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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서 시작된 재산세 감면파동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 강남·서초·송파·강동·중구 등 5대 부자 자치구들은 이미 재산세 감면을 뼈대로 한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여기에 경기도권인 구리시와 성남시 등도 가세하고 있는 것.

특히 서울 양천구는 이미 고시된 재산세까지 감면할 수 있도록 한 조례를 최근 통과시켜 재산세 파동은 소급적용의 법적 타당성을 묻는 법리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양천구에 이어 성남시와 구리시도 같은 내용의 조례 개정안에 동참했다.

재산세 감면 파동은 정부가 건물분 재산세 산정방법을 면적기준에서 '시가'가 반영된 국세청 기준시가에 의한 가감산 방식으로 바꾸면서 비롯됐다. 아파트 평수가 같을 경우 서울 강남이나 지방 소도시 아파트나 동일한 재산세를 부과하는 방식이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 서울 강남구가 '재산세 감면'이라는 맞대응 카드를 꺼내 놓으면서 재산세 감면 파동이 발생했다. 현행 지방세법에 의하면 자치단체장이 조례를 통해 재산세율을 50%까지 낮출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를 십분 활용한 것이다.

지난 5월 20일 시작된 강남구발 재산세 감면 파동은 급기야 '도미노'처럼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서초구의회가 5월 21일 재산세율 20% 감면안을 통과시켰고, 사흘 뒤 강동구의회도 20% 감면안을 의결했다. 이어 송파, 광진구도 동참했다.

심지어 양천구는 7월 29일 `재산세율 20% 감면안'을 지난 6월 1일자로 이미 부과된 올해 재산세부터 소급 적용하기로 결정해, 법리논쟁의 불을 지폈다. 이에 뒤질세라 구리시의회와 성남시의회가 재산세 표준세율 30% 인하를 뼈대로 한 조례 개정안을 6일과 7일 잇달아 통과시키면서 파장은 더욱 확산되기 시작했다.

강남구 재산세 감면이 타 자치구 '박탈감' 자극

▲ 반발 확산 원인은 이들 자치구들이 행자부와 서울시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재산세 감면을 강행하게 된 데에는 강남구의 재산세 감면 결정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강남구의 결정이 타 자치구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운 것이다.

최용주 양천구 의원은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아픈 것은 참지 못한다"는 말로 이번 파동의 원인을 짚었다. 즉 강남구 보다 높은 재산세를 내는 것만은 참지 못하겠다는 주민들이 강력히 저항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로 고가 아파트들이 모여있는 목동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고 한다.

최 의원은 "주민들이 시가는 비슷한데 왜 강남이나 서초구 보다 많은 재산세를 내야 하느냐고 항의하면서 구의회의 해산과 구청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고 양천구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가 결국 재산세 감면 반대를 주장하던 의원의 소신을 꺾게 만들었다고도 했다.

시민단체와 정부도 이같은 진단에 동의했다.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은 다음과 같은 예를 들며 재산세 감면 파동의 확산 원인을 분석했다.

"정부가 다함께 관악산 정상에 가면 마음대로 쉴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올라가는 와중에 중간 정도 와서 강남구가 마음대로 해야겠다며 정상에 못 가겠다고 버틴 것이다. 다른 구청들이' 강남구가 대열에서 이탈해서 잘 노는데, 내가 왜 가야 하느냐'는 식으로 돼 버린 것이다. 그래서 대열이 사분오열돼 정상에 못가고 있는 것이다."

김대영 행자부 지방세제국장도 이번 파동의 원인에 대해 "강남은 깎아주는데 우리 자치구는 뭐하냐는 것 때문 아니냐"고 한 마디로 요약했다.

"고문변호사 검증 받아 문제 없다" - "소급삭감 법률적으로 어려울 것"

[쟁점 1] 재산세 감면 소급적용 불법논란 현재 서울시와 경기도는 서울 양천구와 구리·성남시 의회의 재산세 감면 소급적용 결정이 불법이라며 재의를 요구했다. 만약 이러한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어서 기초단체와 광역단체 간 법적 공방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산세 감면 소급적용안을 대표발의 한 최용주 양천구 의원은 9일 "고승덕 변호사 등 고문변호사로부터 공평과세에 어긋나지 않으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최 의원은 "지자체가 할 수 있는 권한 부분만 소급적용하는 것이므로 상관이 없다"며 "현재 이와 관련한 판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재판으로 가야 하지 않겠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은 재산세 감면을 소급적용한 데 대한 판례가 없어 갸우뚱하면서도 "소급해서 세율을 삭감하는 것은 조금 어렵지 않겠느냐"고 해석했다. 최 소장은 "불법이다 아니다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미 과세기일이 지난 것이고, 주민들이 재산세 고지서를 받고 통과시킨 경우이므로 어렵지 않느냐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대영 행정자치부 지방세제국장도 '불법'에 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민에게 세금을 10만원 부과한 것을 다시 2만원만 내도록 조례를 개정, 소급적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한 뒤 "소송을 하면 법원도 무효라고 판결해 줄 것"이라고 확언했다.

"40년 안하던 것 한번에 부과해 반발" - "예견됐던 일로 지금까지는 수수료에 불과"

[쟁점 2] 재산세 일시 과부과 논란 재산세 감면을 결정한 기초자치단체들은 정부가 일시에 재산세를 과도하게 부과함으로써 조세저항이 더 커졌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자동차세' 보다 낮았던 재산세가 올해 시가를 반영한 체제로 변경되면서 3∼5배 가량 높아져, 확산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최용주 양천구 의원은 "공평과세로 가는 것은 좋은데 40년 동안 안 하던 것을 한꺼번에 하다보니 주민들의 반발이 커졌다"며 점진적인 방식으로 재산세를 인상하는 방안을 채택했어야 했다고 정부 쪽을 탓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급격한 인상은 기초단체가 권한의 범위 안에서 마찰을 줄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재산세 감면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또한 그는 갑작스런 재산세 인상으로 세수가 약 60억원이 더 걷혀 "솔직히 이 돈을 쓸데도 별로 없다"며 예산 배정상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최영태 소장과 김대영 국장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고 반박했다. 최 소장은 "보유세를 높이는 것으로 가야 한다는 세제개편 방향은 이미 10여년 전에 정해졌던 사안"이라며 지자체의 논리가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그는 "조세제도가 완전히 정비된 다음에 했다면 나무랄 수는 없겠지만…"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재산세 인상폭이 높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최 소장은 "우리나라 국민들은 재산세 부분은 적게 내는 것에 만족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사실 재산세 수준은 조세라고 하기도 불분명한 약간의 수수료 정도였다"고 반박했다. 당연히 현실화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부자들이 돈을 내지 않는다면 자본주의는 무너지게 된다"며 지자체의 주민 설득노력을 주문했다.

김대영 행자부 지방세제국장은 "많이 오르는 것은 지난해 이미 예고가 된 것"이라고 일시적 과부과 주장을 일축했다. 이어 그는 과부과 논란에 대해서도 "많이 올랐다고 주장하지만 전체적으로는 10% 남짓 올랐다"고 강조한 뒤 "많이 오른 대신에 내려간 사람이 있고,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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