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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린이집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
한 어린이집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 ⓒ 이보미
둘째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8월에 일주일간 여름방학에 들어간다고 한다. 혹시나 하고 막내녀석 놀이방의 계획안을 보니 역시나 4일간 방학을 한다. 두 녀석을 보내는 곳이 다르니 서로 방학기간이 겹치지 않으면 어느 한쪽에 번갈아 맡기기라도 하련만 기간이 겹치면 달리 도리가 없다.

맞벌이를 하다보면 아이들이 아픈 것 다음으로 난감할 때가 맡기고 있는 보육시설이 방학에 들어갈 때다. 물론 보육시설 선생님들도 직장인이기에 휴가가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이럴 때는 '아이들을 어디에 맡겨야 하나'하는 걱정에 한숨만 나온다.

지난 겨울방학에는 다행히 막내가 다니는 놀이방이 방학을 하지 않아 둘째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방학 동안 놀이방 신세를 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것도 안될 모양이다.

물론 믿는 구석은 있다. 차로 20분 달리면 도착하는 시댁이다. 아침마다 아이들을 할머니댁으로 데려다 주고 퇴근하면서 다시 데려오기를 일주일간 해야 할 참이다. 이럴 땐 그나마 믿고 기댈 수 있는 시댁이 가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그러나 시댁에 아이들을 맡기려면 지금보다 1시간은 빨리 아이들을 깨워야 한다. 잠에 취한 아이들을 깨우는 것도 일이지만 나이드신 어머님께 아이들을 맡기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한참 활동량이 많은 아이 뒤를 따라다니는 건(그것도 한창 바쁜 농사철에) 어머님께도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보육시설이 방학에 들어가면 부모들은 선택을 해야한다. 아이를 가까운 지인에게 맡기거나 따로 시간당 보육비를 내고 방학기간이 다른 타 보육시설에 맡기거나(이 경우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방학기간동안의 보육비를 감면해 주지도 않는다), 부모가 아이의 방학기간과 휴가를 맞추거나.

학원연합회 등에 소속된 보육시설들이 일시에 방학에 들어가면 그나마 보육시설에 맡기기도 힘들고 방학 며칠동안 낯선 곳에 아이를 달랑 보낸다는 것도 아이에겐 불안하고 힘든 일이 된다.

아이가 눈병이나 수족구 등 전염성 질병을 앓을 때 역시 문제다. 보육시설에선 다른 아이들에게 옮길 것을 우려해 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내지 못하게 한다. 이럴 때 가까운 지인이라도 없으면 아이 때문에 부부가 번갈아 휴가를 내는 경우도 생기고, 정 안될 때는 아픈 아이를 집에 홀로 남겨둬야 한다. 아픈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다른 아이들에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다. 아픈 아이를 혼자 집에 둘수는 없지 않겠는가.

지난 6월 11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정부에선 산전·후 휴가확보와 육아휴직의 활성화를 추진하고 취업모에게 가정보육교사를 파견·지원하는 제도를 시범운영한다고 한다. 또 야간보육, 유치원 종일반 운영, 휴일보육 등 다양한 시간연장형 보육·교육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만6∼8세아는 부모의 퇴근시간까지 방과후 교실을 운영하는 등 보육정책 개선안을 내놓았다.

정부에서 다각적인 방향으로 아이들의 보육정책에 신경을 쓰는 건 너무도 반갑다. 하지만 이왕이면 보육시설이 단체로 방학에 들어갈 경우나 아이들이 수두나 눈병, 수족구, 구내염 등 전염의 우려가 있어 시설에 보내지 못하는 경우의 지원방안도 강구해 주었으면 한다.

야간보육이나 휴일보육도 반갑지만 부모가 일을 해야하는 시간에 보육시설이 쉬어 맡길 곳이 마땅치 않거나, 아이의 사정으로 보육시설에 보낼 수 없는 경우에 정부가 대안을 제시하고 정책적인 지원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보육시설을 돌아가면서 쉬도록 유도하고 휴가에 들어가는 시설의 아이들 중 시설에 꼭 맡겨야 하는 아이는 다른 시설에서 휴가기간 중에만 보육을 맡아준다던가, 수두나 눈병 등으로 시설에 보낼 수 없을 때는 집으로 보육교사를 파견해 돌봐주는 방안은 어떨까?

보육시설을 쉬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보육시설에 다니는 아이는 쉬는데 돌봐줘야할 부모는 쉴 수 없고 가까이 아이를 맡길 곳도 없을 때, 아픈 아이를 시설에 보낼 수도 없고 곁에 돌봐줄 사람이 없고 부모도 쉴 수 없을 때 맞벌이 부모는 정말 도움이 필요하다.

이럴 때 정부가 도와주기를 바라는 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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