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반드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서울봉헌'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땅에서 힘있는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이 직분을 망각한 채 자신의 종교만 알리고 내세우려는 '종교편향적 행위'를 근절시키는 계기로 삼겠다."
서울시민과 불자 108명이 이명박 서울시장의 '서울 봉헌'에 대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108인 소송인단은 27일 오전 "이 시장의 서울 봉헌 발언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1인당 10만원씩 모두 108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108명은 서울시민과 불자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숫자라고 소송인단은 설명했다.
108명 소송인단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느티나무 카페에서 '이명박 시장 서울시 봉헌 손해배상청구소송' 기자회견을 열고 소송 취지와 목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서울봉헌으로 인한 종교갈등 및 정신적 고통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집단소송에 참여하게 됐다"며 이 시장 퇴진운동 병행도 천명했다.
이들은 소송제기 목적으로 ▲'정교분리와 종교평등' 헌법질서 확립 ▲공직자의 종교편향 행위 방지 ▲종교화합과 상생도모 등을 들었다. 또 "특정 종교의 공격적이면서도 안하무인격 종교행위는 우리 사회를 갈등과 분쟁으로 떠민다"고 지적한 이들은 "서울봉헌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에 대한 구제 및 배상을 통해 공직자의 종교편향 행위가 얼마나 큰 잘못인가를 드러내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시장 종교편향 발언 법적공방으로 비화
특히 불자가 중심이 된 108명 소송인단은 이 시장의 책임회피식 태도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사건 발발 초기부터 공개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던 불교시민사회단체들은 봉합 차원에 그친 이 시장의 사과에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소송인단은 "이 시장은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기는커녕 몇몇 기독교인 지도자 도움으로 봉헌사건 자체를 개인적 차원에서 얼버무리려는 얄팍한 수를 썼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소송인단은 "봉헌할 때는 서울시장 직함과 서울시 휘장을 활용했으면서도 사과할 땐 개인홈페이지를 이용했을 뿐 아니라 사과문 어디에도 '서울봉헌'이란 문구가 없다"고 비판했다. 소송인단은 "사건 자체를 무마하려는 듯한 이 시장의 태도는 서울시민과 이웃 종교인들을 다시한번 실망시켰고 정신적 충격은 더욱 컸다"고 규탄했다.
이로써 사과 발언 뒤 수그러질 듯했던 이 시장의 서울봉헌 발언은 다시 법적 공방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이 시장은 7월 1일 <오마이뉴스> 보도로 발언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되자 지난 12일 한국종교인평화회의 긴급 공동회장단 회의를 방문, 종교편향 발언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이 시장은 이틀 뒤인 14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사과문을 싣고 "봉헌서 낭독은 어떤 종교적 편향이나 정치적 목적 등 다른 의미가 없었다"며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정중히 사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이 시장의 공식 사과를 촉구했던 불교계, 정계, 시민단체 등 사회각계에서는 궁색한 변명과 언론플레이에 불과한 사과라고 비난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명박 서울시장 퇴진불교운동분부'에 소속된 김재일 동산반야회장, 정인악 조국평화통일협회장, 정상옥 대한불교청년회장, 진관 불교인권위원회장, 법타 동국대학교 석림동문회장, 윤한문 동산불교대학총학생회장, 이진호 한국불교연합포교사단장, 김정순 한국불교여성통일회장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기자회견 일문일답. 답변에는 김재일 동산반야회장과 진관 불교언론대책위원장, 청구소송을 맡은 김경규(나라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가 맡았다.
"이명박씨 1원으로 소송하고 싶었다"
- 법적 대응에 나선 이유는.
"상례를 남겨 앞으로 있을 종교간 분쟁이나 화합을 깨는 일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고자 한다. 또 종교간 갈등으로 시민들을 불안에 떨지 않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나서게 됐다."
