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람들 생활모습은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나는 여행지에서 만나는 현지인들보다는 중국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모습이 궁금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후퉁(胡同)이라 불리는 베이징 시내의 뒷골목이다. 후통은 자금성의 서북쪽에 위치한 베이하이(北海) 공원 근처에 있으며, 이곳을 찾는 여행객을 위해 후퉁 관람 프로그램이 있다. 그 프로그램은 인력거를 타고 약 1시간 정도 베이징의 뒷골목을 관람할 수 있는 것이다.
이곳 인력거는 자전거를 개조해 만들어진 것으로 인력거보다는 자전거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다. 안내 팸플릿에는 인력거 이용요금이 한 사람 당 180元으로 표기 되어 있었는데, 흥정을 잘하면 훨씬 적은 금액으로 후퉁을 돌아볼 수 있다고 함께 동행 했던 분이 귀띔해 주었다. 여행지에서의 흥정하는 기회도 즐거운 추억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왕샤오슈아이 감독의 영화 <북경자전거>에서 본 베이징의 뒷골목 풍경을 상기시키며 인력거를 타고 후퉁을 들어선 나는 조금 실망했다. 인력거가 생각보다 너무 빨랐고, 여행객을 위한 관광지로 개발되어서 인지 영화에서 보았던 모습은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물론 중간 중간에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인력거를 세워서 설명도 해 주었는데, 중국어를 모르는 나로서는 그리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인력거꾼은 후퉁에서 꽤나 유명하고 중요한 이야기가 있는 건물 앞에서 인력거를 세워 그곳의 내력을 설명해 주었는데 그 열정만큼은 참으로 고마웠다.
다음에 이곳을 온다면 반드시 걸어서 후퉁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동안 사진에서만 보았던 후퉁의 명소(?)인 ‘거리 이발소’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내가 그곳을 지날 때에는 머리를 모두 깎은 후 정리를 하고 있어서 멋진 모습의 사진을 남길 수는 없었다. 급하게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대고 있는데도 머리를 깎던 아주머니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수없이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지나다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중국에서는 큰 도로를 다제(大街)라 하고 주택가의 골목을 후퉁(胡同)이라고 부르는데, 베이징에만 큰 후퉁이 3000여개가 넘으며 작은 후퉁은 셀 수 없이 많다. 후퉁이란 말은 원나라 때 몽골인들이 붙인 이름으로 ‘벽’을 뜻하고 넓이는 보통 2~3미터정도의 좁은 길로 베이징의 다제와 함께 거미줄 같은 도로망을 형성하고 있다.
인력거를 타고가면서 인력거꾼은 여행자에게 각종 옵션 투어를 제시하기도 하는데, 후퉁에 있는 각종 시설의 입장을 권하기도 한다. 물론 여행자의 의지로 취사선택을 하면 된다. 일반 가정집을 구경하고 녹차 한 잔을 접대 받을 수 있는 옵션 정도는 한번쯤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듯하다.
옵션투어로 방문한 곳은 일반 가정집이라고 표현했지만 수십 수백년이나 된 가구와 거실 풍경에서 일반적인 중국 사람들의 가정은 아닌 것 같다. 그 집은 꽤나 정리되어 있었으며 이집 주인아저씨의 모습에서도 여유로움을 볼 수 있었는데 내가 나름대로 기대했던 모습은 찾을 수 없어서 조금 아쉽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현재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베이징의 주거와 교통을 정비하고 있어 오래되고 지저분한 후퉁을 재개발 하는 모습을 시내에서 어렵지 많이 볼 수 있다. 수 십년 때로는 수 백년의 역사를 간직한 후퉁의 집들이 무너지고 재건축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 아쉽다고 느끼는 것은 여행객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나만의 욕심일까?
베이징의 진정한 역사와 문화적 풍취를 느끼고 싶다면 후퉁에 들러볼 것을 권한다. 빨간 완장을 차고 길을 걷는 아주머니들과 따르릉거리며 당신의 등 뒤에서 길을 비키라는 <북경자전거>의 행렬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