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9일 부산 동아대학교 예술대학 건물 앞.
태풍 메기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문화소통단체 숨의 조종성(29)씨와 학생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옮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몇몇 학생들은 자신의 작품을 마지막으로 손질하고 있었으며, 카메라를 들고 있는 학생은 이 장면을 기록하기 위해서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무엇 때문에 학생들이 방학 중에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그것은 부산에서 '홍대 문화축제'에 버금가는 대규모 거리예술제가 서면 한복판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부산에 있는 대학교의 예술대 학생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만들어나가는 최초의 예술제이기 때문에 부산 문화인들로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예술대학들, 2004 부산예술제- '인공호흡'을 시작하다
문화소통단체 '숨'은 8월 20일부터 30일까지 10일 동안 부산대, 동아대, 경성대 등 16개 예술대학생 350명과 부산문화인 100여명이 함께 획기적인 미술문화 축제를 연다.
'부산거리예술제-인공호흡'이라고 명명된 이번 축제는 부산진구 범천동 교보문고 거리, 범내골 지하철역, 지오플레이스 거리와 서면을 중심으로 젊은 예술가들의 설치전시가 진행되며 주변벽이나 셔터 등에는 벽화작품들이 그려진다. 또한 거리 바닥 곳곳에서 퍼포먼스나 돌발적인 그림이 그려지며 지하철역에서는 조소, 회화작품이 전시된다.
이뿐만 아니라 각 대학교별로 음악과 학생이나 무용과 동아리 등이 참여하는 공연도 열린다. 본격적인 막을 열 20일 개막공연에서는 다양한 공연들이 펼쳐지는데 여기에는 부산의 음대생들은 물론 인디밴드들도 총출동한다.
이번 축제에서 특이할 만한 점은 시민들이 직접 거리예술제에 재미를 느끼고 참여할 수 있는 미술체험전과 프리마켓(예술벼룩시장)이 열린다는 점. 8월 20일에는 서면 교보문고 건물 광장에서 일반인들이 접하기 힘든 도자기 만들기, 손 찍기, 손수건 염색 등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재미 있는 실습전도 준비되어 있다.
또한 프리마켓은 작가들이 만든 의류, 악세사리, 공예작품 등을 직접 거리에서 전시하면서 판매도 함께 이루어져 멀게만 느껴졌던 미술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작가와 시민들 간의 거리도 좁힌다.
거리예술제를 준비하는 과정과 행사풍경 등을 직접 학생들이 사진으로 찍어 작품사진을 대안공간 '숨'과 교보문고 이벤트홀에서 볼 수 있어 행사의 색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이번 거리예술제가 열리게 된 데에는 문화소통단체 '숨'의 역할이 컸다. 그동안 '숨'은 부산에 여러 예술대 대학생들과 함께 회의와 워크숍을 통해 이번 행사를 위해 많은 노력을 진행해왔다.
'숨'의 차재근씨는 "이번 행사는 부산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대규모 거리 예술제"라며 "기존 상업행사가 아닌 예술대학생들의 순수한 거리축제로서 부산문화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학생들의 행사에 대해 후원에 나선 부산진구청과 교보문고의 기대도 크다. 교보문고 부산지점 김명중 점장은 이번 행사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고 참신한 예술제라 기대가 크다"며 "시민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문화라는 것에 대해 쉽게 다가갔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