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 명의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부산대학교 류기형 교수의 사회와 경성대 김영종 교수의 기조발제로 시작된 이번 토론회에서는 참여정부의 지방분권화 계획에 따라 내년부터 실시될 재정 분권화를 놓고 사회복지예산 확보와 사회복지정책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김영종 교수는 기조발제에서 "복지재정 분권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찬반 시비가 남아있다"면서 "지방분권화를 통해 지방정부의 예산 편성에 대한 권한이 대폭적으로 확대되는 만큼 그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어 새롭게 변화하는 복지 예산제도의 이해를 통한 시민들의 정책참여 노력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고 이번 토론회 개최의 의미를 설명했다.
정부, 포괄주의와 성과주의 도입해 지방정부의 예산편성 권한 강화
사회복지계가 이처럼 재정분권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사회복지분야의 상당수 재원이 국고보조금으로 구성되어 있어 재정분권화가 이루어지면 국고보조금 제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지방분권화 계획에 따라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제시한 보건복지분야 국고보조금 정비 방안에 따르면 장애인생활시설운영비와 노인시설운영비를 포함하여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인건비, 사회복지관운영비, 결연기관운영비 등 총67개 사업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고 국민기초생활급여, 의료급여, 경로연금, 자활근로사업 등 총71개 사업은 국고보조로 유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전체 4조9368억원의 보조금 중 12.1%에 해당하는 5959억원 규모의 보조금 사업을 지방으로 이양하게 된다. 게다가 정부는 국고보조금 정비 기본방향으로 포괄주의와 성과주의를 도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장기적으로 사회복지분야 국고보조금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포괄주의의 도입으로 정부는 포괄 보조를 통해 특정 개별보조금을 일괄적으로 통합하여 객관적인 통계자료를 토대로 기준 재정 수요액을 산정하여 일반재원의 형식으로 지방에 재원을 지원한다.
지방정부는 성과주의에 입각해 목표를 계획하고 이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여 효율성과 효과성을 측정함으로써 이에 따라 각 사업의 예산을 차등 지원하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포괄주의와 성과주의의 도입은 지방정부의 예산 편성 권한을 대폭 강화시킬 것이다.
시민의 복지향상을 위한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해
이러한 국고보조금 제도의 변화로 인해 각 지자체의 사회복지에 대한 의지가 매우 중요해짐에 따라 ‘과연 부산시가 사회복지예산증액에 대한 의지가 있는가’에 부산지역 사회복지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산시 사회복지계가 이처럼 부산시의 사회복지 예산 증액 의지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은, 허남식 부산광역시장이 공약을 통해 사회복지예산의 임기내 20% 증액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날 토론자로 참석한 부산시 보건복지여성국 석희윤 사회복지과장이 참석자들에게 당장 2005년에도 "APEC 개최로 인해 사회복지예산이 동결되거나 소폭 증액에 머물 것 같다"며 양해를 구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회복지계는 포괄주의, 성과주의 예산제도의 도입으로 가뜩이나 부족한 사회복지예산에 사업 효과성까지 입증해나가야 하는 이중 부담까지 안게 되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부산대 사회복지학과 박병현 교수는 발제문에서 "역사적으로 서구 선진국에서는 사회복지예산을 삭감하고자 할 때 예산의 효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성과주의 예산제도를 도입했다"며 "사회복지는 비용효과 가치보다는 사회적 효과가치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사회복지예산이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적은 상황에서 기회비용을 강조하는 성과주의예산제도의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점의 대안으로 경성대 사회복지학과의 진재문 교수는 '참여예산제도의 가능성과 방향'이라는 발제문에서 부산시에 시민단체, 야당, 주민들이 예산편성 과정에 참여하는 '거버넌스형 참여예산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사회복지협의회 김용식 사무총장은 토론을 통해 "국고보조금을 둘러싼 사회복지계의 문제는 사회복지기관 및 단체가 지나칠 정도로 국고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는데 있다"며 이러한 의존성을 극복하도록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많은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는 지방분권화를 계획대로 추진할 것으로 보이고, 일부에서는 재정분권화가 오히려 사회복지주체들의 정책 참여기회를 확대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사회복지계가 얼마 만큼 사회복지 수요자의 욕구를 대변하면서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토론 결과를 종합해 조만간 지방분권화에 따른 부산광역시 사회복지예산 확보에 대한 의견서를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