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에 근무하던 30대 한 가장이 아파트에서 스스로 투신해 숨진 사건을 놓고 유족들이 "이동통신 가입자 확보경쟁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일 새벽 2시25분께 광주시 서구 풍암동 한 아파트에서 조모(31)씨가 자신의 아파트 13층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에서 조씨의 부인 이모(30)씨는 "남편이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해 말다툼을 하던 중 갑자기 일어나 창문으로 뛰어 내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모 이동통신사에 근무했던 조씨가 최근까지 이동통신 가입자 확보에 대한 부담으로 갈등해 왔다는 말에 따라 정확한 사인을 조사중이다.
판매실적 위해 인터넷 경매 내놓기도... 아직도 3대는 보관
각 이동통신사들은 올해 1월부터 이동통신사의 번호이동성 제도가 새로 시행되면서 가입자 확보 경쟁을 위해 무리한 판촉경쟁을 벌인바 있다. 급기야 공정거래위원회는 각 이동통신사에 과징금 부과와 함께 일정기간 영업정지 등 시정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숨진 조씨가 근무한 한 이동통신사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비 영업부서 직원들에게까지 상품판매를 무리하게 강요하거나 강제 할당한 사례가 발생돼 직원들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노사는 지난 6월 22일 비영업부서의 상품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한편 가개통한 상품에 대해서는 반납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숨진 조씨는 비영업부서였다. 가족들은 "광주로 전보된 지난 4월부터 한달에 30건씩 상품을 판매하라는 독촉 때문에 부담스러워 했다"며 "영업실적이 꼴찌였던 조씨는 직장생활에서도 왕따 당한 기분으로 항상 겉돌았다"고 주장했다.
숨진 조씨는 지난 1월부터 모두 14대의 휴대폰을 판매했는데, 특히 광주로 전보된 4월 이후 판매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사실상 자신이 먼저 휴대폰을 할부로 구입한 후, 나중에 이것을 친인척이나 지인들에게 되파는 방법으로 판매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실적이 높지 않았던 조씨는 결국 신규제품 가격에 턱없이 못 미치는 가격으로 5월부터 4차례에 걸쳐 인터넷 경매에 내놓기도 했다. 조씨는 지난 6월 정상가격 40여만원인 한 신규기종을 25만원에 파는 손해를 감수하기도 했으며, 현재도 자신이 구입한 후 팔지 못한 3대의 휴대폰을 그대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휴대폰의 경우 6월 3일자 메모에 '44만5000원 12회 분납'이라고 쓰여 있어, 조씨가 이 상품을 먼저 신용카드로 먼저 구입한 후 아직까지 판매하지 못하고 보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가족들은 "지난달 실시한 건강검진 결과 스트레스성 만성피로증후군의증, 급성위염 판정을 받기도 했다"며 "전화벨 소리도 싫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와 6월 22일 노사 합의에 따라 비영업부서의 상품판매는 해사(害社)행위로 간주한다는 특별지시까지 내려 근절시켰다"며 "한 달여가 다 된 시점에서 이번일은 회사 업무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비영업부서의 상품판매를 금하도록 한 노사합의 직후 가개통 내역을 신고 받았지만, 조씨는 소유하고 있는 단말기 등이 일체 없다고 자필로 신고한 바 있다"며 "왜 보관하고 있으면서도 신고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며 회사업무와의 연계성을 강하게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