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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인터넷 시대에 ‘청와대 브리핑’을 만들어 활용하는 것은 매우 적합한 일이다. 인터넷을 통해 정부가 하는 일을 소상히 알리고 여론을 경청하면서 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을 나무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참여정부다운 발상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청와대 브리핑’은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거리를 좁혀 주는 소통의 장인 셈이다.

그러나 최근 볼썽사나운 일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어 그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양정철 국내언론비서관이 연 이어 쓴 <조선·동아는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 <‘黨報’인지 ‘신문’인지 태도를 분명히 하라- 동아에 답한다> <누가 이 나라를 흔들고 있는가- 조선·동아는 ‘안보상품화’의 향수에서 벗어나라> 등 때문이다.

내용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할 것 없다. 다 옳은 말이다. 문제는 이런 글이 ‘청와대 브리핑’(의 취지)에 어울리는가 하는 점이다. 양 비서관은 이런 글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는가? 조선·동아의 기를 제압할 수 있을까? 국민들이 읽고 고개를 끄덕여 줄까? 유감스럽게도 둘 다 아니다. 조선·동아는 오히려 기세를 높일 것이고, 열성 지지자들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은 고개를 저을 것이다.

‘청와대 브리핑’은 청와대 홍보사이트요, 대통령의 홈페이지이지 조선·동아와 싸우는 장이 아니다. 이런 글은 득보다 실이 엄청나게 많은 가운데 대통령을 어렵게 만들게 돼 있다. 이미 그러하다.

양 비서관이 조선·동아의 편집국장이라고 가정해 보라. 그리고 지금은 청와대의 권위(주의)를 인정하지 않(으려드)는 민주화의 시대라는 사실을 유념하고 생각해 보라. ‘청와대 브리핑’이 자신을 거칠게 공격할 때 겁을 먹겠는가, 전의가 불타오르겠는가? 당연히 후자다. 조선·동아는 지금 양 비서관이 흥분하여 쓰는 글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청와대(대통령)는 일개 신문에 불과한 조선·동아에 대해서는 대범하게 넘어가는 슬기를 발휘해야 한다. 그 신문들이 아무리 악의를 가지고 물어뜯어도 무시하면 그만이다. 예전처럼 ‘조선일보가 보도하면 여론이 되는 시대’도 아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당하고만 있으란 얘기는 아니다. 글로써 대응할 일이 아니란 얘기다. 말없이 실천에 옮기는 것, 조선·동아가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거꾸로 가고 있다. 말이 앞서고 실천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가 말로 싸우는 것 외에 실질적으로 조선·동아에 타격이 될 만큼 실천한 게 있는가? 군의 항명성 보고 누락을 경징계로 유야무야 마무리한 게 조선·동아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의문사위원회를 국회로 이관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표는 조선·동아의 지침대로 강경노선으로 선회했다. 청와대도 그 지침을 따르는 것인가? 말로는 싸우면서 말이다.

양 비서관은 지금 조선·동아를 이롭게 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자신이 앉아 있는 자리의 성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수시로 조선·동아를 향해 거친 말을 쏟아내는 데도 양 비서관의 역할이 큰 것으로 보인다. 양 비서관의 태도는 시민단체의 행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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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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