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문화일보홀에서는 창작 연희극 <똥벼락> 공연이 있었다. 이날 공연을 보러 모인 아이들은 산이나 들보다는 TV, 비디오, 컴퓨터 게임이 더 익숙한 아이들이었다. 그야말로 농사가 무엇인지, 용두레와 갈퀴가 무언지를 모르는 도심의 아이들인 것. 그들이 모여든 공연장 무대에는 길이 5~6m 정도의 기(旗)가 세워져 있었다. 그 기에 쓰여진 '농자천하지대본'의 뜻을 아는 아이들이 과연 몇일까? <똥벼락>은 이러한 의문을 풀어가는 공연이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之天下之大本)
예나 지금이나 사람은 먹어야 산다. 아무리 고도로 발달된 사회라고 해도 먹지 않고서는 못사는 법이다. 또 옛말에 양반도 먹어야 수염이 석자라고 하였다. 먹거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이렇듯 우리에게 먹거리의 대명사인 음식은 바로 쌀이며 이는 곧 농사로 연결된다. 그래서일까? '이 세상의 가장 으뜸이 되는 근본이 농업'이란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글귀를 처음 본 순간부터 계속 입에 맴돌았다. 하지만 도시의 아이들은 그 진리를 깨닫기에는 너무 낯선 환경에서 살고 있다. 창작 연희극 <똥벼락>은 '농자천하지대본'이 무엇인지 도시의 아이들에게 유익하고 재미나게 일깨워 주었다.
극은 김부자 집에서 30년 넘게 머슴으로 지낸 돌쇠 아범과 욕심 많은 김부자 두 사람이 주축이다. 돌쇠 아범은 30년 머슴살이의 새경으로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돌밭에 물길 닿지 않는 천수답을 받는다. 하지만 돌쇠 아범은 낙담하지 않고 천수답에는 용두레질로 물을 대고 돌밭에서 돌을 잘 골라 낸다. 이어서 기름진 땅을 만들기 위해 거름으로 열심히 똥을 모으고 모내기와 추수의 농업에 관한 일련의 과정을 아이들에게 선보인다. 그 사이 사이에 진행되는 배우들의 재미난 입담과 동작이 볼거리였다.
'똥'은 흔히 세상에서 하잘 것 없고 가장 더럽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농사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그 설정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함께 부르는 노래와 장단도 가벼이 볼것이 아니었다.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고 논에 발 한 번 들여 놓지 않았음에도 귀에 익숙한 그 장단들은 대부분 농사를 지을 때 부르는 노동요들이었다. 배우지 않았어도 무대에서 선창하는 배우를 따라 후렴이 저절로 나왔고 모든 사람과 함께 불렀다.
아이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서 모내기 동작을 해 보고 배우들을 따라 몸짓의 손장단을 맞출 때, 각설이 타령에 깡통에 모으는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을 때에는 생소한 연출에 조금 의아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사람의 몸으로 표현한 작두질, 우리 악기 장구와 북, 징이 만들어 낸 흥겨움, 우산을 활용한 탈곡 장면과 어울려 옛 농기구가 하나씩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돌쇠 아범이 큰 소리로 이름을 알려 줄 때였다.
극이 끝날 때에는 도심에서 살고 있지만 이 세상의 가장 으뜸이 되는 근본은 농업이란 것을 아이들이 깊이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한 숟가락의 밥에 얼마나 많은 이의 수고와 땀이 얼룩져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