 뭐야?”
“안돼 임마. 우리 엄마한테 큰일 나.”
“야 색꺄 괜찮아.”
군중심리에 길들여진 우리는 모른 채하며 부추겼다. 그 중 한 아이가 마룻바닥에 놓여있던 수박을 얼른 자루에 담아 들춰 맨다. 매미가 한 여름을 더 덥게 울어댄다. 오리 쯤 되는 거리를 다락논두렁 풀숲 길을 따라 걸었다.
좁은 냇가로 들어갔다. 무릎도 차지 않을 얕은 보엔 피라미가 휩쓸려 다닌다. 물이 어찌나 맑은지 돌과 고기, 다슬기가 쉽게 구별이 간다. 족대도 없다.
“휘휘” 휘파람을 불며 양손을 펼치고 한쪽으로 몰아가 손으로 물고기를 직접 잡는 아이들. “야-” 소리를 지르며 “첨벙첨벙” 뛰며 몬다. 궁지에 몰려 떠다니는 고기는 숨기에 바쁘다. 두 손을 돌 사이에 넣고 빠져나오지 않게 갖다댄다.
“야 잡았다.”
붉은빛에 푸른빛이 돌아 무지개색이다. 비늘이 하얀 것, 거무튀튀한 것을 건져 올렸다. 그렇게 한 시간 여 잡아나갔다. 망둥이 꺾지도 보였다. 세시를 넘기자 다슬기가 돌 언저리에 더덕더덕 붙었다.
“야! 도저히 무거워서 안 되겠다.”
“글면 쩌기 물에 담가 놓고 너도 잡아라.” 수박을 자루 째 물에 담가 놓고 피리, 쉬리, 모자때기, 중보때기 등 떠다니는 물고기와 망둥이, 꺾지, 미꾸라지, 다슬기를 잡히는 족족 넣는다.
“나 찡게미 잡았어.” 친구 손에서 “토도독” 징게미가 튄다. “야 가재도 있다.” 다들 신이 났다. 얼추 끓여 먹을 만큼 되자 아이들은 물보라가 이는 작은 폭포수 아래에 진지를 틀었다.
“야, 쩌기다 수박 담가 놔.” 몇 명은 고기를 골라 잡고기만 들고 가서 배를 딴다. 비린내가 진동을 했다. 부레와 창자가 하얗게 둥둥 떠내려간다. 솥단지를 걸고 마른 나뭇가지를 구해온다. 나는 물에 쌀을 씻어 불려 놓았다.
양념과 쌀을 넣고 친구 밭에서 몇 개 따고 뜯어온 풋고추를 손으로 부시고 호박은 숟가락으로 자르고 호박 줄기도 껍질을 벗기고 배춧잎과 쌀을 넣고 푹푹 끓인다. 잡고기를 먼저 넣고 센 불로 끓였다. 마지막으로 가재와 징거미를 넣자 어죽은 금세 발개져 먹음직스럽게 변했다.
야생 초피 잎까지 따서 넣었다. 한 솥 가득 끓어 푹 퍼지는 동안 세평쯤 되는 웅덩이에 들어가 물싸움을 벌이니 아랫도리가 꽁꽁 언 듯 찰싹 달라붙어 오물아든다.
빨치산 후예인 듯 거지나 동냥치인 듯 솥단지째 잡고 바닥에 질질 흘리며 숟가락으로 퍼 먹었다. 가시가 조금 있을 뿐 가재와 징게미는 아사삭 고소하게 씹힌다.
“후후~”
“아 뜨거워.”
푸성귀는 적당히 녹고 가재와 징게미는 고추보다 붉다. 초피를 넣어선지 비린내는 온데간데없고 알싸하면서도 깔끔하다. 얼큰한 어죽을 땀을 뻘뻘 흘리며 먹으니 기분 만점이다.
배터지도록 먹고도 1/3 가량이 남았다. 훔쳐온 수박 통을 바위에 쳐서 깼다. 한 조각씩 나눠 숟가락으로 퍼 먹으니 설탕보다 달큼했다. 먹다가 다시 폭포수를 맞고 바위틈을 기어올라 씨를 누가 멀리 뱉는 시합을 하며 물놀이를 즐겼다.
한 여름에도 몸이 3월 얼음 녹은 물처럼 싸늘했다. 적당히 배가 꺼지자 살짝 데워 다시 떠먹고 오후를 즐겼다. 너무나 시원한 하루였다. 다음날 우린 친구네로 불려가 작대기로 흠씬 두들겨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