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확장반대 팽성대책위(이하 대책위)는 28일 오후 3시 평택 안정리에 위치한 미군 캠프험프리스 기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이날 집회에는 팽성읍 주민 등 500여명이 참여해 '용산기지 이전 협정안(이하 용산협정) 원천무효와 재협상' 등을 주장했다.
기지확장에 찬성하는 안정리 상가번영회 100여명이 길 건너편에서 집회를 가졌으나 우려했던 양측 간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집회 초반 찬성 측 한 인사가 흰색 에스페로 차량을 몰고 행사장 뒤편으로 돌진하는 일이 발생했으나 다행히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후 양측 간의 사소한 마찰은 지속적으로 있었지만 경찰의 저지로 큰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후 3시 50분 대회사에 나선 김지태 대책위 위원장은 "지금 미국을 등에 업고 이익을 얻어왔던 자들이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큰일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며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평택 주민의 뜻이 전 국민에게 불꽃처럼 번져나가게 될 것"이라고 대회취지를 밝혔다.
홍근수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하 평통사) 상임대표는 "누가 용산기지를 반환하라고 했지 평택으로 이전하라고 했는가"라고 지적하고 "미국이 이 지역에 들어오면 한반도는 전쟁위기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용산기지 평택 이전의 위험성을 재차 강조했다.
토지 수용예정지로 발표된 팽성 서북부지역 주민들은 이날 대회에 참석해 '우리 땅은 우리 목숨 기필코 지켜내자'는 구호를 거듭 외쳤다.
확장예정지 중 하나인 도두2리 이상열(대책위 조직위원장) 이장은 "어느 누가 하루아침에 집과 고향을 잃게 되는 설움을 알겠느냐"며 "목숨이 붙어있는 한 단 한 평의 땅도 내줄 수 없다“고 결연한 투쟁의지를 보였다.
이형수 평통사 미군문제팀 부팀장은 "평택 주민들은 자신들의 삶터에서 쫓겨나 처절한 생존권 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정부는 더 이상 평택주민들과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용산협정을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마을대표 이장들은 흰색 천에 '미군기지확장반대'란 문구로 혈서를 쓰고, 그 천을 목에다 두른 채 삭발식을 단행했다. 삭발식이 진행되는 동안 집회 참가자 일부는 '너무 속상해 할 말을 잃었다'고 탄식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신흥리에서 왔다는 김동순(69)씨는 "나도 유권자로 당당하게 투표했는데 이렇게 국민 다 죽이고 서럽게 하려고 뽑아줬냐"며 "주민들이 가까스로 지켜낸 땅을 일궈놨더니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살길을 막고 있다"고 정부당국을 비난하기도 했다.
삭발식을 마친 대책위 관계자들은 미국 부시대통령에게 보내는 항의서한을 낭독하고 삭발한 머리카락과 함께 서한을 캠프험프리스에 전달하려했다. 하지만 부대 정문에 나와 있던 미군 관계자는 접수를 거부했다.
대책위는 항의서한에서 "미군기지 확장으로 인해 4개 마을 약300여 가구 주민들이 고향땅에서 쫓겨나고 700여 농가는 생계 수단을 잃을 판"이라며 "한국 정부가 아무 조건 없이 모든 것을 내주었을지 모르지만, 주민들까지 호락호락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군기지 확장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홍선기 팽성농촌지도자회 회장이 낭독한 결의문에서 대책위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미군 재배치 계획은 용산기지 뿐만 아니라 미 2사단까지 포함되어 있음이 분명하다"며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온갖 파렴치한 작태로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강요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특히 대책위는 "정부가 27일 생색내며 발표한 특별법은 주민간의 갈등만을 조장할 뿐"이라며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불상사는 정부의 책임"이라고 경고했다.
김지태 위원장은 정리발언을 통해 "여기에 모인 주민들이 계속 모여서 의지를 다져야 한다"며 "앞으로 팽성읍 농협 앞에서 촛불집회를 갖도록 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