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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자 중앙일보에 칼럼이 하나 올라왔다. 문창극 논설주간의 칼럼이다. 그런데 제목이 기가 막히게 선정적이다. '아! 불쌍한 우리 해군'. 해군이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제목만 봐도 가슴이 울컥하게 생겼다.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런 제목을 붙이고 글을 쓰는지 그 머릿속을 들어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문창극 논설주간은 "NLL이 무너지면 곧장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이 적의 수중에 떨어진다. 인천의 뱃길이 적의 통제하에 들어간다"라고 쓰고 있다.

NLL이 무너지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북측의 군함이 넘어오면 NLL이 무너지는가. 또 NLL이 무너진다고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이 '적'의 수중에 떨어지는가.

이건 신파다. 호들갑도 과장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의 해군을 우습게 봐도 한참 우습게 보고 있다. 나는 그가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 우스갯소리같은 말을 신문칼럼에 쓰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슨 의도일까?

그는 해군작전사령관이 보고를 '누락'한 이유에 대해서도 희한한 논리를 펼친다.

"...사령관이 왜 보고를 누락했을까. 상부에서 '포격을 중단시킬 것을 우려해서'였다니 그 이유가 기막히지 않은가. 보고를 안 한 근본원인인 상부불신에 대해서는 한마디 없고 비판만 쏟아졌다."

우선 보고 '누락'이란 말은 적절치 않은 말이다. 정확하게 말해서 '고의적인' 보고 '묵살'이며 '허위보고'이다. 우리 해군의 경고방송에 대해 북측이 남북이 합의한 호출부호로 송신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겼다.

그리고 "보고를 안 한 근본원인인 상부불신에 대해서는 한마디 없다"고 질책을 하는 것을 보니, 원인제공자인 '상부'가 반성을 해야 하고, 보고 '누락'이 정당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 '상부'가 어디이며, '상부불신'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러면 군에서 '상부'가 미덥지 않다고 자기의 의무인 보고를 고의로 '누락'시키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단 말인가.

해군작전사령관은 우리측 경고방송에 대한 응답이 북측으로부터 왔음에도 불구하고 경고사격을 명령했다. 북측의 응답이 여러 차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경고사격의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에 보고를 일부러 안 하고 자의적 판단으로 작전을 강행한 것이다.

이는 해군작전사령관이 판단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군기문란 행위이다. 더구나 조영길 국방장관이 지적했듯이 '사후보고'조차 없었다.

국정원에서 청와대로 보고할 때까지 전 군의 보고라인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이는 더 나아가 '상부'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칠 수도 있는 행위이다.

그런데도 문창극 논설주간은 해군작전사령관의 이러한 월권행위, 심각한 군기위반 행위의 정당화를 무리하게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해군이 불쌍하다"고. 문창극 논설주간, 정말 큰일 낼 분이다. 해군이 불쌍하다니, 아무리 해군이 그에게는 동정의 대상으로 비치기로, 말을 너무 함부로 하는 것 아닌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해군이 불쌍하니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는 해군을 동정하는 체 하지만, 실은 해군의 반발을 유도하며 정부와 해군 그리고 넓게는 군과의 이간질을 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수준이 선동 수준이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군과 정부의 분열조장 행위를 그는 지금 신문이라는 사회적 공기를 통해서 저지르고 있다. 요즘 우익단체와 수구신문이 공공연히 군의 항명과 도발을 선동하고 있는데, 그가 선봉에 서고 싶은 모양이다.

"넘어오는 북한 군함에 포격을 가하면 남북화해에 찬물을 끼얹는다고 하고, 그냥 두자니 북한 군함에 또 당하게 생겼는데 포격을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한쪽 눈은 북한에, 다른 한쪽 눈은 서울에 두고 겹눈치를 봐야 하니 2대 1의 싸움이다."

