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인 이전 비용을 한국측이 전액 부담하는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상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하 평통사)은 19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 국방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11차 FOTA(미래한미동맹 정책구상) 회의에서 예비(가)서명될 예정인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정안(이하 용산협정안)의 전면 무효와 재협상 실시를 요구했다.
"미군부대 이사 가는데 왜 우리가 돈을 대나"
| | | 제11차 FOTA 회의 결과 12일 오후 발표 | | | | 19일 오후 3시 국방부 중회의실에서 열린 제11차 FOTA 회의에서 한미 양국은 지난 10차 회의에서 마련된 용산 미군기지 이전을 위한 포괄협정(UA)과 이행합의서(IA) 및 기술양해각서에 가서명할 예정이다. 평택 등지에 제공될 대체부지 관련해서 LPP(연합토지관리 계획) 개정협정도 가서명 될 예정이다.
지날달 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10차 회의에서 미국은 해외주둔미군 재배치계획(GPR)에 따라 내년 말까지 주한미군 1만2500명을 감축하겠다고 통보했고, 한국은 대체전력 증강일정 등을 이유로 최소한 다연장로켓(MLRS), 아파치 헬기부대 등 핵심전력은 감축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번 제11차 FOTA 회의 결과는 20일 오후 5시경 발표될 예정이다. | | | | |
평통사가 용산협정안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번 협정안이 미국의 이익만을 일방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용산협정안이 오는 정기국회에서 국회비준을 받게 되면 한국은 용산기지 이전에 따르는 수 조원의 비용(정부추산 약 3조6천억~6조원)을 전액 부담케 된다.
미군재배치 계획과 관련 평택·오산 등지에 제공될 349만평의 대체부지 규모도 문제다. 평통사는 "이 같은 규모는 지난 2002년 LPP(연합토지관리계획) 상 대체부지 제공 규모인 154만평의 두 배 이상에 달한다"며 "주한미군이 1/3이나 감축되는데도 대체부지가 턱없이 늘어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따졌다.
김종일 평통사 사무처장은 "더 큰 문제는 이런 용산협정안의 총비용과 규모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며 "국회 비준이 필요 없는 이행합의서(IA) 및 기술양해각서 체결 과정에서 이 같은 비용과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정수 민노당 평택시을지구당 위원장이 낭독한 기자회견문에서 평통사는 "이 안대로라면 정부는 미국에게 '백지수표'를 주는 꼴이나 다름없다"며 "이는 국가간 조약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굴욕적이고 불평등한 내용을 담고 있는 '제2의 을사조약'"이라고 비판했다.
"용산기지 평택이전, 한반도 전쟁위협 증가"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상의 근본적인 배경이 된 미국의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이 초래할 위험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김종일 사무처장은 "평택으로 미군부대를 재배치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중국 압박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세계패권전략의 일환"이라며 "이로 인한 군비경쟁으로 인해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전쟁 위협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회장은 "민족 생존이 풍전등화 상태인데 노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에만 동조하고 있다"며 "용산협정안이 체결된다면 우리 민족은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파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를 위해 평택에서 상경한 김지태 미군기지 확장반대 팽성읍 대책위 위원장은 "오는 28일 1500여명의 평택주민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반대 집회를 가질 예정"이라며 "전 주민이 부상을 당하거나 구속되더라도 두려움 없이 갈 길을 가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기자회견 직후 평통사 소속 회원 20여명은 국방부 정문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평통사는 제11차 FOTA 회의가 끝나는 20일 이후에도 용산협상 폐기를 위한 투쟁을 지속적으로 벌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