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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감사원의 카드특감 결과가 발표되면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고 있다. 또 국민의정부 이래 카드정책을 추진해 온 경제수장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왼쪽부터 이헌재 부총리, 강봉균 의원, 강철규 공정위장, 전윤철 감사원장.
16일 감사원의 카드특감 결과가 발표되면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고 있다. 또 국민의정부 이래 카드정책을 추진해 온 경제수장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왼쪽부터 이헌재 부총리, 강봉균 의원, 강철규 공정위장, 전윤철 감사원장. ⓒ 오마이뉴스
감사원이 16일 발표한 카드특감 결과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고 있다. 감사원이 무려 5개월이나 투자해 특감을 벌인 기간에 비해, 그 처벌은 너무나도 초라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이날 오전 카드특감 결과 발표에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규제개혁위원회에 '기관주의' 조치만 내렸고, 직접적인 감독 책임이 있는 금융감독원 김중회 부원장 1명에 대해서만 문책성 조치인 '인사통보'를 보냈다.

이 외에 감사원은 현행 금융감독기구체계가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 금감원이 갖고 있는 금융기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조사나 금융기관 설립 인·허가 업무 등을 금감위로 넘기도록 요구했다. 감사원 조치를 보자면, 사실상 '400만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카드정책 입안자나 실무자에 대한 처벌은 전혀 없는 셈이다.

감사원은 이 같은 조치를 내린 이유로 "카드대란은 정책실패"라고 규정하면서 "정책 결과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하복동 감사원 재정금융감사국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정책결과에 책임을 물게 되면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사람에게 굉장히 경직성을 줄 수 있다"며 정책입안자들을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감사원 특감 결과와 조치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결과"라거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금감원노조는 이날 오후 낸 성명에서 "이는 정책판단의 문제라는 미명하에 (카드대란 이전에) 강력한 재규제 정책이 필요하다는 감독원의 건의와 요구조차 무시한 공무원들에 대해 면죄부를 준 꼴"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헌재·강철규, 재경부장관-규개위원으로 '카드사태' 깊이 관여

금감원노조가 이처럼 '공무원들'에 대해 반발하고 나선 것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지난 97년 국민의 정부 이래 카드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해 온 주체는 재경부를 비롯한 공무원들과 각 경제부처의 수장들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참여정부 아래서도 재경부나 금감위 등 경제부처를 지휘하고 있는 대부분의 수장들은 직·간접적으로 카드 정책에 깊숙히 관여해 온 인물들이다.

이헌재 현 경제부총리의 경우, 지난 2000년 당시 재경부장관으로 신용카드 영수증복권제 시행이나 소득공제한도 확대(500만원) 방안을 추진했다. 이에 앞서 이 부총리는 1999년 금융감독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월 70만원으로 정해진 현금서비스 사용한도를 폐지하는데 앞장섰다. 또 같은 해 8월에는 신용카드 사용 장려를 위해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를 도입한 장본인이 바로 이 부총리였다.

1999년 당시 재경부장관으로 국가 경제정책을 이끌었던 강봉균 현 열린우리당 의원도 카드대란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강철규 현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001년 규제개혁위원회 경제분과위원장을 맡고 있으면서 카드사의 '길거리 회원모집' 금지를 사실상 풀어준 인물이다. 당시 금감위나 금감원은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길거리 회원모집이 카드 남용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이를 금지하려 했으나 규개위는 '영업자율성 침해'를 이유로 이를 반대했다.

이번 '카드특감'을 이끈 전윤철 현 감사원장도 지난 2002년 카드 위기가 확산된 뒤 재경부장관을 지내면서 카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했다. 비록 2003년말과 올해 들어 카드대란이 터지기는 했지만, 따지고 보면 전 감사원장 역시 카드대란의 조기 수습에는 실패한 셈이다.

금감원노조 "정책 수립, 집행한 환란사태 책임자 책임 물을 것"

이처럼 실제 현직 경제부처의 수장들이 깊이 관여돼 있는 상태에서 시작된 '카드특감'은 처음부터 그 결과가 예견될 수밖에 없었다. 금감원노조는 16일 발표한 성명에서 "감사원이 온통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면서 시작한 카드정책특별감사를 결국 이렇게 끝낸 것은 처음부터 예고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금감원노조가 "예고된 것"이라고 지적한 내용은 감사원이 카드대란의 감독책임을 빌미로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특감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400만명이 넘는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카드대란에 대해 정부에서는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또한 "정책실패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감사원의 발표 내용은 '용두사미'로 끝난 이번 특감이 경제수장들의 눈치를 살핀 '정치적 특감'이었을 수 있다는 의심도 가능케 하고 있다.

한편 금감원노조는 정책실패 책임자들에 대해서는 어물쩍 넘어간 감사원 조치 내용에 대해 강력히 문제제기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영규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감독원 노동조합은 카드사태와 관련해 문제있는 시기에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 인물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면서 "명단이 정리 되는대로 전국사무금융연맹 산하 '낙하산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에 이 명단을 통보하고, 이들을 포함한 환란사태 초래자 등에 대해 상급단체와 연대하여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 "부실감사... 정책 실패 책임 물어야"
"전 감사원장 법 위반" 주장, 금감기구 관료조직화 반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는 16일 논평을 통해 감사원의 카드특감 결과발표와 조치 내용을 강하게 비난했다. 참여연대는 감사원 특감이 "'관료에 의한, 관료를 위한 총체적 부실감사"라며 "카드정책을 담당했던 관료에 대해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우선 "이번 감사가 카드대란의 모든 원인을 금융감독체계의 비효율성 문제로만 몰아감으로써 재경부 및 금감위 관료들의 정책실패·감독실패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을 묻지 않고 면죄부를 주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카드 정책에 관여했던 강봉균·정덕구 열린우리당 의원, 이헌재 경제부총리, 진념 전 재경부장관,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 등을 차례로 언급하며, 이들이 카드사태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또 전윤철 감사원장이 카드정책을 집행한 전임 재경부장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감사에 참여해 감사원법 제15조 제1항(제척규정)을 어겼다고 비난했다. 참여연대는 "전 원장이 주도한 이번 카드 특감은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라며 "국회는 전 원장의 제척 규정 위반과 감사결과의 왜곡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참여연대는 감사원이 내놓은 금감기구개편 방안이 오히려 관치금융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밝히며 금감기구의 관료조직화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참여연대는 앞으로 "감사결과보고서 전문을 검토한 뒤 대통령과 국회에 관료들의 법적·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을 요청할 예정"이라며 "특히 제척 규정을 위반하여 감사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관료들의 책임을 면제한 전 원장에 대해서도 국회 법사위에 책임추궁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강봉균, 정덕구 의원 등에 대해서는 "카드 대란에 책임이 있는 전직관료 출신인 국회의원들 역시 자신의 정책실패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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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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