이것이 중앙일보 논설주간의 말이라니 믿기지가 않는다. 마치 <이수일과 심순애>같은 신파극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NLL을 넘어오는 북한 군함이라고 해서 포격을 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포격을 가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포격을 가해서 쫓아내는데도 정당한 절차가 있고 단계가 있으며 상부에 대한 보고는 어떤 상황에서도 빠뜨릴 수 없는 기본이다.

지금 핵심적인 문제는 '상부'에 허위보고하고 자의적으로 행동한 것이다. 엄격한 의미로 보면 항명이다. '상부의 사격중지 명령을 우려해서', 미리 예단하여 자신의 권한을 뛰어넘는 명령을 내렸다면, 그것은 징계도 중징계의 대상이다. 그런 해군작전사령관을 문창극 논설주간이 이토록 터무니 없이 옹호를 하는 이유가 무언지 궁금하다.

그는 안보에 끔찍이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좋은 일이다. 안보에 한치의 흔들림도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꼭 문 주간처럼 생각하는 것만이 안보를 지키는 길인가.

북한 군함이 NLL을 침범했다고 현장에서 경고방송 후 합의된 소통을 거치지 않고, 게다가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포격을 가하는 것이 우리의 안보를 지키는 것인가. 오히려 사태를 일촉즉발 전쟁전야의 상태로 몰아가 안보가 흔들리게 만드는 일이니 문 주간이 그토록 안보를 생각한다면 따끔하게 지적해야 할 일이 아닐까.

그런데 문 주간은 안보를 외치면서 오히려 거꾸로 행동하고 있다. 그가 그토록 걱정하는 안보가 그의 이런 글 하나로 인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이런 글을 쓰는 것일까?

내가 보기에 이 글은 요즘 우리 사회를 떠돌아다니는 '분열반목 바이러스'다. 마치 해군을 두둔하는 듯하면서 정부와의 분열을 이간질하고 있다.

이제 이간질의 대상이 군이다. 수구세력들이 이젠 노무현 정부를 흔들다 흔들다 여의치 않으니 군으로 눈을 돌린 듯하다. 수구언론이 총출동하여 군과 정부간의 이간질에 나서고, 그에 발맞춰 우익단체들이 들고 일어나 심지어는 '내란선동' 행위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참으로 요즘 수구언론 해도 너무하고, 문 주간은 그런 의미에서 참으로 위험천만한 모험을 하고 있다.

그의 뚝심(?)이 엿보이는 마지막 문단을 보자. 느닷없이 "'나는 기득권 세력이 밉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를 지키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압니다' '나는 분배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공산주의 식은 안 됩니다.' 대통령의 분명한 이 말 한마디만 있어도 지금의 우리 혼란은 정리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 정도 되면 그가 무슨 생각으로 이 글을 썼는지가 명확해진다. 그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결국 이 글의 동인인 셈이다.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노 대통령이 기득권 세력을 싫어한다는 메시지를 은근히 전달함으로써 소위 '기득권 세력'과의 분리를 유도하고 있다.

문 주간은 "대통령의 분명한 이 말 한마디만 있어도 지금의 우리 혼란은 정리될 수 있다"고 말한다. 문 주간이 얘기하는 혼란이 어떤 혼란인지, 누가 야기하고 있는 혼란인지, 아니면 그런 혼란이 있기나 한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런 (큰) 혼란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정리될 수 있다고 하니 누군가가 노 대통령께 진언을 드려야 할 것 같다. 억울하셔도 눈 딱 감고 한말씀 하시라고. 어쨌든 노무현 대통령이 이 글을 읽는다면 참으로 억울하게 생겼다.

끝으로 문창극 논설주간께 : 무게 있는 언론인으로서 이 사회에 대한 사명이 무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그리고 처음 언론인으로 출발할 때를 되돌아보시고, 이런 식으로 사회적 공기를 이용해 위험한 선동과 분열반목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일을 그만두시기 바란다. 문 주간께서 끔찍이도 생각하는 '안보'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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