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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주최 아파트분양원가공개관련 공청회가 12일 오후 국회 본관에서 열려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의견이 교환됐다.
ⓒ 이종호
여전히 평행선만 그었다. 열린우리당은 분양원가 논란과 관련한 대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건설교통부와 시민단체의 의견을 원칙없이 끼워맞추기에만 급급했다. 건설업계와 건설교통부도 분양가 원가연동제에서 한발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할 뿐, 타협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은 12일 오후 국회 본청 145호에서 지리하게 끌어온 아파트 분양원가공개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공청회를 마련했으나, 여당의 준비부족과 정부의 고집스런 연동제 집착으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박완기 경실련 시민감시국장과 권도엽 건교부 주택국장이 발제자로 나섰고, 김자혜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사무총장, 박상돈 열린우리당 의원, 이방주 한국주택협회 회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사회는 안병엽 열린우리당 제3정책조정위원장이 맡았다.

안병엽 열린우리당 제3정책조정위원장은 이날 공청회가 끝난 뒤 "원가공개의 범위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혔다"고 자평했지만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불만족스런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여당은 25.7평 이하 아파트에 대해서는 '원가연동제와 원가공개제'를 혼합하는 방향으로 분양정책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건교부·건설업체 "분양원가공개 어떤 식으로든 수용할 수 없다"

건교부와 주택업계는 분양원가공개 반대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권도엽 건교부 주택국장은 분양원가공개가 공급위축, 시장원리 위배, 주택산업 발전 저해 등 부작용이 크다는 사실을 집중 부각시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공 등 공공주택의 분양원가도 "민간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심지어 "원가공개는 어떤 식으로든 채택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을 정도로 분양원가공개 반대 의지는 완고했다. "임대주택을 빼고는 사적 재화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공급 가격을 다 통제하고 지원하라는 것이냐"며 신경질적인 반응도 보였다.

한때 시민단체 쪽이 요구하는 원가공개의 범위가 10∼15개 항목 정도에 불과하다는 발언이 나올 때 "그러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다소 유연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지만 다시 반대쪽으로 선회하기도 했다.

이방주 한국주택협회장 "민간에게도 택지개발 실질권한 달라"며 한술 더 뜨기도

이방주 한국주택협회장도 거들었다. 이 회장은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은 기업 경영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면서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또 그는 "원가 문제가 거론되면 끊임없이 원가논쟁에 휘말리기 때문에 기업이 버텨내지를 못한다"고도 했다. 원가 공개가 곧바로 건설업계의 '도산' → 주택공급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발언이었다.

특히 이 회장은 지역별·분양모델 별로 원가를 공개하면 건설업체의 장사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세한 원가를 공개하는 것이나 간단하게 원가를 공개하는 것이나 파장은 같다"며 범위에 상관없이 원가공개 자체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한술 더 뜨기도 했다. 그는 민간 업체들도 한국토지공사처럼 택지개발을 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한(강제수용권)을 달라고 요구까지 했다. "건교부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서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점도 아울러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쪽은 서울시가 동시분양 아파트의 원가를 공개한 범위 만큼만이라도 공개할 것을 촉구하며 맞섰다. 특히 경실련 쪽 관계자들은 원가공개는 '최소한의 요구'일 뿐 이라며 궁극적으로 소형 평형 아파트의 공영개발 전면 확대, 후분양제의 조속한 도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분양원가공개는 '최소' 요구...공영개발·후분양제 조속 도입 촉구

박완기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최근 화성 동탄지역에 시범단지 분양에서 무려 58%가 일반분양이 됐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이는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분양가 때문에 무주택 서민들이 계약을 포기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박 국장은 지난 3월 실시한다던 공공택지 분양가 공개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건교부의 정책 신뢰성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건교부에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공기업인 주공과 공공택지를 분양받은 아파트의 원가공개는 '최소한' 필요하다고 본다고 경실련의 주장을 정리한 뒤 "국민적 합의가 형성된 사항을 번복하지 말고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라"고 여당을 질타했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시민단체의 요구는 선분양이라는 업체에 유리한 제도하에서 최소한 분양계약서 뒤에 건축비 내역서와 토지비 평수와 가격, 건축비 평수와 가격 등을 보고 도장을 찍자는 것"이라며 당정의 이해와 수용을 부탁했다.

"만약 건설업체가 계약서에 제시된 건축비 내역과 다르게 아파트를 건축해 분양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었다. 이마저도 수용 못한다면 소비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전무하다"는 것이 이어진 김 본부장의 설명.

▲ 열린우리당 주최 아파트분양원가공개관련 공청회가 12일 오후 국회 본관에서 열려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의견이 교환됐다.
ⓒ 이종호
열린우리당 대안 제시 없이 '어쩡쩡한' 접점찾기에만 '골몰'

그러나 공청회를 주최한 열린우리당 쪽은 건교부와 시민단체의 '접점찾기'에만 골몰할 뿐 이렇다할 대안조차 내놓지 않았다. 분양원가공개와 분양가연동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또다른 대안을 찾자는 의도였지만, '어정쩡한' 합일점만 도출했다는 지적만 낳았다.

특히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은 건설업자들에 대한 취재 내용만을 인용할 뿐, 무주택자나 서민들의 '케이스'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때문에 공청회가 끝난 뒤 시민단체 관계자들로부터 "건설업자만 대변하려고 나온 건가"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국회 건교위 소속 박상돈 열린우리당 의원은 두 발제자의 발제문에 대한 직접적인 논평은 마다한 채 "대안적인 노력이 있을 법 한데 양쪽은 1년 반이 흘러도 전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정말 불가능하냐"고 중재부터 하고 나섰다.

"기업의 기술 노하우가 노출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표준원가를 제시하고 그런 정도의 수준에서 공개하는 등의 대안도 가능하지 않겠냐"고 제안했지만, 양쪽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좀처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자 박 의원은 건설업자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전하며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공급가를 낮추기 위한 것인데, 공개함으로써 오히려 분양가를 높이는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며 원가공개의 부작용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한편, 안병엽 열린우리당 제3정조위원장은 공청회가 끝난 뒤 "25.7평 이하는 원가연동제를 기본으로 하되 소비자들이 알아야 하는 부분을 최대한 공개하는 쪽으로 검토하겠다"는 절충안을 기자들에게 제시했다.

이에 따라 25.7평 이하 아파트의 분양가정책은 분양가연동제를 기본틀로 하되, 표준건축비의 내역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방향으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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