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의 대표적 보살상인 충청남도 태안군 태안읍 태안마애삼존불(泰安磨崖三尊佛 보물 제432호)이 드디어 국보 지정을 받았다.
문화재청(청장 노태섭)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태안마애삼존불을 국보로 승격 지정하고 법주사 철확 등 3건을 보물로 지정하였으며 선암사석가모니불괘불탱일괄 등 8건은 각각 보물로 지정 예고 하였다.
이번에 국보 제307호로 지정된 태안마애삼존불은 1966년 2월 28일 보물 제432호로 지정된 것으로 태안읍 백화산 기슭의 바위에 돋을새김으로 새겨져 있는 백제의 대표적 불상이다.
마애불은 암벽이나 구릉 또는 동굴을 뚫고 그 안에 조각한 불상으로 태안마애삼존불은 왼쪽과 오른쪽에 여래입상(如來立像 서 있는 부처상)을 가운데에 보살입상(菩薩立像 서있는 보살상)을 배치하여 조각한 삼존불(三尊佛 본존과 그 좌우에 모시는 두 분의 부처나 보살을 통틀어 이르는 말. 석가 삼존, 미타 삼존, 약사 삼존)이며 불상의 높이는 왼쪽 불상 2.96m, 오른쪽 불상 3.06m, 중앙보살 2.23m로 2여래, 1보살 형식이다.
태안마애삼존불은 6세기 중반 중국 북제(北齊) 불상 양식에서 받은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문화재청은 서산마애삼존불상(국보 제84호)에 선행하는 조형 양식을 지닌 백제 최고 마애불상이란 점에서 국보로 승격시켰다고 밝혔다.
이번에 태안마애삼존불 국보 승격과 함께 법주사 철확(法住寺 鐵鑊), 봉업사명청동향로(奉業寺銘靑銅香爐), 삼현수간(三賢手簡)이 동시에 보물로 지정되었다.
먼저 보물 제1413호로 지정된 법주사 철확은 충청북도 보은군 내속리면 법주사 경내에 있는 큰 솥인데 쇠로 만든 발이 없는 사발 모양이다. 높이 1.2m, 지름 2.7m, 둘레 10.8m, 두께 3㎝로 거대하며 무게는 약 20여 톤으로 추정된다.
비교적 단순한 구조에 몸체에는 아무런 무늬나 기록이 없어 만든 때와 사람, 만든 방법 등을 알 수 없지만 녹이는 온도가 청동보다 훨씬 높은 주철로 주조된 대형의 주물솥(鑄物 쇠붙이를 녹여 거푸집에 부은 다음 굳혀서 만든 솥)이라는 점에서 기술사에서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또 이 철확은 국내에 전하는 사례가 매우 희귀할 뿐만 아니라 거의 완벽한 조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또 보물 제1414호로 지정된 봉업사명청동향로는 경기도 안성의 고려시대 절터인 봉업사지에서 출토된 큰 향로로 몸체와 덮개 그리고 기대 부분에 다리 받침 세 개를 지닌 특수한 형태를 띠고 있다. 향로 중간 부분은 고려시대 향완(香椀 제사 때에 향을 담는 사발)과 비슷한 모양을 보여주며 구슬이 달린 뚜껑이나 세 발이 달린 원형의 대좌는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비례감과 장중하고 아름다운 형태를 구성한다.
덮개부의 불꽃모양 구슬은 사리기에 나타나는 화염보주(火焰寶珠) 형태인데 도금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조형미가 우수하다. 받침 부분의 중념육근(卄六斤)이란 글씨는 향로주조에 구리 26근이 소요되었음을 알게 한다. 높이 87cm, 지름 35cm이며 경기도 용인시 호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고 13세기 고려시대에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어서 삼현수간(三賢手簡)은 주로 조선 중기의 학자인 구봉(龜峯) 송익필(宋翼弼 1534~1599), 역시 조선 중기의 문인이자 학자인 우계(牛溪) 성혼(成渾 1535~1598)과 율곡(栗谷) 이이(李珥 1536~1584) 사이에 오고간 편지를 나중에 책 4묶음으로 만든 것이다.
구봉, 우계, 율곡은 서로 절친한 친구들로 16세기 성리학 대가들인데 이들이 성리학을 둘러싸고 토론한 편지를 모아 엮어 놓은 이 책은 사상사, 학술사에서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들의 친필 편지들은 그 글씨만으로도 서예사에서 중요한 자료가 되는데 특히 구봉의 초서(草書)는 한 자도 흐트러짐 없이 정연하여 마치 초서교본을 대하는 듯 느껴진다고 한다. 또 율곡의 친필 글씨는 전하는 것이 별로 없는데 여기에 13편이나 실려 있어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용인 호암미술관 소장이다.
국보승격과 보물지정에 이어 선암사석가모니불괘불탱일괄(仙巖寺釋迦牟尼佛掛佛幀一括)을 비롯한 8건의 보물 지정 예고도 있었다.
순천 선암사의 석가모니불괘불탱일괄(仙巖寺釋迦牟尼佛掛佛幀一括)은 본존불만을 홀로 그려 간단한 구성을 보여주는 괘불화(掛佛畵 주로 거대한 화폭에 그려놓은 부처의 모습)로 가운데에 홍련좌(紅蓮座 붉은 연꽃모양의 자리)를 딛고 서 있는 불상을 화면에 가득 차도록 큼직하게 그린 다음 주변에 다보불(多寶佛) 추정의 불상, 보살상(대요설보살 추정), 시방불(十方佛) 등이 덧붙여 그려 있다.
선암사 괘불탱은 조성 연대가 명확하여 화원인 쾌윤(快允) 작품의 초기 경향과 함께 조선시대 18세기 중엽 경 불화 화단의 흐름을 살피는데 자료로 가치가 있음은 물론 알맞은 신체 비례에 유려하면서도 정밀한 필치로 얼굴과 손발을 그리고 꽃무늬들을 나타냄으로써 세련미가 돋보이는 등 조형성 또한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크기는 가로 722㎝, 세로 1260.5㎝ 대형으로 1753년(조선 영조 29)에 그려졌다.
이어서 풍만한 양감의 주전자와 단정하게 다듬어진 밑받침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청자상감화류문주자(靑磁象嵌花柳文注子) 및 승반(承盤), 작은 원판형 뚜껑에 주자의 몸통은 공처럼 둥근 구형(球形)을 이룬 청자퇴화화문주자 및 승반(靑磁堆花花文注子 및 承盤), 듬직하고 힘 있는 형태에 대담한 표현의 면상감 기법이 조화를 이루는 작품인 분청사기상감모란문호(粉靑沙器象嵌牧丹文壺) 등이 보물로 지정 예고 되었다.
또 물, 술, 간장 따위의 액체를 담아서 옮길 때에 쓰는 그릇인 분청사기인화문장군(粉靑沙器印花文장군), 죽은 사람의 이름, 신분, 행적 따위를 기록한 글을 새겨 무덤 옆에 묻은 사기 판이나 돌인 정통십삼년 명분청사기묘지(正統十三年 銘粉靑沙器墓誌), 백자로 빚은 큰 항아리 백자대호(白磁大壺), 매화그림이 그려진 병 백자철화매죽문호(白磁鐵畵梅竹文壺) 등도 같이 예고되었다.
이번 국보 승격, 보물지정 등은 우리 문화재를 한층 풍요롭게 해주는 의미 있는 일로 기록될 것이다. 가을을 맞아 태안마애삼존불과 법주사 철확 등을 찾아보고 호암미술관에도 들러보면 정신의 풍요로움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