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악의적인 허위보도'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 고액의 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이 적극 검토된다.
10일 오전 9시30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언론개혁입법안 마련을 위한 국민대토론회'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언론피해구제법 제정안을 놓고 정치권과 언론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논의를 진행했다.
국회정치커뮤니케이션연구회(회장 김재홍)와 언론개혁국민행동(공동대표 김영호) 공동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안상운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가 발제를 맡아 언론피해구제법 제정의 필요성과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악의적 허위보도 경우, 기존 배상액 2~3배 선고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법원은 언론사의 인격권 침해가 '위법'한 것으로서 '의도적 또는 악의적'으로 이뤄진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될 경우 규정에 의한 손해배상 이외에 징벌적인 손해 배상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따르면 언론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피해를 입혔을 경우 그에 따른 손해를 기존처럼 배상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이 '의도적 또는 악의적'일 경우에는 이보다 몇 배에 달하는 배상액을 피해자에게 지불할 수도 있다.
안 이사는 "현재 보상적 손해배상만으로는 악의적인 허위보도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예방적 효과가 충분치 않다"며 "고액의 손해배상을 하게 함으로써 다시는 그와 같은 부당행위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법원은 고액의 배상금으로 인해 언론사의 생계나 존립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되면 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고, 언론사도 자발적으로 신속하게 해당 보도를 취소하거나 정정보도를 했을 경우 법원에 배상액 경감을 청구할 수 있다.
현직 언론인 3단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반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현재 처한 입장에 따라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정치인인 문병호 열린우리당 의원과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 제도의 도입에 대해 찬성입장을 보인 반면, 이강택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회장의 경우는 현직언론인 단체 3곳(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한국기자협회)의 공동 입장이라며 분명한 반대의 뜻을 밝혔다.
문병호 의원은 "언론에 의한 명예훼손 등 제한된 범위 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며 "배상 액수로는 2배 내지 3배 정도를 원칙으로 하고 손해액수가 적을 경우에는 일정 금액 이상을 한도로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이강택 회장은 "일반 국민의 인격권 보호라는 선의의 목적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가 무리하게 도입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두드러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그 이유로 "이 제도가 기득권 비리집단의 진실봉쇄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규모가 작은 진보 내지 중도성향의 언론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임병국 언론중재위원회 상담센터 실장은 사견을 전제로 "해당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미국에서조차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만큼 현행 제도 중에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부분을 제재적 기능으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터넷언론 보도도 피해구제대상에 포함
이날 토론회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외에도 ▲관련 법안 단일화 ▲인터넷언론에 의한 피해구제방안 마련 ▲방송사·일반일간신문사·통신사에 옴부즈맨 제도 도입 의무와 ▲언론중재위 권한 강화 ▲중재절차 간소화 ▲언론피해상담소 설치·운영 ▲언론피해구조기금 마련 등의 내용을 언론피해구제법에 반영할 지 여부가 논의됐다.
안 이사는 "이 같은 내용 외에도 ▲언론소송 전문법원 설립 ▲사생활침해 금지 등 방송심의규정 및 언론윤리 강령 내용의 법제화 ▲자체심의기능 강화 ▲광고에 대한 언론사 법적 책임 조항 신설 ▲독자권익위원회 설치 여부 등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는 17일 열리는 제3차 언론개혁입법안 토론회에는 가칭 신문법 제정을 둘러싼 여러 쟁점들이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사회로 열리는 3차 토론회에는 주동황 광운대 신방과 교수가 발제를 맡고,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이재국 언론노조 신문개혁특위 위원장, 김영욱 한국언론재단 선임연구원이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