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신 : 25일 오후 4시]
"생명과 영혼을 침탈당하는 상황 맞고 싶지 않다"
오후 1시30분 지율스님은 대기하고 있던 응급차 편으로 동국대 강남한강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 6월 30일 오전 10시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한지 56일 3시간 30분 만이다.
지율스님은 병원으로 옮겨지기 직전까지 "단식을 그만두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없다"며 정부 측의 협상 태도에 깊은 불신을 나타냈다. 천성산 대책위 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스님이 단식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천성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투쟁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율스님이 단식을 지속할 지 여부는 본인의 결심이 설 때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율스님이 단식 중단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끝내 환경영향평가 재실시와 이를 위한 6개월간의 공사 중단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문재인 수석이 제안한 내용 중 12일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제안한 내용과 차이가 있다면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에 대해 성의 있는 자세를 보이겠다"는 내용 정도뿐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 12일 지율스님에게 보낸 합의서 문안에서 ▲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불가 ▲ 항소심 결과 승복을 전제로 한 공사 잠정 중단을 제안했지만 지율스님은 이를 거부한 바 있다.
24일 오후 6시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율스님은 "정부에게 더 이상 기대할 바가 없는 상황에서 강제입원에 대한 공포마저 느낀다"며 "생명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침탈당하는 그런 상황을 맞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하겠냐"며 기자에게 반문하기도 했다.
지율스님은 25일 오전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기 전까지 문재인 수석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작성 중이었다. 지율스님은 그 편지에서 천성산 문제와 관련 그동안 정부와 일부 시민·종교단체에서 보인 비도덕성과 비윤리성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아 추후라도 <오마이뉴스>에 직접 기사 형식으로 송고하겠다고 밝혔다.
| | "환경부 장관입니까, 건교부 장관입니까" | | | 지율스님 찾은 곽결호 환경부 장관 면박 당해 | | | |
| | ▲ 지율 스님이 굳은 표정으로 곽결호 환경부 장관의 얘기를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지율스님이 강남한방병원으로 옮겨지기 직전인 오후 12시35분께 청와대 앞 농성장을 찾은 곽결호 환경부 장관은 천성산 대책위 관계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현장을 찾은 곽 장관은 우선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문제는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제도개선 문제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안목으로 광범위하게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결국 그런 이야기나 하려고 왔냐"는 대책위 관계자들의 거친 항의를 받고 즉석에서 대책위 관계자들과 30여분동안 간담회를 가졌다.
94년 실시된 천성산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입장을 묻는 대책위 관계자의 질문에 곽 장관은 "현행 제도 하에서 적법·타당하게 시행된 것"이라며 "현 노선대로 공사를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행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개인적'인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일반론적'으로 말해 대규모 개발 사업은 사업구상 초기 단계부터 관련 주체들이 함께 모여 논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개선안을 묻는 질문에는 "일단 내일 오전에 만나 이런 내용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보자"는 정도의 제안만을 했다.
한편 곽 장관은 이런 논의 내용을 지율스님께 전달하고 자리를 떠나려 했지만, 논의 내용을 전해들은 지율스님의 따가운 질책에 한참 진땀을 흘려야 했다.
지율스님은 "94년 실시된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실시됐다는 지적이 수없이 제기됐는데 어떻게 현행 제도상 문제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냐"며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치 환경부 장관이 아니라 건교부 장관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지율스님은 "과연 지난 3년 동안 환경부가 천성산을 살리기 위해 한 일이 무엇이냐"고 반문하고, "환경부가 의지만 있었다면 언제든지 부실하게 실시된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재조사에 나설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항의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곽 장관은 "보는 시각에 따라 관점이 다를 수 있다"며 몇 가지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려 했으나, 오랫동안 단식을 지속한 지율스님에게 무리가 간다는 주위의 만류로 곧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 | | | |
[3신 : 25일 낮 12시15분]
문 수석과 천성산 대책위 '합의안' 발표... 지율스님은 '묵묵부답'
25일 오전 11시 20분경 청와대 앞 분수대 근방에서 문재인 수석과 천성산 대책위 관계자들은 합의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율스님은 현재 이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지율 스님은 잠시 후인 오후 1시경 곽결호 환경부 장관과의 면담을 마치고 병원으로 후송될 예정이다.
한편 낮 12시 지율 스님을 찾은 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스님이 요구하는 환경영향평가 재실시와 공사중단 요구가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두 달 가까이 단식을 하면서 이와 같은 사안을 주장했는데 정부가 12일 발표내용을 가지고 단식을 중단시키려고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손 의원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오늘 국회 차원에서 의원들을 상대로 서명 작업을 진행 중이었는데 합의안이 마련됐다는 소식을 듣고 사실 확인차 급하게 왔다"고 말했다.
또 손 의원은 "환경영향평가가 재실시되어야 하는데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태에서 스님 단식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스님의 참 뜻을 이해못하는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한편, 대책위와 경찰은 지율 스님을 동국대 강남한방병원에 입원시키기로 합의했다.
