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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빈한 법관의 대명사로 유명한 ‘딸깍발이 판사’ 조무제 대법관이 17일 대법원 청사에서 퇴임식을 갖고 34년간 정들었던 법원을 떠났다.

조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법관은 재판외적 상황에 구애돼 재판권의 적정한 행사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부정적 여건이 있다고 해서 적정·공평·신속·소송경제라는 재판의 이상을 실현할 성스러운 책무를 면할 길은 없다”고 강조하면서 “진리가 아닌 외형적 변화에 결코 흔들리지 않으면서 정성을 다해 재판 업무에 몰두해 다라”고 당부했다.

조 대법관은 그러면서 “사물의 본질을 벗어난 편견이나 선입감을 지닌 주장이야말로 사법 판단에서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며 “보편성을 잃은 주장이라면 법관은 아무리 목청 높게 눈앞에 다가서는 여론이라 할지라도 그로부터 초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법관의 자세를 주문했다.

조무제 대법관이 사법부 내에서 ‘청빈의 전형’이 된 것은 지난 98년 대법관 취임 때 재산 신고 액수가 7000여만원인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부터 딸깍발이로 불려졌다. ‘딸깍발이’는 국어학자 이희승씨의 수필 제목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로지 ‘딸깍딸깍’ 소리 나는 나막신만 신고 다닌 서울 남산골의 청렴한 선비를 빚댄 말이다.

조 대법관은 대법관으로 부임한 뒤 수년간 서울 서초동의 보증금 2000만원짜리 원룸오피스텔에서 살았던 일화는 유명하다. 또한 해마다 모아진 급여만큼 재산이 늘었으나 퇴임을 앞둔 현재도 서울 시내의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도 안 되는 2억여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장관급 예유를 받는 대법관에게는 비서관이 배속되지만 그는 재임 6년간 별도의 전속 비서관을 두지 않고 홀로 업무를 수행해 왔을 정도로 성실한 법관으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

조 대법관은 경남 진주 출신으로 사법시험 4회와 부산 동아대 법대를 나와 67년 군법무관을 시작으로 70년 부산지법 판사로 임관한 이후 ▲대구고법 판사 ▲부산지법 부장판사 ▲대구·부산고법 부장판사 ▲창원지법원장 ▲부산지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조 대법관은 학구열도 높아 사법시험과 동아대 법대를 졸업한 뒤인 67년 서울대 사법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으며, 83년에는 동아대 법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86년 법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와 함께 조 대법관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사건에서부터 최근 체벌 등 교사의 지도 행위에 대해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판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건을 처리해 오면서 법조문에 충실하면서도 합리적인 판결을 도출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퇴임식을 끝으로 정든 법원을 떠나는 조 대법관은 다른 고위법관 출신들이 로펌 대표변호사 등으로 취임하는 것과는 달리 동아대 사회과학대학 정치행정학부 석좌교수로 임용되는 첫 대법관으로 후배 양성에 힘을 쏟을 예정이어서 퇴임 후에도 아름다운 법관으로 기억될 것이다.

조 대법관은 내달 1일부터 학부생과 대학원생 등을 상대로 주 3∼6시간 가량 직접 강의를 할 예정이다. 동아대측도 사상 첫 석좌교수로 임용되는 조 대법관에게 정교수 이상의 특급 대우를 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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