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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사는 이야기' 가운데 50편의 이야기가 책으로 엮여 나왔다. 그 50편 중에 내가 쓴 '나의 직업은 예식장 전속 주례'라는 글이 실려 여간 기쁘지 않다. 그 많은 이야기 중에 내 작품도 뽑혔다는 것은 큰 행운이기도 하다.
누구에게 "아유해피?"라고 물어올 때, "예스, 아엠해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행복은 나름대로의 '자기 만족'이다. 나는 우선 환갑을 훨씬 넘은 나이에 사지가 멀쩡하고, 몸에 큰 불편이 없는 게 큰 행복이다.
'장애인에게 술 권하는 사회(이경숙)'의 주인공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참석한 동생의 결혼식에서 가족 사진을 찍지 못했다. 그 서러운 사연을 누가 알까? 장애인은 몸이 불편하다는 것일 뿐인데.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기 보다는 우대 받는 사회가 되야하지 않을까?
'손이 아니라 엉덩이입니다'의 주인공 송계생씨는 화상을 입어 여러 번 피부 이식 수술을 받으며 흉한 모습을 고쳐 가며 살아간다.
'아버지의 새 양복(이봉렬 씀)'을 읽고 난 느낌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아버지께 양복을 해드린 이봉렬씨의 효심에 찬사를 보낸다. 농사꾼이셨던 우리 아버지는 아들 다섯을 두었으나 자식들에게 양복 한벌 못 얻어 입어보시고 세상을 뜨셨다. 이봉렬씨의 글을 진작 읽었다면 나도 아버지 생전에 멋진 양복을 한벌 해드렸을텐데.
'아내에게 다시 연애 편지를 씁시다(정철용 씀)'를 읽으니 나의 젊은 시절이 생각났다. 나는 며칠간 집을 비우는 출장 중에도 집에 있는 아내에게 연애 편지가 아닌 '사랑의 편지'를 쓰는 버릇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만해도 우편행정이 느려 우편물은 언제나 내가 출장에서 집에 돌아온 며칠 후에 아내에게 전달되었다.
뒤늦은 편지를 이불 속에서 읽고 또 읽던 아내의 젊은 날의 모습이 기억난다. 정말 아내에게 편지를 쓴 일이 언제인지 까마득하기만하다. 통신 시설의 발달로 부모 자식 간에도 편지 쓸일이 없으니 격세지감이 든다.
'순두부와 비닐우산(최형식 씀)'을 읽고 살기 어려웠던 어린 시절의 여러 추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길바닥에서 쓸어 모아 준 순두부를 온 가족이 맛있게 먹었다는 사실을 요즘 아이들은 실감하지 못할 것이다.
'연애하는 엄마(신희철 씀)'의 주인공 아저씨가 고맙다. 시골에 와 보니 독거 노인들이 너무 많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지만 마음에 위안이 될 이성 친구나 연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홀로 되신 부모님에게 '애인 구해주기'운동을 벌이면 어떨까?
연일 계속되는 찜통 더위 속에도 50인의 뉴스게릴라가 쓴 얘기는 아련한 젊은 날의 추억을 되살려 준다. 살기 어려웠던 지난 시절의 얘기가 따스한 행복의 앨범으로 페이지 마다 나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한편 한편 모두가 금쪽같은 진실한 삶의 기록이라서 나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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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동물들의 이야기
금선란 지음, 조수연 그림, 보림(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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