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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웅 SN뱅크 사장
최세웅 SN뱅크 사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최세웅 SN뱅크 사장(43)은 북한 노동당 고위 간부 출신으로 철저한 외환·금융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최 사장은 1961년 북한 노동당 재경경리부장을 지낸 최희벽(95년 당시 70살)씨의 차남으로 태어나 김일성종합대학 독문과를 졸업했다.

최씨가 독문과를 택한 것은 애초 '문학교수'를 꿈꿨기 때문. 최씨는 "어렸을 적에 당 출판사 기자였던 누이가 읽고 있던 '걸리버 여행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문학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할 무렵만 해도 최씨는 대학에 남아 문학을 가르치기 원했다.

하지만 최씨는 당의 명령으로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최씨는 "졸업할 무렵 어느날 갑자기 주석궁 인사과에서 부르더니 대성은행으로 가라고 했다"며 "영문도 모른 채 대성은행에서 2개월간 연수를 받고 대성은행지도원을 거쳐 곧바로 영국 합작회사로 나갔다"고 전했다.

영국에서 최씨는 북·영 합작회사인 '개발투자회사(DIC)' 사장(통일발전은행 부총재보)으로 북한의 유럽지역 무역업무를 총괄하다 지난 95년 탈북, 가족과 함께 남한으로 들어왔다. 최씨와 함께 들어온 가족은 만수대 예술단 무용배우 출신으로 지난 85년 당시 서울에서 한 차례 공연을 가진 경험도 있는 부인 신영희(43)씨와 아들(18), 딸(15) 등이다.

이처럼 엘리트코스를 걸어온 최씨의 탈북을 놓고 95년 당시 여러가지 얘기들이 떠돌았다. 하지만 최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대형 금융사고를 냈다'는 일부의 관측을 부인한 뒤 "10여 년의 외국 생활을 통해 민주주의를 알게 됐기 때문"이라며 귀순 동기를 밝혔다.

하지만 최씨 가족의 초창기 한국 정착 생활은 그다지 순탄치는 못했다. 북한과 영국에서 상류층 생활을 하던 최씨 가족에게 한국 생활은 힘들었다. 최씨는 "북한에 있을 때만 해도 우리 집에는 김정일 면담용 1대, 출퇴근용 차량 1대 등 승용차만 3대였다"며 "육고기나 생선도 하루 만에 원산지에서 직접 공수해 올 수 있었기 때문에 냉장고가 필요 없을 정도"라고 회고했다.

입국 후 외환전문딜러로 금융결제원에서 근무하던 최씨는 1년 뒤 나라종금으로 자리를 옮겨 외환팀장으로 일하다 다시 1년만에 직장을 접고 나와 '진달래각'이라는 냉면집을 열었다.

"그때는 부부싸움도 많이 했죠. 냉면을 개발하느라 밤을 새는 일이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집사람이 이해를 못해서 자주 다퉜습니다. 지금도 사업상 술자리가 이어져 늦으면 한번씩 다투죠. 집사람은 아직 자본주의 사회를 잘 이해 못하는 것 같아요(웃음)."

진달래각을 운영하던 최씨는 지난 2000년 외환전문 거래업체인 (주)엔포렉스를 설립하며 벤처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듬해 'SN뱅크'로 업체명을 바꾼 회사는 2004년 8월 현재 종업원 28명에 자본금 28억원의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SN뱅크의 IBS 시스템을 이용하는 사람도 약 5000여명에 이른다.

"중간에 어려운 일도 많았죠. 무엇보다 한국사회에서 탈북자 출신이라고 하면 '서자'를 보듯 보는게 문제입니다. 그래도 할 수 없죠. 개인이 극복해야 할 문젠데…."

창업 뒤 올해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SN뱅크는 최근 미국의 세계적인 선물전업그룹인 레프코(REFCO)사로부터 1백만 달러의 지분투자를 유치하는 등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업무제휴를 하고 있는 하나은행, 우리은행, 대구은행 외에도 조흥은행 등과의 업무제휴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흑자로 돌아서게 만드는 것이 최 사장의 목표다.

국내 외환시장의 성장과 선진 외환시장으로의 진입을 꿈꾸는 최 사장은 한국 젊은이들이 외환시장에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관심은 지식을 낳고, 지식은 부를 낳습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외환시장에 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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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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