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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가 법조인 양성방안의 하나로 제시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제도가 정치권과 합의점을 찾아감에 따라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전체 변호사의 2/3를 차지하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공식적으로 반대를 표명해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서울변호사회(이하 서울변회)는 지난달 30일 “변호사의 대량증원방법으로 로스쿨제도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로스쿨 도입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사법개혁에 대한 우리의 견해’라는 팜플렛을 내고 사법개혁위를 비롯한 법원, 검찰, 국회 등 유관기관에 배포했다.

서울변회는 특히 “회원들에게 로스쿨 도입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반대가 70%로 다수를 차지했으며 이번 의견 표명은 이사회에서 승인을 받은 것”이라며 대표성을 강조했다.

“로스쿨은 ‘변호사대량증원론’부당성 은폐 위한 것”

‘사법개혁에 대한 우리의 견해’란 성명서에서 서울변회는 “정권이 교체되고 사법개혁이 논의될 때마다 로스쿨이 마치 사법의 숙원사업인 것처럼 가장 먼저 등장했지만, 항상 사법시험합격자를 대폭 증원키로 합의하고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던 과정을 보면 로스쿨은 법학교육의 정상화, 전문법조인 양성이라는 명분보다 변호사의 대량생산이라는 전혀 다른 목적을 위해 전략적으로 이용돼 온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특히 “법학교육의 정상화를 교육적 방법이 아닌 법조인 선발방법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은 목적이 순수한 사법개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불순한 동기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사법개혁위원회를 겨냥하면서 “변호사대량증원론의 부당성을 은폐하기 위해 미국식 로스쿨 도입을 이용하는 것은 개혁의 정도가 아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또 “법조인 수는 인구, 경제력, 사회구조, 사법제도, 국민의 법의식 등 여러 요소에 의해 정해지는 것인데 이를 도외시 한 채 다른 나라와의 평면적으로 숫자를 비교하는 것은 전혀 무의미한 것으로 법조인구는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법률수요의 용량을 계량해 공급을 조절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우리나라 법조인 선발은 연간 500∼700명선이 적정하다”고 강조했다.

로스쿨 도입 주장에 대한 반박

이 견해는 “법학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로스쿨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법학교수들의 주장이지만 사법시험제도는 전문법조인 선발제도지 법학교육을 육성하는 제도가 아니다”며 “법학교육을 부실화하는 것은 낮은 전공과목 이수학점, 사법시험과목을 중심으로 한 커리큘럼을 편성하고 있는 법학교육계에 책임과 문제점이 있는 것이지 법조인 선발제도인 사법시험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로스쿨을 도입해 많은 법조인력을 배출하면 고시낭인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이런 문제는 법조인 선발방식이 사법시험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기초학문이나 이공계를 육성하지 않은 사회정책 내지 교육정책의 잘못으로 변호사와 같은 특정직업을 선호하는 편향적 사회의식이 조장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견해는 그러면서 “설사 로스쿨을 도입하더라도 법조인력의 수급조절을 위해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제한하는 것이 당연한데 이 경우 고비용의 학비를 부담하고 변호사시험에 불합격한다면 고시낭인의 문제는 또 다른 사회문제를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로스쿨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가 법학 이외의 전문분야를 전공한 자를 배출하는 것이라면 현 사법시험합격자 중에도 전체의 30%정도가 법학 이외의 전공자들이므로 로스쿨에서만 다양한 전공자를 법조인으로 배출할 수 있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 없는 가설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한된 법조인 선발이 사법권력의 집중 및 편중, 과다한 변호사보수 등 폐해를 초래해 로스쿨 도입으로 법조인을 대량 증원하면 국민들이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다는 논리도 변호사가 대량 배출되기 시작한 96년 이후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찬사는커녕 오히려 변호사의 폭발적 증가로 법률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을 뿐”이라며 “로스쿨 도입은 현실을 전혀 도외시한 무책임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로스쿨 도입은 사법개혁이 아닌 퇴보 자초”

이 견해는 “로스쿨 도입론자들은 로스쿨이 법조인 양성과 선발에 관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선진사법제도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으나 이는 환상에 불과하다”며 “사법시험은 다소의 결함이 있더라도 많은 장점을 갖고 있어 설사 도입이 불가피한 시대사조라고 해도 모든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충분히 연구 검토해 우리 현실에 가장 적합한 최선의 모델을 찾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법연수원과 같은 훌륭한 법조교육기관을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검증되지 않은 로스쿨을 위해 사법연수원을 폐지한다는 것은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고 사법개혁이 아니라 퇴보를 자초하는 것”이라며 “법조인 양성 및 선발제도를 즉흥적으로 변경해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 아니라 사법연수원 교육체계를 보다 전문교육화하는 획기적 개선방법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것이 사법개혁의 합리적이고 올바른 방향”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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