- 서울봉헌 발언의 경우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사안이지 법적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이명박 시장은 과거 종로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했을 때도 종교편향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본래 이명박씨가 장로이기 때문에 자기 종교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다종교사회에서 시장으로 당선되고 이렇게 발언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그런 발언은 종교화합과 전국 화합을 깨뜨리는 일이다. 한 사람 잘못으로 인해 나라가 잘못되고 종교분쟁이 일어나는 것을 법적 대응을 통해 막고자 하는 것이다."
- 이번 소송의 법적 요건과 구체적인 피해사례는.
"이명박씨는 지난 2002년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서울특별시장으로 선출된 사람이다. 서울시장 직함과 서울시 휘장을 봉헌식에서 사용한 것은 개인의 종교활동을 넘어선 차원이다. 서울시를 대표하는 이 시장의 이같은 행위는 정교분리 원칙을 선언한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다. 또 서울시장 직함과 휘장을 특정 종교집회에 사용한 것 역시 종교평등 원칙을 위반한 것다. 공식석상에서 공식 직합을 사용, 서울시를 봉헌했다는 것은 특정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의 행복추구권과 명예까지 훼손한 행위이다."
- 그럼 민사소송이 되는가.
"그렇다. 민법(750조)은 고위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었을 경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민사소송에 해당된다."
- 미국에도 이같은 사례가 있다고 했는데.
"미국은 기독교 신자가 많은 나라이지만 국교분리, 정교분리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한 주 대법원장이 대법원에 10계명을 설치한 행위로 해임당하기도 했다. 이렇듯 국가나 정부가 공직자의 종교행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보다 더 다종교사회이기 때문에 이 시장 행위는 더욱 문제라고 본다."
- 정신적 피해를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이 시장 자체가 서울시를 대표하는데 그런 행위를 했다는 것 자체가 서울시민과 이웃 종교인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이다. 헌법이 규정한 정교분리 원칙과 종교평등 원칙 위배, 행복추구권 침해와 더불어 공무원법이 정한 직무전념의무 및 품위유지의무 위반, 명예훼손 등으로 원고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입혔다."
- 1080만원은 어떻게 산정했는가.
"상징적인 금액이다. 1억이나 1000억원을 청구할 수도 있는데 수수료 문제도 있고 해서 1080만원으로 했다. 금액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사실 1원으로 소송하고 싶었지만 수수료 산정이 안돼서 못했다. 이명박씨를 1원으로 보겠다고 하면 망신이지 않겠는가(웃음). 정신적 손해를 구체적인 액수로 입증하기는 어렵다. 배상규모는 재판부에서 정할 문제이다."
- 그래도 금액이 너무 적지 않은가.
"크게 하려면 이명박 시장을 찍었던 서울시 투표권자가 종교갈등 일으킨 책임을 지고 퇴진하라고 서명해서 한사람씩 고발해야 한다. 각 사찰이나 개별 시민들이 검찰에 가서 고발하면 국가적으로 손해이기 때문에 108명으로 하는 것이다."
- 이 시장이 요구 수준으로 사과하면 취하할 수 있는가.
"김영삼 대통령 불교침탈 발언에 대해 당시 수백명, 수천명이 검찰에 가서 고발한 경험이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정식으로 사과하지 않는다면 다수 투표권자인 시민들이 직접 검찰에 고발할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씨가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서울봉헌에 대한 잘못을 밝히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면 소송을 취소할 수 있다. 언론을 통해서도 할 수 있지 않느냐."
- 불교 교단에서는 이 시장의 12일 사과를 수용했는데, 불자들과 교단의 생각이 다른 것인가.
"그렇다. 이 시장이 그때 정식으로 기자회견을 한 것도 아니고 주변 몇몇 기독교 지도자에 의해 밀려서 하는 식으로 사과했다. 본인의 미니 홈피에 올린 사과문도 서울시장 직함이 아닌 개인으로 했기 때문에 사과로 인정하기에는 너무 미약하다. 우리는 처음부터 이명박 시장 퇴진운동을 전개했다. 조계종 총무원 등 교단 차원과 달랐다. 그렇지만 이명박씨는 우리에게 일언반구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