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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향
초등학교 앞에는 어떤 물건들이 있을까? 당연히 초등학교 앞이니 문방구가 있을 것이고, 아이들 학습에 필요한 물품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물품 중에서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아이들의 사행심을 조장하는 게임기다.

며칠 전 집 근처 초등학교 앞을 지나가다가 아이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이루어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분명히 여름방학 중인데, 왜 모였을까. 자세히 들여다 보니 아이들은 소형게임기를 중심으로 모여 있었고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살펴보니 예전보다 오락기가 많아진 것같았다. 그날 저녁 나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산책 코스로 잡고,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

게임기 주변에는 긴 줄은 아니지만 순서를 기다리는 아이, 앞에 서서 게임 하고 있는 아이들의 게임을 골똘히 들여다보는 아이, 이미 게임을 마친 후 돈이 없어 아쉬움을 달래며 다른 아이들의 게임을 지켜보는 아이들 등이 서 있었다.

게임을 주로 하는 아이들은 남자 아이들로 초등 2학년에서 5학년 사이가 대부분이었다. 왜 6학년 형들은 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6학년 형들은 이미 많이 해서 시시해 한다는 것이다.

ⓒ 박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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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게임기에서는 게임이 끝나거나 시작하기 전에 "인간은 누구나 짐승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라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 문구를 보는 순간 나는 섬뜩하고 무서웠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미 익숙한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이미 저녁식사 시간이 훌쩍 지나 밤 8시~9시인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여전히 소형 게임기 앞에서 떠날 줄 몰랐다. 게임 내용이나 그림을 살펴보고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커다란 손도끼를 들고 서로 공격을 하고, 끊임없이 상대방을 찌르고 죽여야만이 살 수 있다는 논리가 전개되는 게임이었다.

어릴 때부터 폭력성, 도박성 게임에 익숙해지고 이후 컴퓨터 오락이나 오락실 이용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더욱 심각해 보였다. 또한 아이들에게 사행심을 유발하는 학교 앞 불법 게임기 문제는 심각한 유해환경이라고 생각하는 인식도 부족하다.

ⓒ 박미향
초콜릿이나 과자 등이 넣어진 게임기는 마치 자판기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게임기로 주로 활용되고 있었다. 그 안에 보이는 과자는 그냥 육안으로만 보아도 썪은 것처럼 보였고, 눈에 보이는 먼지가 뚜렷했다.

이 게임기들은 초등학교 앞에서 동네 골목의 슈퍼마켓, 소아과 병원, 제과점, 도서대여점, 시장, 어린 아이들이 주로 다니는 곳으로 확산되고 있어 더욱 문제이다. 아이들은 등하교시간 방학동안에도 돈이 생기면 게임기 앞으로 달려와 부모와의 불화를 빚고 있다.

게임은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해치고, 손가락만을 움직이며 오랫동안 몰입하게 하여 신체건강에도 해롭다. 그럼에도 이 사행성, 폭력성, 도박성 오락기에 대한 단속은 전혀 없어 보인다. 초등학교 앞에서 문방구점을 운영하는 이들도 자녀를 키우고 있을 텐데, 어찌 그렇게 무분별한 오락기가 태연히 학교 앞에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는지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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