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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사기관의 유영철 검거 이후 발표 내용을 보면 범인 검거에 따른 경위나 확보된 범죄내용을 발표하려는 것인지, 국민에게 이벤트성 충격을 주려는 것인지 의구심마저 든다.
검찰은 심지어 증거도 확인되지 않은 유영철의 "시체를 먹었다"는 진술을 그대로 발표함으로써 국민들에게 극치의 혐오감을 주고있다.
일반 국민들은 호기심을 넘어 범인의 잔인함에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으나 검찰은 이러한 국민들에게 자신의 수사상황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연일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발표에 국민은 식상할 뿐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한 살인마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를 마치 중계방송 하듯이 일반시민에게 전할 것인가?
유영철은 자신의 범죄에 죄의식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자신 때문에 사형제 폐지는 어려울 것", "자신이 역대 살인마와 비교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매스컴을 의식한 뻔뻔함과 영웅심리마저 내보이고 있다. 여기에 검찰과 언론이 장단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유영철에 관한 보도는 범죄 내용보다 주변이야기로 채워졌다. 수사관에게 농담과 훈계를 늘어놓았으며 현장 검증에서도 태연하게 살인 장면을 재연하며 시민들에게조차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흉악범인 자신을 인기연예인이나 영웅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았으며, 언론은 심지어 유영철이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든지 유치장에서 대장노릇을 했다는 등 본질을 벗어난 내용으로 신문지면을 채우기도 했다.
나아가 여느 살인사건과는 달리 유영철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변호사의 언론 인터뷰가 이례적으로 보도되는가 하면 서울구치소 독방에 수감 중 감시 카메라부착 등에 대해 인권침해를 주장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하는 등 희생자와 그 가족 그리고 일반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 연일 보도되었다.
살인범의 말 한마디도, 안 놓치고 연일 보도
이번 유영철 검거 이후 여러 언론에는 이미 이와 유사한 범죄보도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가? 우선 수사기관이 지나치게 언론의 구설수를 피하고자 범인을 조심스럽게 다루게 되고 범인이 이를 눈치채 영악한 행동을 하게 된 것 같다. 거기에 범인이 취재진의 후한 대접(?)에 고무되어 오만불손한 모습을 더하였다고 생각된다.
이와 더불어 언론을 이용해 수사기관의 업적과시가 병행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사과정에서 연일 쏟아지는 그의 범행내용, 동기, 피해자신분 등은 언론에게는 커다란 특종이었으므로 수사기관도 이를 적극 활용했을 것이다. 심지어 검찰간부는 수사상황을 발표하면서 범죄진술에 "상세한 해설"까지 곁들이고 있어 희대의 살인마에 희생된 유가족을 뒤로하고 흥행성 발언(?)도 마다하지 않는 인상을 주었다.
마치 살인범의 행적이나 범죄를 전함에 있어 "시신처리방법의 발전"이니 "철저한 계획", "대담한 수법" 등 뛰어난 살인마임을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게 한다. 또한 범행동기도 "불우한 환경의 영향", "부유층에 대한 적개심" 등을 통해 마치 어쩔 수 없는 상황이 그를 만든 것으로 오인하게 하고 있다. 실제 인터넷에는 유영철의 범죄는 사회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주장의 글이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어느 사이트에서는 유영철의 프로 파일까지 제공하고 있어 그를 이미 유명인사와 같이 취급하고 있었다. 그의 살인범행에 대한 주요언론 보도건수(주요 검색사이트기준)는 검거보도가 시작된 7월 18일 이후 주요신문에서만 1200건, 방송을 포함하여 2200건 이상이 보도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올 여름 국민들은 살인범보도의 열기와 더위를 함께 겪어야했다.
"살인스타"의 언행보도에 동조적 모방범죄 우려
이러한 경찰과 검찰 그리고 언론의 태도에 심한 우려를 나타내지 않을 수 없다. 흉악한 범죄에 대해 지나치게 구체적인 범행과정과 동기 등을 노출하여 많은 비행청소년과 사회에 불만을 지닌 사람들에게 무의식적인 모방범죄를 유발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또한 범죄자들도 이러한 "범죄기록"을 갱신하기 위해 또 다른 추가범죄를 저지를지도 모른다.
더구나 유영철의 범죄는 본인이 진술했듯이 교도소 수감 중 예전의 연쇄살인 사건 보도에 영향을 받았으며 이를 기초로 범행을 착안하여 계획까지 수립했다는 것 아닌가. 이러한 것을 우려해 많은 시민들은 앞으로 흉악한 범죄에 대한 "신속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와는 별개로 더 이상 횡설수설하는 살인마의 언행을 국민에게 직접 전하는 것을 자제해 주길 바라고 있다.
가뜩이나 서울 서남부권의 살인사건이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던 차에 유영철 사건, 경찰관 살인사건 등 연이은 살인범죄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경제난과 사회갈등으로 언제 어디서 어떤 사건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살인범의 언론부각은 결코 우리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 흉악범과 관련한 수사기관의 관리와 언론보도에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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