[2신 : 25일 오전 11시20분]
지율스님 "아픈 자식 버리지 못하는 마음... 도와주세요"
문재인 수석, 오전 11시20분부터 합의안 발표
25일 오전 10시 40분 지율스님을 찾은 문재인 수석은 "걱정하시는 문제가 다 잘 해결되서 이런 고통을 안 겪으시게 했어야 했는데 죄송하다"며 "그동안 찾아뵙고 싶었지만 해결방안을 가져와야 했기 때문에 어려웠다"고 말했다.
문 수석은 "정부조직을 나무라더라도 먼저 기력을 다시 찾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수석과 동행한 박선숙 환경부 차관도 "많이 걱정하고 고민했다"며 "건강을 먼저 추스리기 바란다"고 지율 스님의 건강을 염려했다.
이어 문 수석은 "1차 단식 때 찾아뵈었을 때보다 건강이 더 안 좋아보인다"며 "많은 분들이 스님의 환경철학과 생명의식에 공감하고 있지만 스님의 건강 역시 우려하고 있다"며 주로 지율스님의 안부를 물었다.
이어 문 수석은 "항소심 재판부가 내린 결정에 승복한다는 조건으로 그때까지 공사를 중단한다는 방안을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며, 환경영향평가 부분에 대해서는 "이 사안의 경우 재실시 하기가 힘들고 제도적인 부분의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하자"고 말했다.
이에 지율스님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다가 "아픈 자식을 버리지 못하는 마음을 이해해주시고 도와주세요"라며 짧게 답했다.
지율 스님을 찾은 뒤 문 수석은 기자들과 짧게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한 기자가 "대통령의 공약사안을 청와대가 어겼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하자 문 수석은 "1차 단식때 찾아가서 부탁드린 얘기는 공사 중단이 아니라 그 당시 정해진 노선과 시민 환경단체에서 제시하는 대안 노선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견"이라며 "이는 우선 재검토 위원회를 통해 약속을 지킨바 있다"고 답했다.
이어 문 수석은 단식 57일째가 지나서야 찾아왔다는 부분에 비난이 있다는 지적에 "기본적으로 청와대는 이 문제 해결에 주체가 아니다"면서 "시위 효과를 높이기 위해 청와대 앞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갔지만 청와대가 나서서 해법을 제시해 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문 수석은 이날 오전 11시 20분부터 기자회견을 통해 합의안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철도시설공단측에서 제시한 안에서 진일보한 측면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는 119 구급대원들이 대기하고 있다.
기자회견 직후 지율 스님은 경찰측이 제시한 동서한방병원과 대책위에서 준비한 강북삼성병원 중 한 곳으로 후송된다.
[1신 : 25일 오전 10시 30분]
지율 스님 57일만에 단식 끝낼듯
오전 11시경 정부와 합의안 발표... "천성산 공사 일시중단 포함"
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에 대한 공사 중단을 촉구하며 57일째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벌이고 있는 지율스님과 정부측과의 합의안이 오늘(25일) 오전 발표될 예정이다.
이날 오전 11시에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천성산대책위 관계자들은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성산 공사 일시 중단에 대한 합의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천성산 대책위 한 관계자는 "합의안에는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는 불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공사중단의 문제의 경우 합의기한이 명시되지 않고 항소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중단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합의안이 발표된 직후 건강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지율스님은 병원으로 후송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환경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천성산 문제에는 적용되지 않지만 환경영향평가 문제점을 개선하는 법안을 17대 국회에서 마련하는 차원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율스님이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하는 동안 천성산 대책위와 청와대간의 물밑 협의가 활발히 진행돼왔다.
그간 대책위는 "환경영향평가 재실시와 이를 위한 최소 6개월간의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청와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이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면서 난색을 표시해왔다.
하지만 지율스님의 단식이 60일을 향해 가는 극한 상황에 이르게 되면서 양측은 무엇보다 지율스님이 단식을 중단할 수 있는 '적절한 타협점'을 찾기 위해 물밑 접촉을 계속해왔다.
지난 24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만난 박병상 풀꽃세상 대표는 "천성산 문제도 시급하지만 당장 지율스님의 안녕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상황이 급박하다"며 "지율스님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든 한계상황에 이르렀다는 인식은 정부당국에서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의 면담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천성산 대책위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4시10분 청와대 수석실 관계자와 면담을 갖고 대책위 요구사항을 재차 전달하기도 했다.
이날 면담을 마치고 청와대 앞 농성장으로 돌아온 한 관계자는 "문 수석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면담에 응한 보좌관으로부터 '대책위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를 정확히 상부에 보고드릴 것'이라고 답변을 들었다"며 당시 면담 분위기를 전했다.
면담 내용을 전해들은 지율스님은 이날 오후 6시께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불가는 청와대의 확고한 입장인 것 같다"며 "대책위 관계자들이 다른 방식을 통해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문제를 풀어가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율스님은 공사 중단 기간 문제에 있어서도 "대책위가 요구하는 6개월에 대해 청와대가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공사 중단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고 있다"며 협상 여지가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