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에서는 해안경승지를 돌다보면 발길 닿는 곳마다 바다와 기암절벽의 아름다움에 취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거문여해안경승지는 소정방폭포의 시원한 물줄기와 갯내음이 함께 어우러진 기암절벽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있어서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가 있다.
직각으로 깎아 놓은 듯한 계단을 통해 몇 발자국 발걸음을 옮기면 폭포소리가 들리고 폭포 앞에서 바다 쪽으로 몇 걸음만 바다 쪽으로 다가가면 푸른 바다와 맞닿은 기암절벽이 있다.
거문여해안경승지에서 느낄수 있는 특별함은 갯내음과 어우러진 기암절벽이다. 풋풋하면서도 뭔가 해산물 냄새가 나는 바다냄새. 더구나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태평양의 광활함과 고기잡이 나간 어부들의 소식, 그리고 애타게 기다리는 그리운 사람들의 소식이 담겨 있을 것 같은 프리미엄이 있다.
거문여해안경승지는 서귀포시가 지정한 서귀포 70경중의 한 곳으로, 파랗게 출렁이는 바다는 아무리 햇볕이 열기를 가해도 끄덕도 하지 않는다. 더욱이 누군가가 도끼로 깎아 놓은 듯 정교하게 조각한 기암괴석은 마치 어느 예술가의 조각품 같다. 뒤를 돌아다보면 병풍을 친 듯 소담스런 소정방폭포가 흐르고 앞을 바라보면 시원스레 펼쳐지는 바다 풍광이 더위에 시달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마치 물위에 띄워 놓은 얼음 조각처럼, 거문여해안경승지의 기암괴석은 여러가지 모양을 하고 있다. 절벽 위에 버티고 서 있는 소나무 숲이 한 컷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바다 속에 비친 풍경이 또 하나의 풍광이다. 서쪽으로 지는 해를 받아 반짝이는 것은 바다뿐이 아니다. 반들반들한 절벽은 기름을 발라 놓은 듯하다. 이쯤 해서 동글동글한 갯바위에 몸을 기대고 갯내음에 취해 보는 것도 여행길에 서 맛보는 행복감이다.
멀리 둥둥 떠 있는 섬 하나가 바다 위에 누워 있고, 섬 옆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고기잡이 배는 혼자 떠 있는 섬이 외로울까봐 한치 앞에 서 있다. 바다는 늘 이곳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이기도 하지만 여행자들에게는 마음의 양식을 주기도 한다.
저 푸른 바다를 밟고 뛰어가면 내가 그리는 고향이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마음을 정리하고 다시 기암괴석 끄트머리에 눈길을 돌리면 바위틈에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서 있는 소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누가 저 바위 위에 소나무를 심어 놓았을까?"
조물주의 작품인 것 같기도 하고 자연의 섭리이기도 한 해송을 바라보며 '상생'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서로 부둥켜안고 있다고 할까? 아니면 서로가 의지하며 있다고 할까? 그것도 아니면 서로가 힘을 나누고 있다고 할까? 늘 여행길에서 바라보는 자연은 살아가며 느끼는 모든 감정을 토해 낼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거문여해안경승지는 화산폭발로 인해 용암이 해안까지 흘러내려와 식은 화산암으로 여기 저기 화산폭발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따라서 바다와 절벽이 맞닿은 곳에 서 있는 기암괴석은 마치 전시장처럼 자태를 드러내기도 하고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한 조각의 절벽은 생활에 쫓기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처럼 처절함으로 다가온다.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서 있는 자연의 모습. 그리고 기암괴석 아래 흩어진 화산폭발의 흔적을 딛고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은 태고적의 신비로움을 알 수 있을까?
거문여해안경승지에서 호텔 산책로 쪽으로 걷다보면 바다 구경을 나온 연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산책로에는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 숲으로 우거진 한적함과 새소리. 그리고 출렁이는 파도 소리에 헝클어진 마음을 정리하며 잠시 더위를 식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