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입법이 초읽기에 들어간다.
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은 3일 출범한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 학술 심포지엄에 참석해 "오는 23일까지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을 마련해 반드시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며 당론을 재차 확인했다.
김 의원은 "오는 14일 법안 마련을 위한 실무 작업을 마무리하고 16일 의원총회를 통해 당론으로 확정한 다음, 21일 공청회를 열고 23일 이를 국회 본회의에 정식 상정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입법 일정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친일파·독재자의 딸'이라고 비난하면서 우리당 의원은 상관없다는 식으로 나와서는 국민을 설득시키기 어렵다"며 "'전우의 시체를 넘고 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이 문제를 관철시켜야 한다"고 특별법 입법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또 김 의원은 "지금 과거사 청산 반대세력들이 선경제회복론·색깔론·당리당략론 등을 들어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과거사 정리·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은 대한민국이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게 애국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민주당 3당은 과거사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기구를 독립적인 국가기구로 설치하고, 조사 대상으로는 ▲일제시대 친일행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사건 ▲군사독재시절 국가기관에 의해 자행된 인권유린사건 등을 다루기로 2일 합의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일제 시대 이후 규명·청산·재평가 돼야할 당위성이 있는 사안들이 포괄적으로 다뤄질 것"이라며 "이른바 국가에 의한 '합법적 절차'에 따른 조치였다고 해도 반국가·반민족·반인권에 해당되는 사건들은 조사 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국회서 이승만 흉상·전두환 기념물 제거해야"
토론회에 참석한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김 의원이 밝힌 열린우리당 당론보다 강도 높은 과거사 청산 방안을 제시했다.
심 의원은 "민주노동당이야말로 그동안 자행돼온 '야만의 역사' 속에서 태어난 당"이라며 "과거사 청산은 민주노동당이 지향하는 우리사회의 진보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전제조건"이라고 과거사 청산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심 의원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제대로된 과거사 청산을 하지 못한 것은 아래로부터의 시민혁명으로 정통성을 획득한 정권이 부재했기 때문"이라며 "과거에 대한 성찰을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가치를 밝히는 것이 과거사 청산 작업인 만큼, 화해나 단죄를 거론하기에 앞서 진실 규명 자체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기구의 권한에 있어서도 심 의원은 사견을 전제로 "조사권뿐만 아니라 수사권까지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인권 사안 등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없애는 방안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심 의원은 "국회 차원에서도 국회의사당에 세워진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을 제거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 관련 기념물들을 철거시키는 게 필요하다"며 "언론계·학계 등 각 부문별 과거사 청산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홍구 교수 "기득권 눈 부라리며 '과거를 묻지 마세요' 노래 부르고 있다"
토론자로 참석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특유의 입담으로 일부 보수 언론과 정당에서 제기하는 과거사 청산 반대 논리를 반박했다.
한 교수는 "지금 한나라당 노래방 앞에서 제일 인기 있는 노래는 '과거를 묻지 마세요'란 노래라고 한다"며 "얄궂은 운명을 탓하며 구슬피 부르는 노래라면 잔인하게 묻기도 힘들지만, 온갖 기득권 세력들이 어깨동무하고 힘찬 목소리로 눈을 부라리며 '과거를 묻지 마세요'라고 협박하듯 노래를 부르고 있다"며 과거사 청산에 반발하는 보수 야당의 모습을 비꼬았다.
한 교수는 또 "한나라당 등에서는 과거사 청산 범위에 친북좌경용공까지 다 넣자고 하는데, 우리 사회는 수많은 의문사를 낳을 만큼 친북좌경용공 색출을 많이 해왔다"며 "친북좌익 부분에서 남은 과거사 청산은 아마 박정희 전 대통령의 좌익 행적밖에 없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과거사 청산을 역사학계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가가 행한 인권침해 행위는 학자가 청산해야 할 것이 아니라 국가 스스로 진상조사해야 될 대상"이라며 "학자는 단지 전문가로써의 연구 성과와 식견을 제공할 수 있을 뿐"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오후 2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 홀에서 진행된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한나라당이 과거사 청산에 끝까지 반대하면 어떻게 하겠냐"는 이영일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소장의 질문이 많은 관심을 끌었다.
"과거사 청산 특별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민주노동당의 입장은 확고하다"는 심 의원의 답변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 의원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왜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는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심 의원은 청중을 향해 "이미 많은 사안에 있어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개혁성에 대해서 회의를 지니고 있지만, 과거사 청산 문제마저 처리하지 못한다면 기대를 접는 게 낫다"며 열린우리당을 압박하기도 했다.