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생계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오는 27일 형기를 마치고 공식 석방되는 로버트 김(64세·한국명 김채곤)을 돕기 위한 ‘ARS 서비스’가 시행된다.
로버트 김 후원회(회장 이웅진)는 20일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전화모금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로버트 김 돕기 후원 ARS 번호는 060-700-1996번으로 ‘1996’은 그가 국방기밀취득공모 혐의로 FBI에 체포된 해를 의미한다.
다음달 말까지 진행될 예정인 전화모금 캠페인은 출소가 임박한 로버트 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고, 생계지원을 위한 실질적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사건 발생 후 8년 동안 민간 차원의 많은 후원활동이 이뤄졌지만 사면 등 법적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이 대부분으로 정작 로버트 김의 현실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석방을 꼭 일주일 남겨두고 있는 로버트 김 역시 그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의 의식주가 해결되었으나, 이제부터는 내 힘으로 모든 것을 개척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생각이 많다”며 막막한 현실에 답답해 했다.
이번 모금 캠페인에는 탤런트 박형준씨가 홍보대사로 활동하게 된다. 현재 드라마 ‘금쪽같은 내 새끼’와 ‘영웅시대’에 출연하고 있는 박씨가 후원활동에 참여하게 된 것은 그의 부친인 박희종씨와 로버트 김의 특별한 인연 때문. 박희종씨는 로버트 김과 어릴 적 친구로 부인 장명희 여사와의 연애시절도 지켜보면서 각별한 우정을 나눈 사이다.
7개월간의 시도 끝에 ARS 서비스 사용허가를 받고 본격적인 모금 활동에 들어가는 로버트 김 후원회 이웅진 회장은 “경제도 어렵고, 인정도 메말라가는 각박한 세태에 아직 세상을 유지해가는 것은 사랑이라는 중요한 진실을 전해주는 한 증거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국민적 관심과 정성을 보태줄 것을 호소했다.
그동안 문제 해결을 위해 수차례의 탄원서 제출과 양국간 협상도 시도했지만, 어떠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모금 캠페인은 정부가 하지 못했던 일을 국민들이 해낸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 “여러분의 전화 한통이 그에게 희망이 됩니다” | | | 로버트 김 후원회 발표문 | | | | 로버트 김 후원회 입니다.
지난 8년 동안 로버트 김을 잊지 않고, 성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로버트 김이 오랜 수감 생활을 마치고 오는 7월 27일(미국시간) 출소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출소를 기다려왔지만, 그의 현실은 가시밭길이라고 할 만큼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놓여 있습니다. 연금 혜택을 박탈당해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고, 파산선고자로 정상적인 경제활동도 힘든 상황입니다.
지난 7년은 사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후 1년은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 것도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특히,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할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를 우려,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단체인 후원회로서는 그 활동에 한계가 있습니다.
출소가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후원회는 결국 로버트 김 문제는 민간 차원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절실한 현실 인식으로 경제지원과 명예회복이라는 두 가지 목표에 집중해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각고의 노력 끝에 한국통신으로부터 700 ARS 서비스 사용허가를 받아 7월 20일부터 8월 30일까지 대국민 모금캠페인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8년 동안 변함없는 애정으로 지켜봐주신 국민 여러분들 덕분에 로버트 김은 좌절감을 이겨낼 수 있었으며, 후원회 또한 활동을 계속해올 수 있었습니다.
이번 700 모금 캠페인은 조국을 위해 헌신한 사람이 있으면 또한 그를 잊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우리의 아름다운 동포애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의 소중한 전화 한통은 정부는 약하지만, 국민은 강하다는 것을 우리 정부에, 나아가 세계에 보여주어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경제상황도 어렵고, 세상인심도 각박해지면서 점점 살기 어려워진다고들 합니다. 로버트 김 돕기 모금 캠페인에 참여하셔서 우리들의 작은 정성이 얼마나 소중한 결실을 맺는지, 우리 사는 세상에는 아직도 따뜻한 인정이 가득하다는 것을 발견하는 기쁨까지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전화 한 통이 로버트 김에게는 큰 희망이 됩니다. / 김범태 옮김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