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진상 규명이 특정 인물과 특정 언론을 겨냥한 것이라는 주장도 '도둑이 제발 저린 격'이다, 조선일보가 주장하는대로 일제시대 조선일보가 '민족지'였고, 친일매국 행위를 한 바 없다면 오히려 이번 기회에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것 아닌가."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공동대표 김동민외)는 21일 오후 서울 태평로 서울시의회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친일행위 당사자인 <조선일보>가 친일진상규명법 개정 등 과거청산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반대시민연대는 특히 최근 국회가 추진 중인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에 대한 조선일보의 공격적 보도태도를 지적했다. 조선반대시민연대는 "조선일보는 지난 50여년간 하지 못했던 친일잔재 청산과 비뚤어진 근현대사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친일진상규명 활동을 '색깔론'까지 동원해 흡집내고 있다"고 규탄했다.
조선반대시민연대는 지난 15일 인터넷판 <조선닷컴>에 실렸다가 삭제된 '역사의 규명과 역사의 정치수단화는 별개다'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사설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친일청산은 대한민국 정통성과 민족 미래를 훼손하는 일이며 친일청산을 막아내는 게 이 시대 언론의 사명"이라고 주장했다.
또 조선일보는 친일진상규명법을 '한국판 문화혁명'으로 비유하고 '김일성-김정일 세습독재 체제에 크나큰 선물을 안겨주는 결과'라며 색깔론 공세까지 동원했다. 이어 특정 인물과 특정 언론을 겨냥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조선반대시민연대는 이에 대해 "도둑이 제발 저린 격으로 결국 조선일보 스스로 부끄러운 친일과거를 인정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조선반대시민연대는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과거 반민특위를 쓰러뜨렸던 것처럼 이번에도 친일청산, 친독재 청산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지금이라도 과거를 고백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는 게 조선일보가 살 길"이라고 경고했다.
"조선일보가 아직도 언론사로 존재한다는 자체가 부끄럽다"
한상렬 통일연대 상임대표는 이날 "역사 바로세우기에 찬물을 끼얹는 조선일보야말로 과거청산의 적"이라며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조선일보는 반드시 해체, 처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우리 민족의 진로를 가로막고 있는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그 진상을 규명해 새로운 역사를 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상임 연구원은 조선일보 스스로 친일진상규명에 앞장서 민족지라는 자사 주장을 증명하라고 요구했다. 박 연구원은 "친일진상규명은 타율적 해방에 그쳤던 45년 독립을 구체적 해방으로 만드는 과정"이라며 "친일행위 처벌은 일제 잔재인 파시즘과 군국주의를 청산하는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조선일보 전 사주인 방응모씨가 친일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과거청산을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폐간은 민족언론에 대한 탄압의 일환이 아니라 일제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고 이뤄졌다"며 "조선일보는 폐간 이후에도 월간지 <조광>을 통해 마저 못한 군국주의 찬양에 앞장서는 등 가장 극렬한 친일잡지를 계속 발간했다"고 밝혔다.
의문사를 당한 고 허원근 일병 부친인 허영춘씨도 조선일보는 '없어져야 할 신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씨는 최근 고 허 일병의 의문사에 대한 재조사를 놓고 국방부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는 조선일보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허씨는 "20년 전 우리 아들이 죽었을 때도 '자살'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조선일보는 지금 다시 우리 아들의 죽음을 자살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허씨는 "이는 과거 군사독재에 협조했던 조선일보가 아직도 군사독재와 함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조선일보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해체 주장은 국방부 입장만 대변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허씨는 일축했다.
곽태영 민족정기선양회장은 "친일과 거짓말로 우리 민족을 기만했던 조선일보가 아직도 언론사로 존재한다는 자체가 부끄럽다"고 말했다. 곽 회장은 "조선일보가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솔직한 반성과 사과를 해야 한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파렴치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고 강경대 열사 부친인 강민조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장도 조선일보의 왜곡보도로 인한 피해 경험담을 공개했다. 강 회장은 "91년 경대가 공권력에 의해 세상을 떴을 때도 조선일보는 앞장서서 경대 죽음과 군사독재에 항거하는 국민들의 투쟁을 매도했다"고 회고했다.
강 회장은 "경대가 죽고 나서 내가 감옥에 있는 동안 조선일보는 내가 노름을 했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강 회장은 "교도관이 신문을 보여줘서 알았는데 너무 놀랐다, 지금도 만나는 분들이 '그때 정말 노름을 했느냐'는 묻곤 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조선일보로 피해보는 국민들이 많다"며 조선일보 폐간을 주창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