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민주노동당은 이해찬 국무총리 방문해 경찰의 이영순 의원 폭행사건에 대해 항의하려 했으나, 이 총리는 이들의 면담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오전 11시께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대표, 김창현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는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를 찾았다. 이해찬 총리를 면담하고 이영순 의원 부상에 대한 정부의 공식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요구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그러나 이들을 맞은 이기우 비서실장은 "일방적으로 찾아오면 어떻게 하냐, 총리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어 지금은 만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이해찬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 50분께 정부종합청사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방문한 시각, 같은 건물 안에 있었던 셈이다.
이기우 실장은 또한 "경찰 쪽에서는 '잘못이 없었고 이영순 의원 부상은 예측하지 못한 돌발상황'이라고 주장한다"며 "총리보다는 경찰청장을 만나 개선책을 논의하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총리실 측은 전날인 4일에도 같은 이유로 민주노동당의 면담 요청을 거절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덕우 전 인권위원장은 "현장 관계자가 '의원인 줄 모르고 때렸다'고 하던데 일반시민이면 때려도 되냐"고 따져물었고, 김창현 사무총장은 아내인 이영순 의원의 부상 사진을 펼치며 "당시 이 의원은 의원 배지도 달고 있었고 경찰과의 대치를 말리고 있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천영세 의원단 대표는 "헌법기관인 의원을 행정부 소속의 경찰이 폭행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이번에 만나서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민주노동당과 총리실이) 서로 어려움이 생긴다"고 '경고'의 뜻을 밝혔다.
한편, 종로경찰서는 전날인 4일 기자들에게 "당시 파병반대집회는 야간 불법집회였고, 경찰들은 이영순 의원에 대해 신변보호 조치는 물론 '위험하니 나와달라'는 요청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의원은 시위대가 밀어서 방패에 부딪힌 것"이라며 경찰 책임론을 부인했다.
그러나 박용진 대변인은 "종로경찰서장이 전날 오후 이영순 의원 병실을 찾아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사과했다"며 "경찰이 허위보고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부상의 책임을 놓고서도 "이영순 의원 본인에게 확인한 결과, 경찰이 방패를 들어 하단 모서리로 이 의원을 찍은 것"이라며 반론을 폈다.
박 대변인은 "이번 폭행사건은 '민주노동당-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입법기관-정부'의 관계 문제"라며 "파병반대의원모임을 중심으로 다른 당 의원들과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노동당은 이후 임시회나 정기국회의 상임위, 대정부질의, 국정감사 등을 통해 이번 폭행사건을 쟁점화할 예정이다. 특히 정기국회에서는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 개정 및 전투경찰제도 개혁 등을 추진하는 등 경찰의 시위진압에 대한 제도적인 변화를 시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