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평통사 회원이 청와대앞 신문고를 두드리며 "굴욕적 용산기지 이전협상은 무효"라고 외치고 있다.
평통사 회원이 청와대앞 신문고를 두드리며 "굴욕적 용산기지 이전협상은 무효"라고 외치고 있다. ⓒ 오마이TV 김호중
'굴욕협상'이라고 적힌 피켓을 든 시위참가자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굴욕협상'이라고 적힌 피켓을 든 시위참가자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 오마이TV 김호중


[기사대체: 18일 오후 5시 40분]

'용산협정 무효!' 청와대 신문고 울리다


18일 오후 12시 5분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하 평통사) 회원 6명이 ‘굴욕적 용산 협정 가서명을 중단하라!’며 청와대 앞 신문고를 두드리는 긴급 시위를 벌였다.

버스를 타고 청와대 앞까지 온 평통사 회원들은 우산을 펴는 척 하다가 사복경찰의 제지를 뿌리치며 달려가 들고 있던 우산과 주먹으로 신문고를 힘껏 두드렸다.

평통사 회원들은 ‘용산협상’ 글자에 금지표시를 한 피켓을 펼쳐 보이며 “굴욕협상을 반대한다”, “굴욕적인 용산기지 이전협상 가서명을 중단하고 재협상하라”고 목놓아 외쳤다.

남자 1명과 여자 5명으로 이뤄진 평통사 회원들은 뒤따라온 사복 경찰들이 신문고에서 끌어내리려고 하자 약 5분간 몸싸움을 벌이며 저항하다 강제 연행됐다.

이들은 호송차량 안에서도 창문 틈으로 손 피켓을 흔들어 보이는 등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대치했다.

시위참가자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시위참가자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 오마이TV 김호중

경찰 호송 차량 안에서 구호를 외치는 시위참가자
경찰 호송 차량 안에서 구호를 외치는 시위참가자 ⓒ 오마이TV 김호중

오는 19일부터 이틀간 열릴 11차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FOTA) 회의에서 한국은 주한미군을 감축하더라도 핵심전력의 감축은 상당기간 연기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고 용산기지 이전을 위한 포괄협정(UA) 및 이행합의서(IA)에 가서명할 예정이다.

유영재 평통사 미군문제 팀장은 “한달 이전부터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고, 17일에는 청와대를 방문하기도 했으나, 노 대통령은 이를 묵살했다”며 “19일부터 열리는 협상에서 가서명 하게 되면 이를 되돌리기 쉽지 않기에 상징적으로 신문고를 두드려 의사를 표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유 팀장은 “미국의 필요에 의해 미군 기지를 이전하는 것인데 그 이전비용을 우리 쪽이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더구나 평택 등의 토지를 추가해서 내놓으라는 것은 주민들의 삶은 물론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문고를 울리며 긴급투쟁에 참여해 경찰에 연행됐던 평통사 회원들은 현재 종로경찰서를 거쳐 청량리 경찰서로 이송되었으나 계속해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경찰은 변호사와 접견하고 있는 이들에게 신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요구하는 등 지난해 이와 비슷한 긴급시위 때보다 강한 대응을 하고 있다.

유 팀장은 이에 대해 “신문고는 국민들이 자신의 의사표현을 위해 두드리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굴욕적인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상 예비(가)서명을 중단시키십시오!"

아래는 평통사에 발표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 전문이다.

노무현 대통령님!

크고 힘든 나랏일에 얼마나 애를 쓰십니까?

저희는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회원입니다.
저희는 용산기지 이전협상이 시작되는 2003년 초부터 줄곧 이 문제를 다뤄왔습니다. 저희는 각종 기자회견, 집회, 서명운동, 각계선언, 농성, 노숙 등을 진행하면서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상의 굴욕성을 널리 알려왔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정부당국자들을 만나기도 하였습니다. 당국자들은 실무 차원에서 협상을 마무리 지은 지금 독소조항을 대부분 없앴고, 사회단체의 의견도 적극 반영하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님!

저희가 볼 때 당국에서 내세우는 협상성과는 대부분 소소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핵심적인 내용에서는 90년 협정보다도 오히려 개악된 부분마저 있다는 점에서 절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전비용은 17억 달러에서 30∼40억 달러(정부 추산)로 늘어났고, 용산기지 대체부지도 26만 8천 평에서 52만 평으로 두 배나 커졌습니다. 특히 시설기준은 '기존수준'에서 '새로운 임무와 기능을 충족하는 수준'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로 인해 첨단 C4I(지휘통제통신자동화체계)나 대규모 부지와 주택을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를 지나 '참여정부'에 들어선 지금, 도대체 어떻게 군부독재시절보다 못한 협상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까?

이뿐이 아닙니다!

총액조차 명시되어 있지 않은 용산기지 이전 협정안을 보다가 세부항목별 비용과 건설일정까지 본 협정에 자세히 서술되어 있는 외국사례를 보면 우리는 또 한 번 낭패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모든 비용을 지불하는데 거부권조차 가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예산이 수 조원에 이르는 대형사업에 대한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대령급 실무자에게 맡기는 협상 내용을 보면 눈앞이 아득할 뿐입니다.

그런데 대통령님!

이런 굴욕적인 내용도 모자라 협정안 처리 일정까지도 미국의 요구에 따른다고 합니다. 저히는 마스터플랜(MP)조차 없는 상태에서 도대체 어디에 얼마를 어떻게 줘야 할지도 모르는 '백지수표'나 다를 바 없는 협정안 처리를 서두르는 이유가 10월에 미국 회계연도시작 되기 때문이 아닌가 의심됩니다. 더구나 용산 협정안에는 미 국방부가 진행중인 주한미군감축문제도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저희는 오래 전부터 여러 방법으로 대통령님 면담을 요구하여 왔습니다. 50여 년 전에 이어 또다시 삶의 뿌리를 뽑힐 위기에 처해 어색한 붉은 머리띠 두르고 갈퀴 같은 손 힘없이 내뻗는 팽성읍 할머니들의 절규를 대통령님께 생생하게 전달해 드리고 싶습니다. 평통사에서 농성하고 있으면 "미군이 이사가는데 왜 우리가 돈을 다 내?"라고 말하는 아주머니의 생생한 목소리를 대통령께 직접 전달해 드리고 싶습니다.

대통령님!

예비(가)서명이 임박해 있고 이 절차가 마무리되면 협정의 굴욕성을 되돌이키기 어려운 절박한 상황에서, 대통령님을 직접 만나고자하는 모든 시도가 거부된 지금, 저희는 선조들이 나랏님에게 마지막 호소의 방법으로 사용했던 '신문고'를 두드립니다.제발 국민의 소리, 특히 평택 주민들의 생존의 피울음을 들으시라는 간절한 심정으로 우리는 온 힘을 다해 북을 크게 울립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11차 미래한미동맹 정책구상회의(FOTA)에서의 예비(가)서명을 중단시키십시오!
협정안을 하루 빨리 모두 공개하십시오!
국민의사를 충분히 수렴하십시오!
이제까지의 굴욕적 용산 협상을 모두 무효화하고 협상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십시오!


2004. 8. 18

노무현 대통령님의 결단을 호소하면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회원들이 드립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