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오 벗님네야 이내말씀 들어보소
제발 한번 들어보소
나는 죽어도 한이 없으니
한글날은 살려주소 한글날은 살려주소
전택부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범국민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이보오 벗님네야’ 라는 글에서 “나는 죽어도 한이 없으니 한글날은 살려 주소”라고 호소한다. 이에 국회에서 메아리가 들린다.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범국민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열린우리당 신기남 대표 등 여야 의원 67명은 현재 기념일로만 돼 있는 한글날을 국경일로 하자는 내용의 ‘국경일에 관한 법률 중 개정법률안’을 15일 공동 발의했다.
공동발의한 의원들의 제안 이유를 보면 첫째, 문자 창제는 국가 건립일과 같은 상징성을 가지고 있으며 말과 글은 민족문화의 요체로서 '한글'은 우리문화를 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둘째, 21세기는 정보의 질과 양 그리고 속도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되므로 정보화에 가장 편리한 한글의 중요성을 드높여 정보화 시대에 대응하며 셋째, 한글은 현존하는 수천의 문자 가운데 창제 연월일과 창제자를 알고 있는 유일한 문자로서 우리 민족사에 가장 빛나는 문화유산임을 들고 있다.
원래 한글날은 1949년 법정 공휴일로 지정됐으나 1990년 한가위 연휴가 하루 늘면서 공휴일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법정 공휴일에서 빠졌다.
이후 한글날 국경일 승격을 위해 한글단체들이 꾸준한 노력을 해오다 2000년 2월 5일에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범국민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본격적인 운동에 나서게 되었으며, 그 결과가 국회의원들의 ‘국경일에 관한 법률 중 개정법률안’ 발의로 나타난 것이다.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범국민 추진위원회는 ‘한글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한다.
“우리는 누구나 한글의 주인이며 한글을 사랑하고 빛내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시급히 이루어야 할 일은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여 온 국민의 으뜸가는 경사스런 날로 선포하고 받드는 일입니다. 우리는 이번 17대 국회의 정기 회기가 시작되는 9월을 전후해서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드는 일을 기필코 이룩하여야 합니다. 16대 국회 때 통과시키지 못한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법률’을 이번에는 꼭 통과시키도록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쳐서 온 힘을 기울여야만 합니다.”
실천하는 방안으로는 ‘한글사랑 카드’ 가입 운동에 적극 동참하기를 권하고 있다. ‘한글사랑 카드’는 비씨카드, 기업은행, 한글인터넷주소 추진 단체가 공동으로 만든 것이며, 사용금액의 0.2%를 한글 국경일 제정 운동 및 그 밖의 한글문화 운동에 쓰인다고 한다.
16대 국회에서 한자 사용을 늘리자는 뜻의 ‘한자교육진흥법 법안’이 제출돼 찬반 논란을 불러 일으킨 적이 있었고, 아직도 정부 부처와 정치권 일부는 공휴일이 많다는 뜻을 가지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어 한글날 국경일 제정법안이 17대 국회에서 제대로 통과될 지는 마음 놓을 일이 아니다.
연합뉴스 7월 16일자 <연합시론> ‘한글날은 당연히 국경일 돼야’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이 보인다.
“우리는 한글날 국경일 환원 움직임을 환영하면서 우리 민족의 주체성을 살릴 수 있는 상징적인 날로서 한글날이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의 4대 국경일에 결코 못지않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엄민용 굿데이(goodday) 교열부장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린다’고 했다. 주시경 선생이 우리에게 전하는 따끔한 가르침이다. 말과 글이 병들면 그 말과 글을 쓰는 언중의 정신도 피폐해지기 마련이며, 썩은 정신으로 위대한 문명을 이룬 민족은 어디에도 없다. 주시경 선생의 가르침은 만고의 진리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글인 한글과 우리나라의 번영을 위해서라도 한글날은 국경일이 되어야 한다.”
이대로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범국민 추진위원회 사무총장은 “모처럼 여당의 대표를 비롯하여 많은 여야 국회의원이 발의했으니 만큼 이번에야말로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며 “한글날이 국경일로 승격되는 날 광화문에서 만세를 부르겠다. 드디어 세종임금님과 주시경, 허웅 선생님 등 선각자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되는 날이기 때문”이라는 속마음을 드러낸다.
여야 의원들은 법률안에서 “우리 민족사에 가장 빛나는 문화유산을 기리는 날로 승화시킴으로써 국민의 자긍심을 드높이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적어도 여당의 대표가 대표발의를 하는 이상 한글단체들은 큰 기대를 걸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